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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인 Nov 01. 2017

다래끼(맥립종)는 약으로 치료되더라

[눈병 앓았던 기억] 한동안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게 우울할 뿐

지난 10월 24일 인권운동가 박래군이 진주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초청으로 강연회를 열었던 날이었다. 뒤풀이 술자리에서 오른쪽 눈이 심하게 가려움을 느꼈다. 손으로 비볐다.


다음날 아침 오른쪽 눈에서 이물감이 느껴졌고, 약간의 통증도 있었다. 그 다음날 아침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안과를 찾았다. 평소 내 스타일 같으면 가급적 병원에 가지 않고 버텼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마산문학관에서 강의가 있었고, 그 다음날인 27일에는 부울경언론학회 세미나에서 발제도 예정되어 있었기에 안질환을 그대로 둘 순 없었다.


마산 예일안과라는 병원에 갔는데, 초진으로 접수하고 잠시 앉아 기다리니 간호사가 불렀다. 눈을 검사하는 어떤 장비 앞에 앉으라고 하더니 바람을 훅 불어넣는 듯 했다.


잠시 후 의사가 불렀다. 그는 '다래끼'라며 먹는 항생제와 바르는 항생제, 안약을 처방해주었다. 심하면 찢어야 하지만, 일단 약을 먹어보자고 했다. 그리고 술은 마시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마산 예일안과 모습


사실 나는 4~5년 전 다래끼를 앓았던 적이 있는데,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다 결국 안과에서 환부를 찢어 고름을 빼내는 시술을 한 적이 있다. 이번엔 그정도는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다 싶었다.


"다래끼가 생기는 원인은 뭔가요?"
"손으로 비벼서 균이 감염된 겁니다."
"혹시 다른 사람에게 전염도 됩니까?"
"전염은 안 됩니다."


처방전을 들고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지었다. 약사에게 물었다.


"이거 먹고 연고 바르면 며칠 만에 나을 수 있나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사실 먹는 약은 하루 세 번이었지만, 원래 아침을 먹지 않아서 점심 때와 저녁 때 두 번만 먹었다. 그리고 수시로 안약을 넣었고, 연고도 하루 두 번 이상 발랐다. 잠들기 전에는 연고를 눈동자에 짜 넣고 잤다.

물약과 연고, 그리고 먹는 약... 모두 항생제였다.


30일, 그러니까 증세가 나타난 후 6일째 되는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한결 나아진 느낌이 들었다. 마침 그날 저녁에는 술 자리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아직은 좀 불안했지만, 저녁에 술을 마셨다. 다음날 아침 혹시 악화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 그렇진 않았다.


31일에도 한결 좋아진 느낌이었다. 이젠 완치된 것 같다. 약이 하나 남았다. 11월 1일 점심을 먹고 마지막 약을 털어넣었다. 다래끼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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