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5000명으로부터 광고를 받다
얼마 전 양산시민신문이 지령 700호를 맞아 독자들의 축하광고를 받는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광고료 1만 원을 계좌로 보내면 된다고 했다. 물론 흔쾌히 참여했다. 1만 원으로 좋은 지역언론을 응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그런데 마침 내가 재직 중인 경남도민일보도 곧 지령 5000호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후배기자가 페이스북 내부망에 올려준 글 덕분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우리도 독자의 응원광고를 받아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즉각 '경남도민일보 지령 5000호 기념 독자의 축하광고 추진 방안'이라는 제안서를 만들어 아침 임원회의에 제출했다. 사장도 동의했고, 그날 사장 대신 내가 주재한 오후 간부회의에서도 결의를 모았다.
개인 통장으로도 광고료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우리 직원들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취합의 편리성 때문이었다. 회사 통장으로 받게 되면 실시가 입금 확인이 어렵다.
나도 나름대로 메시지를 보낼 문안을 정리해봤다.
안녕하세요? 김주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유난히 보수색 짙은 경상도에서 ‘약한 자의 힘’을 표방하며 18년을 달려온 저희 경남도민일보가 12월 8일자로 지령 5000호를 맞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민과 독자들의 이름으로 1만 원 축하광고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송구하지만 광고에 참여해주실 수 있을 런지요. 아래 계좌에 본인 이름으로 1만 원을 송금해주시면 12월 8일자 지면에 게재됩니다.
안내 차원에서 보내는 메시지이므로 부담 갖진 마시길... ^^;
늘 건강하시길...
#경남은행 508-21-0211159 김주완
위와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몇몇 지인들에게 먼저 보냈다. 그리고 피드백을 받았다.
지인은 "너무 저자세가 느껴진다"며 '송구하지만' '부담 갖지 마시길' 등 문구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당당하게 부탁하는 게 낫겠다"고 조언해주었다. 그의 조언대로 아래와 같이 메시지 내용을 수정했다.
1만 원의 응원이 '약한 자의 힘'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김주완입니다.
'약한 자의 힘’을 표방하며 18년을 달려온 저희 경남도민일보가 12월 8일자로 지령 5000호를 맞이합니다. 저희를 아껴주시는 시민과 독자분들의 덕분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시 여러분의 응원을 기다립니다. 부족하지만 잘 견디고 잘 해왔다고, 앞으로 더욱 '약한 자의 힘'으로 잘 해나가라고 토닥여 주십시오.
<경남도민일보 팍팍 밀어주기!>
본인 이름으로 아래 계좌에 1만 원을 송금해주시면 12월 8일자부터 지면에 게재됩니다.
#경남은행 508-21-0211159 김주완
이렇게 하여 내 핸드폰에 입력되어 있는 지인들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메시지를 받은 분들 중 몇몇이 "진짜 김주완 국장님 맞죠?"라는 질문을 보내왔다. 그러면서 "요즘 하도 피싱 사기가 많아서"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개인 페이스북에 이런 공지를 올렸다.
"이미 받으신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지인들께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 "피싱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서 여기에 올립니다. 피싱 아닙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광고부장이 내일 지면에 나갈 광고시안을 갖고 왔다. "1만 원의 응원이 약한 자의 힘이 됩니다"는 문구를 주요 카피 한 시안이었다.
오후부터 광고료가 통장으로 입금되기 시작했다. 과연 5000명에 도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