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의 보도자료
자발적 조기퇴직 후 쓴 책 <지역출판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부카)가 출간됐다. 출판사 편집자가 보내온 보도자료가 마음에 든다. 특히 아래 대목이 좋았다.
1인출판 혹은 지역출판사의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을 질문이 있다. ‘과연 지역출판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경남도민일보에서 출판미디어 국장을 역임했던 저자 김주완 기자는 누구나 궁금해하는 이 질문에 대해 기자답게 에둘러 묻지 않고 돌직구를 던진다. “지역출판으로 먹고살 수 있습니까?” 열여섯 출판인들의 대답이 이 책의 핵심이다.
책에 대한 보도자료는 보통 인쇄와 제본 발주를 한 직후 출판사 편집자가 쓰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저자에게도 확인을 거치는데, 별로 손 볼 데가 없었다. 이렇게 완성된 보도자료는 각 인터넷서점과 홍보 대상 언론사에 책과 함께 발송된다.
아래는 출판사 편집자가 쓴 보도자료 전문이다.
지은이 : 김주완
쪽 수 : 240쪽
판 형 : 145*210
ISBN : 979-11-89045-65-4 03010
가 격 : 15,000원
발행일 : 2021년
분 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지/출판 > 출판/편집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언론/미디어 > 출판/편집
1인출판 혹은 지역출판사의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을 질문이 있다. ‘과연 지역출판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경남도민일보에서 출판미디어 국장을 역임했던 저자 김주완 기자는 누구나 궁금해하는 이 질문에 대해 기자답게 에둘러 묻지 않고 돌직구를 던진다. “지역출판으로 먹고살 수 있습니까?” 열여섯 출판인들의 대답이 이 책의 핵심이다.
대한민국의 출판산업과 관련 인프라는 서울과 파주지역에 편중되어 대규모 자본과 시장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에, 지역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오늘도 한국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며 지역의 역사와 삶이 지닌 유무형적 자산을 애써 기록한다는 자긍심으로 지역출판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이 문화일꾼들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책에 대한 이상과 먹고사니즘의 현실 속에서 분투하고 있는 출판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수도권 중심의 대한민국에서 꿋꿋이 지역에 자리를 잡은 지역출판사들은 어떤 일들을 겪어왔을까? 과연 지역에서 출판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저자는 강원도의 ‘문화통신’, ‘산책’, 경기도의 ‘더페이퍼’, 광주광역시의 ‘심미안/문학들’, 대구광역시의 ‘달구북’, ‘부카’, ‘학이사’, 대전광역시의 ‘모두의책’, ‘월간토마토’, 부산광역시의 ‘산지니’, ‘호밀밭’, 전라북도의 ‘내일을여는책’, ‘책마을해리’, 제주도의 ‘한그루’, 충청북도의 ‘직지’, 기타지역의 ‘책공방’까지 전국에 있는 총 16개 지역출판사를 취재해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강원도 춘천에서 계간잡지 ‘문화통신’을 만들고 있는 유현옥 편집주간은 상업성이 없는 지역콘텐츠를 세상에 선보이는 자신의 업을 ‘오지랖’ 때문이라고 말한다.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정보가 재생산되지 않는다면 지역에 대한 궁금증은 과연 누가 풀어줄 수 있을까? 그 답을 자신에게서 찾은 유현옥 편집주간의 말 속에 담긴 ‘오지랖’이라는 단어에서 저자는 지역출판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광주에서 나오지만, 전국의 젊은 문인들이 찾는 문예잡지’ <문학들>를 만들어낸 심미안의 송광룡 대표는 매년 2000만 원씩 적자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저자는 그 자체로 문화자원이 된 <문학들>을 소중히 여기는 출판사와 그를 함께 지키기 위해 지역 문인들이 벌였다는 ‘구독료 자동이체 운동’에서 지역문화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발행인에게는 존경심마저 느껴졌다고 한다.
대전에서 마을기록과 사람기록을 전문으로 하는 ‘모두의책’은 마을여행 코스를 따라 각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책자 『마을산책』 시리즈, 지역의 구전 설화를 주민들과 함께 직접 구성한 동화책 『별노리』 시리즈 등 정말 대전에 있는 출판사가 아니라면 낼 수 없는 책을 내고 있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설립되어 지역작가부터 기업가, 주부까지 다양한 지역주민의 도움을 받는 ‘모두의책’은 지역출판사만의 독특한 매력을 잔뜩 품고 있다.
제주도에서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젊은 책’으로 담고 있는 ‘한그루’ 김지희 편집장의 ‘제주는 문학적 자양분이 많은 곳’이라는 말에서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난다. 또 ‘한그루’의 창업자인 제주 토박이 김영훈 대표는 수익이 나지 않아도 고집스레 지역 콘텐츠를 책으로 출간하는 이유에 대해 ‘지역 이야기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잘 전달할 수 있는 게 지역출판사’라고 자신하는 모습에서 지역출판사의 정체성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이와 같이 개성 강한 출판사들 저마다의 자긍, 비전, 도전을 풀어낸 이 책은, 비록 잘 팔리고 돈이 되는 책은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책을 통해 문화 다양성과 지적 자산을 불리는 ‘지역문화의 산실’을 세상에 보고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열여섯 지역출판사들을 취재하는 과정이 ‘행복한 문화일꾼들을 만나는 즐거움’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문화산업을 침체기로 몰아넣은 요즘, 관련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활동에 많은 제약이 생기는 등 출판업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각 출판사들을 취재한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이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불리한 구조 속에서도 튼튼히 뿌리를 내리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는 지역출판사들은 새로운 위험이 다가와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
다들 처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사실 출판만으로 돈을 버는 출판사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디자인이나 제작대행 등으로 출판 손실을 메우면서, 지역출판사는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문화를 살찌우는 좋은 책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하고 싶은, 또한 소명을 가진 일을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문화일꾼들의 이야기는 한국 지역출판의 밝은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이런 지역출판사들의 앞날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출판사들을 취재하는 과정은 즐겁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P. 19 분명 상업성이 없는 일이라는 걸 안다. 그런데 지역의 기록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오지랖 때문이다. 나 스스로 우리 지역의 문화, 역사가 궁금한데 찾을 수가 없어 다듬다보니 이 길에 서 있게 된 것을. 내가 남긴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물꼬를 트는 작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준비한다.
P. 58 그게 지역이든 어디든 간에 그 이야기들이 힘이 있으면 그 이야기들이 경쟁력이 있는 거죠.
P. 123 유통되지 않는다, 노출되지 않는다고 해서 굳이 평가절하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아요. 뭐 자기만족이래도 상관없죠. 자기만족이 목적이라면 그 목적을 달성했으면 된 거고요.
P. 152 시장성이 약하다는 이유 때문에 지역의 자산 문화콘텐츠들이 소멸될 위기에 놓여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파수꾼 역할을 하는 데가 지역출판사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출판사가 내는 지역콘텐츠로 종다양성 확보가 이뤄지고 그게 모이다 보면 한국출판이 건강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P. 197 즐겁고 행복하지 않으면 몸 고단, 맘 피곤한 일 계속하기 어렵겠죠. 행복하면서 안 행복하면서, 그 사이에서 길항(拮抗)하면서 자조로운 삶 살고 있어요. 그 뜻에 함께하는 벗들이 있어 한편은 버티는 것인지도요.
P. 237 물질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제가 가고자 하는 이 길을 가지 않고,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일만 했다면 돈은 좀 벌었을지 몰라도 기쁨이란 건 없었을 거예요. 물질이라는 욕심보다는 저는 저의 길을 가고 싶어요.
김주완
1964년생. 남해에서 태어나 창원에서 지역신문 기자로 살았다.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과 전무이사를 끝으로 자발적 조기퇴직을 했다.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었으나 지금도 여전히 글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풍운아 채현국』, 『별난 사람 별난 인생』, 『독재에 맞선 사람들』, 『토호세력의 뿌리』 등 책을 썼다.
프롤로그
<강원도>
강원도의 문화공동체 '도서출판 문화통신', 유현옥 편집주간
강원도의 자연과 역사를 엮어내는 '도서출판 산책', 원미경 대표
<경기도>
골목잡지에서 종합콘텐츠기업으로 거듭난 '(주)더페이퍼', 최서영 대표
<광주광역시>
그 자체로 지역의 문화산실이 되어버린 '심미안'/'문학들', 송광룡 대표
<대구광역시>
공간과 사람에서 이야기를 뽑아 그림책으로 엮는 '달구북', 최문성 대표
아동도서로 출발해 종합출판사로 나아가는 '도서출판 부카', 이웅현 대표
다양한 시도로 지역사회와 접점 넓히는 '학이사', 신중현 대표
<대전광역시>
모세혈관처럼 마을과 사람을 기록하는 '모두의책', 김진호 이사장
대전 문화의 발신지 '월간토마토‘, 이용원 대표
<부산광역시>
종다양성으로 높이 날고 멀리 보는 '산지니', 강수걸 대표
록커 출신 사장의 유쾌한 실험과 도전 '호밀밭출판사', 장현정 대표
<전라북도>
산골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내일을여는책', 김완중 대표
책으로 세상을 밝히는 공간 '책마을해리', 이대건 대표
<제주도>
제주섬의 역사와 문화를 '젊은 책'으로 담는 '한그루', 김영훈 대표·김지희 편집장
<충청북도>
디자인으로 벌어 책을 짓는 '도서출판 직지', 이성우 대표
<기타 지역>
1년에 딱 한 권 안 팔릴 책만 내는 '책공방出版社', 김진섭 대표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