역사학자 전우용, 인간의 본성은 과연 이기적일까?
물에 빠진 사람을 봤을 때 인간은 다양한 행동양식을 보인다.
1. 자기 위험을 무릅쓰고 물에 뛰어들어 구하려고 한다.
2. 자기가 위험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구하려고 한다.(밧줄을 던져 준다든지)
3. 자기가 직접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소리라도 질러서 주위의 도움을 요청한다.
4. 발만 동동 구르면서 안타까워 한다.
5. 아예 못본척 하며 지나간다.
6. 헤엄도 못치면서 왜 물에 들어가서 저러는 거야 하며 죽어가는 사람을 탓한다.
이렇게 인간의 유형은 다양하다. 나는 과연 어떤 유형일까?
1번 유형을 '의인'이라고 한다. 독립운동에 자기 몸을 바친 사람을 '의사'라고 한다.(안중근 의사)
사람들은 의사나 의인이 되기 어렵다. 대개는 3~4번 사이에 걸쳐 있다.
6번 유형의 사람은 자기 목숨이 위험한데도 뛰어드는 1번 유형의 '의인'이나 '의사'를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어리석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역사학자 전우용이 유튜브 매불쇼에서 '뉴라이트'의 인간관을 설명하면서 예를 든 이야기다. 뉴라이트는 인간의 본성을 '기회주의'와 '이기주의'로 본다며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이란 주어진 조건에서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동물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기회주의와 이기주의를 인간의 본질로 보는 견해이다. 이런 인간관을 가지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인간의 본성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일까?
기원전 약 2만~10만 년 전 원시인의 유골 화석이 발견됐다. 그 유골 화석을 분석한 결과 부러졌다가 붙은 다리 뼈가 나왔다. 다른 동물의 뼈 화석에선 전혀 발견될 수 없는 일이다. 동물의 세계에선 다리가 부러지면 죽는다. 그런데 원시인의 유골에서 이게 발견된 것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것은 누군가의 보살핌과 나눔이 있었다는 증거였다. 바로 이것이 인간성의 탄생이자 문명의 시작이며,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은 이 보살핌과 나눔에 있다. 이게 공동체 윤리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는 어디일까? 그건 바로 아픈 곳이다. 공동체 원리도 같다. 가족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냐면, 아픈 사람이다. 가족 관계가 아픈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기에서 선악 개념이 생겨난다. 남에게 베푸는 것이 선이고, 아픈 사람을 나몰라라 하고 자기 먹을 것만 챙기면 나쁜 사람이라고 한다. 그게 악이다. 그런 공동체적 윤리에 기초해 인간성이라는 게 만들어진 것이다.
"나 먹을 것도 없는데 다리 부러진 애를 왜 도와줘?" 이러는 인간은 앞의 글에서 말한 '물에 빠진 사람을 봤을 때 드러나는 인간의 유형' 중 여섯 번째에 해당한다.
한국사회에서 '뉴라이트'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인간관이 바로 이것, 즉 이기주의와 기회주의가 인간의 본성이라고 보는 견해다. 그래서 그들 눈에는 친일파가 인간 본성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고, 독립운동가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거나 공산주의자로 보이는 것이다.
by 역사학자 전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