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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인 Sep 21. 2021

57세에 퇴직한 후 제일 잘한 일은 방청소

그리고 뒤섞여 있던 자료 정리를 하고 나니 마음도 정리됐다

2021년 3월말, 나는 회사에 사표를 냈다. 정년까지는 아직 4년이 남아 있었고, 누가 그만두라고 하지도 않았으니 '자발적 조기퇴직'인 셈이다.


하지만 다니던 회사에서 해오던 일이 좀 남아 있어 '6개월 계약직'으로 나머지 일들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그래서 아직 '완전한 퇴직'은 아니다. 다만 매일 출근하지는 않고, 재택근무로 대부분 일을 처리한다. 출근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한다.


어쨌든 그렇게 '반쪽짜리 퇴직'일지언정 정규직으로 주 5일 출근할 때보단 한층 여유가 생겼다. 코로나 팬데믹만 없었다면 여행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다.


퇴직 후 내가 뭘 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해봤다. 원래는 본격적으로 유튜브 운영을 해볼 생각이었다. 내 유튜브 채널은 지역에서 열리는 집회나 행사, 강연, 토론을 취재, 편집해 올리는 곳이다. 퇴직 전에는 아무래도 직장에 매여 있다보니 평일 취재를 할 수 없었다. 주말에 열리는 행사만 띄엄띄엄 취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퇴직을 하면 이제 좀 더 많은 현장을 취재해 올리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퇴직 후에도 코로나 팬데믹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심해졌다. 지역 행사는 대부분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하여 치러졌다. 나또한 코로나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나다닐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렇게 유튜브 채널 활성화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그 다음 하고 싶었던 일은 뭘까? 정원을 가꾸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아파트다. 그래서 근교 농촌지역의 저렴한 촌집을 구입해볼까 생각했다. 거기서 정원을 가꾸며 여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했다. 포털사이트와 유튜브에서 '촌집' '농가주택' '세컨드하우스' '정원' 등에 관한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찾아봤다. 실제로 한 공인중개사와 연결돼 도시 외곽의 촌집을 보러다니기도 했다.


이런 집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결론은 '현실성이 없다'였다. 촌집 구입이야 퇴직금으로 가능하겠지만, 그곳을 수리하고 가꾸는 것은 내 상상처럼 여유로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오히려 골칫덩이가 될 가능성도 높았다.


여기에 이르자 새로운 공간을 사서 가꾸는 것보다는 지금 내 공간부터 가꾸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다행히 우리집엔 나만의 서재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내 서재는 양면 천장까지 붙은 책장에도 들어가지 못한 수많은 자료와 책이 정리되지 않은 채 방바닥에 쌓여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클리어파일과 홀더를 사와 자료정리부터 시작했다. 버릴 것을 추려내고 주제와 내용별로 분류하여 파일과 홀더에 넣었다. 책장에서 더 이상 보관할 필요가 없는 책을 가려내 버렸다. 약 200권의 책이 책장을 떠났다. 책이 빠진 책장에는 분류된 파일과 홀더가 들어갔다.

이렇게 파일과 홀더를 이용, 자료를 분류했다.


보통 일은 아니었다. 약 한 달 이상은 걸린 것 같다. 서재는 점점 정돈된 모습을 찾았다. 책도 분류했다. 서재의 책장에는 역사책 위주로 두고, 기타 서적은 거실과 내 침실 책장으로 보냈다.

정리된 서재의 모습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서재에서 일할 의욕이 샘솟았다. 재택근무의 능률도 높아졌고, 새로운 일도 찾아서 하고싶어졌다.


앗! 그러고 보니 당장 해야할 일이 있었다. 전국의 지역출판사를 취재하여 책을 쓰는 일이었다. 출판사 대표를 인터뷰해야 하는데, 코로나가 계속 확산되는 바람에 방문이 어려워 미루고 있던 일이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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