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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인 Nov 29. 2024

명태균에 대한 창원지역 기자의 반성

한겨레 이공순 기자의 충고가 떠올랐다

과거 한겨레 이공순 기자라고 있었다. 나보다 두세 살 많은 선배였는데, '이내창 의문사 사건'으로 유명했던 바로 그 기자 맞다.

1993년쯤 내가 도청 2진 겸 노동담당을 하고 있을 때였다. 자청하여 맡은 경남 최초의 노동담당기자라는 자부심이 넘치던 시기, 이공순 선배가 내게 물었다. 한국노총 경남본부 내부의 어떤 일에 대한 질문이었다. 내가 대답했다.

"잘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한국노총 쪽에 잘 안 가서요."

"왜요?"

"그쪽은 대부분 어용노조라서...."

"그럴수록 가봐야 합니다. 그런 노조가 뭔 짓을 하고 있는지도 알아야 하니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나는 이후에도 그의 충고를 이행하지 못했다. 한두 번 경남본부에 가보긴 했는데, 마치 관료조직 같은 그쪽 분위기가 영 나와는 맞지 않았고, 기삿거리도 별로 나오지 않는다고 합리화했다.


명태균에 대해서도 그랬다. 시사경남, 뉴스경남, 경남연합일보 등 언론사 이름을 내건 곳에서 미래한국연구소, 좋은날리서치 등 듣보잡 여론조사업체를 끼고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연일 보도할 때도 "사이비 언론이 사이비 업체와 손잡고 장난을 치고 있구나"하고 생각했을 뿐, 제대로 그들의 정체를 파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명태균이라는 이름은 몰랐지만, 마산MBC에서 월간지 발행 용역을 받아 잡지를 만들던 자가 자기 사무실 외벽 간판에 'MBC' 로고를 커다랗게 붙여놓고 영업을 하던 사실은 오며 가며 알고 있었고, 바로 그자가 같은 사무실에서 '시사경남', '(주)좋은날', '좋은날리서치' 등으로 간판을 바꿔가며 뭔가 이상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나는, 그리고 우리 신문은 그런 사이비언론과 달라! 그런 이상한 업체와는 엮이지 않아! 하며 스스로 선비연하며 자족하는 데 그쳤다.


아무리 엉터리 여론조사라지만, 무슨 돈으로 저렇게 자주 조사를 할까? 저게 과연 돈이 될까? 누군가 뒷돈을 대주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을 갖긴 했지만 제대로 파헤쳐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으면 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서 알아서 조치하겠지 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했다. 설마 대통령 후보 윤석열과도 엮여 있을 거라고까진 상상도 못 했다.


이제와서 보니 부끄럽다. 서울지역 언론에서 최초 보도가 터지고, 후속 보도 또한 서울 언론의 보도에 지역언론은 뒤따라가기도 급급한 현실이 그렇다. 내가 신문사에 재직 중이었을 때, 편집국장일 때부터 저 이상한 여론조사를 제대로 분석, 규명하고 비판, 고발할 생각은 왜 하지 않았을까?


명태균을 보며 불현듯 이공순 기자의 충고가 떠올랐다. 반성한다.

#명태균 #이공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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