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모교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1988년 5월 대아고등학교 학생 1500여 명이 ‘학생회 탄압 중지’ 등 8개항을 요구하며 학교 운동장에서 시위를 벌였고, 학교측은 3명 제적과 4명 무기정학 등 41명을 징계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측은 등교하는 주동 학생들을 몽둥이로 쫓아내기도 했다. 일부 교사는 학생들이 모여있는 교실 유리창을 깨며 위협하기도 했다.
학교측 강경대응에 대한 지역사회 각계각층의 성명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 학교 출신 서울지역 대학생 동문들 모임이 추진됐고, 15명의 '모교 방문단'이 6월 20일 학교를 방문해 '징계 철회와 공개토론회 개최'를 요구하는 성명서와 동문 245명의 서명원부를 전달, 배포하기에 이른다.
이 '모교 방문단'에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88년이면 이미 서울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86)한 이후다. 89년 군에 입대했으니 사법연수원 시절이었을 것이다. 투쟁 기록에는 현재호(12회), 문형배(15회) 등 대학졸업생 3명, 중앙대 고려대 서울대 등 재학생 명단이 나온다. 이들 중 8명은 교무실에 가서 서명원부와 성명서를 전달하며 학교장 면담을 요구했고, 나머지 7명은 각 교실에 성명서를 배포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교사들이 벌인 일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폭력행위가 발생한다. 학교측은 이들 동문이 선생님 전원에게 인사를 하지 않은 점, 학생들 주장만 믿고 성명서를 채택한 점, 성명서를 재학생에게 배포한 점 등은 선생에 대한 모독이라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개새끼, 덜 배운 놈, 건방진 놈들, 인간의 도리가 되어 있지 않은 놈들, 남강물에 빠져죽어라)을 퍼부었다. 한 명의 교사가 욕설을 하면 30명의 교사가 동조하는 식으로 두 시간 동안 반복했으며, 몇몇 교사는 책을 던지고 멱살을 잡아 밀기도 했다.
결국 동문 대표들은 사전 승인 없이 성명서를 배포한 점을 사과하고 성명서를 수거하겠다고까지 했으나, 최 모 교사는 대표단을 다시 교무실로 불러들여 무작위로 구타까지 했다고 한다.
그날 동문 중 한 명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기록은 "3시간 30분 동안이나 폭언, 욕설, 구타까지 서슴치 않았다"며 "모든 것이 한심스럽고 허탈했다"고 되어 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문형배는 이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아마도 이날로 인해 모교에 대한 기억이 좋게만 남아 있지는 않을 것 같다.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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