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체를 못받겠으니 이기붕의 집에 갖다 주라.”
죽은 아들의 시체를 빼돌려 가져온 경찰에게 어머니가 이를 악물며 한 말이다. 이기붕은 3.15부정선거의 원흉, 아들은 김주열 열사, 어머니는 권찬주 여사다.
생때 같은 자식의 주검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엄마가 또 있을까?
66년 전 오늘이었다. 4월 11일 김주열(당시 마산상고 신입생) 열사가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날이다. 어머니 권찬주 여사는 3월 15일 실종된 아들을 찾아 온 마산을 헤집고 다니며 들쑤셔 놓았다. 특히 시청 앞 연못의 물을 다 퍼낸 뒤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진흙 속을 손으로 휘젓고 다닌 것은 마산 시민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고, 이 때문에 마산에선 ‘김주열’이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마산 앞 바다에서 떠올랐을 때, 특히 시신을 경찰이 바다에 유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마산은 분노로 뒤집어졌다. 4.11마산항쟁과 이후 4·19혁명의 근간은 권찬주 여사가 “주열아~”를 외치며 온 마산을 헤집어 놓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이후 권 여사는 두 번이나 마산시민 앞으로 편지를 보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자식 주열이가 죽은 지 거의 한달 동안이나 걱정해주신 끝에 지난 4월 11일 다시 마산에서 의거를 일으켜 나라를 바로 서게 해주신 여러분에게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바입니다. 자식 하나 바쳐서 민주주의를 찾는데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었다면 남은 삼형제 다 바친들 아까울 게 있겠습니까?”
정말 무서운 말이고 위대한 말이 아닌가? 요즘 같은 세상에서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어머니가 얼마나 될까? 그런 의미에서 권찬주 여사는 ‘한국 민주주의의 어머니’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분이라 할 수 있다.
열사의 어머니 권 여사의 편지는 이렇게 맺고 있다.
“존경하는 이 나라 어머니 여러분! 그리고 마산시민 여러분의 그 거룩한 뜻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 놈들이 그 같이 악독하게 죽였지만 죽인 그 놈들은 벌을 받을 것이요, 내 자식은 신선이 되어 올라갔을 것입니다. 마산시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부디 몸 건강하시길 5백리 지리산 고개 너머서도 빌어마지 않겠습니다. 1960년 5월 8일 어머니날에 권찬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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