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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인 Sep 21. 2021

방청소 후 한 달만에 책 한 권을 썼다

57세에 자발적 조기퇴직 후 한 일

앞 글에서 현실성 없는 정원 가꾸기를 포기하고 서재 정리부터 했다고 썼다. 그랬더니 재택근무의 능률이 올라갔고, 글쓰기에 대한 의욕도 샘솟았다.


코로나로 미뤄뒀던 지역출판사 대표들에 대한 인터뷰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무리가 되더라도 전국을 돌며 대면인터뷰를 강행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갈수록 증가하는 국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특히 내가 사는 경남 창원시의 확진자가 급증세여서, 거기서 오는 나를 출판사 대표들이 반기지도 않을 터.


전화인터뷰를 먼저 한 후, 나중에라도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직접 찾아뵙고 마무리를 하는 걸로 결정했다.


문제는 내 아이폰이었다. 아이폰은 통화 녹음이 되지 않는다. 인터뷰 내용을 녹음하지 않고 펜으로 받아적는 건 디테일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 아이폰 '탈옥'이라는 걸 하면 통화 녹음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간혹 '아이폰 통화녹음' 앱이 있다는 광고를 보고 클릭했다가 사기라는 사실을 알고 포기한 적도 있었기에 참 난감했다. 두어 달만 사용할 안드로이드 폰을 구입해볼까도 생각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털에서 '아이폰 통화녹음'을 검색해봤다. 있었다. '스위치(Switch)'라는 앱이었다. 우선 무료버전을 깔아 테스트를 해봤다. 정말 통화녹음이 됐다. 무료플랜은 30분까지만 녹음이 가능했다. 무제한으로 이용하려면 월 1만 원을 결제하면 되는 앱이었다.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덕분에 한달 만에 16개 출판사 16명의 대표들을 인터뷰하는데 성공했다. 인터뷰는 사전조사가 필수적이고 또 가장 중요한데, 요즘 같은 인터넷 환경에서는 해당 출판사와 대표에 관한 정보를 찾는 것도 과거보다 유리했다. 그에 대한 사전조사 자료와 질문지를 미리 이메일로 보내준 후, 통화를 하면서 자료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추가 보충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인터뷰는 진행됐다.

스위치 앱을 이용한  아이폰 통화 녹음, 텍스트 변환 정확도는 꽝이지만 활용도는 높았다.


스위치 앱은 통화 녹음을 한 후 음성파일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또 AI가 자동으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기도 하는데, 정확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어떤 키워드가 음성파일 어느 위치쯤에 있는지를 찾는데는 유용했다. 텍스트 파일을 다운받아 해당 키워드가 담긴 단어를 Ctrl+F로 검색하여 위치를 확인한 후, 그 위치에서 음성파일을 들으면서 글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한달 만에 200자 원고지 기준 569매의 원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원고의 마지막 에필로그

10월초에 출간될 책의 가제는 <지역출판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이다. 취재과정에서 <일본의 소출판>(와타나베 미치코 지음, 신한미디어)이라는 책이 있음을 알게되었는데, 그 책을 보고 지역출판사를 창업할 용기를 얻었다는 출판사 대표가 있었다. 이번에 나올 <지역출판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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