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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인 Jan 07. 2022

기자로 퇴직하면서 세운 원칙 하나

내가 정치인의 선거캠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

퇴직하면서 세운 원칙이 하나 있다. 정치권, 선거판에 기웃거리거나 발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


비록 퇴직은 했으나 평생 기자로 살아온 내 정체성은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는 기자의 관점으로 취재를 하고 글을 쓰고 영상을 올리며 살아가고 싶다. 그런 미래의 내 삶에 걸거치는 이력을 만들고 싶지 않다.


둘째로는, 그렇잖아도 자유롭게 살고 싶어 조직을 나왔는데, 또다시 어떤 조직의 위계나 서열에 얽메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선거조직에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주군(主君)으로 모셔야 하고, 그를 위한 충성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내가 퇴직했던 이유가 사라진다. 나는 주군을 모시기보다, 그가 오히려 받들어 모셔야 할 시민이자 유권자이고 싶다.


셋째, 더 이상 자리에 대한 욕심이 없을뿐더러 그럴만한 능력이나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대개 언론인 출신이 선거캠프에 참여하는 동기를 보면 선거 후 어떤 공직을 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그렇게 크고 작은 공직을 얻어 한 자리를 차지한 이들도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은 다음 선거 때도 그에 대한 보답으로 또다시 의리와 충성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들의 선택도 존중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을뿐이다. 내가 감히 유시민 작가 같은 인물에 비교할 바는 아니나, 그가 이재명 캠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는 공명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 후보의 선거캠프 참여는 중요하고 뜻깊은 일이며 큰 책임이 따르는 행동이다.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정치와 행정에 참여해 공동의 책임을 완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저는 선거에 나가는 일도 공무원이 되는 일도 다시는 할 뜻이 없다. 제 몫의 책임을 질 의사가 없으면서 어찌 선거캠프에 몸을 담겠는가.”(유시민)


이쯤 되면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냐'고 물을 사람도 있겠다. 물론 변방의 이름없는 퇴직기자에게 거창한 영입 제안 같은 건 없었지만, 두 차례 직간접적으로 캠프참여 요청을 받은 적은 있다. 내게 연락해온 두 분 모두 내가 평소 존경해온 분이었기에 죄송한 마음을 담아 이렇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것 같으면 당연히 선배님 말씀 따르겠지만, 이것만은 안 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족 : 그렇다고 해서 내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를 적극 지지한다. 윤석열 같이 사욕에 사로잡혀 부패기득권 세력의 앞잡이가 된 망나니에게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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