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는 '인간 실험장'?

'나는 솔로'가 만든 극사실주의 실험장의 빛과 그림자

by 김경달

우연히, '촌장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발견했다.

'나는 솔로'를 제작중인 그 제작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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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차 들렀던 방송회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출연자들의 사전 인터뷰도 이 사무실에서 촬영한다고 한다.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고 최근 연상연하 특집이었던 29기 방송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실제 결혼을 하게 된 커플도 등장하는 등 화제가 많다보니 사무실 목격자체가 이채로운 느낌이었다.

화면 캡처 2026-01-25 001922.png '연상연하 특집'이었던 '나는 솔로' 29기 출연자들


이번 29기 방송은 이전 기수에 비해 좀 특이했다. 일단 초반부에는 흥미가 덜했다. 연상연하의 컨셉은 흥미로웠지만, 나이차가 제법 많다보니 실제 성사 가능성이 낮을거고 그만큼 긴장감도 떨어질거란 생각에서였다. 착각이었다. 오히려 각자의 캐릭터는 이전의 기수들 못지 않게 또렷하게 두드러졌고 후반부의 몰입감은 역시나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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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철과 정숙이 맺어지는 과정이 특히 그랬다. 5일간에 하나의 서사가 이렇게까지 완결될 수 있구나... 싶었다. 흔히 다큐를 표방한 관찰예능이라 말하지만 그 부분은 마치 '각본없는 드라마'처럼 독특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평소 '나솔'을 두고, '다큐냐 예능이냐'를 포함해 '인간 실험장 같다' 등의 다양한 대화주제가 등장하곤 한다. 관련된 내용을 한번 정리해 봤다.


한국 연애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

'나는 솔로'가 만든 극사실주의 실험장의 명암



1. 기존 연애 프로그램의 문법을 파괴한 독창적 포맷


최근 방송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애 예능 '나는 솔로'. 워낙에 유명했던 '짝'의 연출자가 새롭게 선보인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신생 ENA 채널을 떠받치는 효자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SBS Plus와 공동제작) 인기가 높아지면서 '나솔사계'와 같은 스핀오프를 비롯해, '합숙맞선' 같은 프로그램이나 조계종단의 '나는 절로' 프로젝트 등의 변주를 낳기도 했다. 물론 짝짓기를 표방하는 연애 프로그램의 역사는 길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기존 연애 방송과는 많이 다른 차별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트시그널'이나 '솔로지옥' 같은 기존 연애 프로그램들이 연예인급 외모의 출연진과 화려한 배경, 보정 필터를 통해 판타지적 로맨스를 연출했다면, '나는 솔로'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일반 직장인과 전문직, 자영업자 등 주변에서 볼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등장한다. 술에 취한 모습이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오열하는 장면까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러한 '날것(Raw)' 그 자체를 지향하는 극사실주의적 접근은 시청자들에게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진짜 연애"라는 강력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특히 연봉과 자산, 직업, 자녀 유무 등 지극히 현실적인 '결혼 조건'을 초반 자기소개 시간에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감정보다는 조건에 따라 마음이 순식간에 변하는 모습도 적나라하게 포착해낸다.



2. 한국적 결혼 시장을 반영한 사회학적 실험장


'나는 솔로'만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영수, 영호, 영식, 옥순, 영자 등의 고정된 가명 시스템이다. 이는 단순한 익명성을 넘어 캐릭터의 전형성을 부여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옥순'은 기수 내에서 가장 미모가 뛰어나거나 인기 있는 여성을, '영수'는 나이가 많거나 리더십 있는 남성을 지칭하는 식이다.


이러한 네이밍 시스템은 20기가 넘는 기수 속에서도 시청자들이 캐릭터를 쉽게 파악하고 비교 분석하는 재미를 제공한다. 서구권 프로그램들이 육체적 매력과 스킨십, 파티 문화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나는 솔로'는 철저하게 한국적 결혼 시장의 축소판 역할을 한다. 유교적 가치관과 현대적 욕망이 충돌하며 "이 사람과 평생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이 프로그램의 핵심을 이룬다.


'솔로나라'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4-5일간 지내는 참가자들은 오직 연애와 결혼이라는 하나의 목표에만 몰입하도록 설계된 환경에 놓인다. 스마트폰 사용 제한과 외부 접촉 차단 상태에서 인간의 본능과 밑바닥 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첫인상 선택과 데이트권 획득 미션을 통해 잔인할 정도로 명확한 인기 서열이 매일 갱신되며, 선택받지 못한 자가 혼자 '고독 정식'을 먹는 장면은 사회적 도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장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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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폭발적 인기와 함께 제기되는 윤리적 딜레마


이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은 양날의 검과 같은 성격을 띤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너무 완벽하지 않은 출연자들의 찌질하고 서툰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자신을 투영하며 대리 만족과 위안을 얻는다는 점이 있다. 또한 결혼관과 남녀 갈등, 경제적 조건, 비혼 문화 등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역할도 한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날것의 감정 대립은 시청자에게 강력한 자극을 제공하며, 이는 숏폼 콘텐츠로 재생산되어 바이럴되는 주된 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의 이면에는 심각한 부작용들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일반인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불링이다. 방송 편집으로 인해 특정 출연자가 '빌런'으로 낙인찍히면 국민적인 조롱과 악플 세례를 받게 되며, SNS 테러나 신상 털기 등 심각한 사생활 침해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제작진의 자극적인 편집 방식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시청률을 위해 갈등을 부추기거나 특정 발언을 맥락 없이 잘라내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악마의 편집'이 출연자를 보호하지 않고 소모품으로 취급한다는 윤리적 비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 직업과 재력으로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듯한 분위기가 물질만능주의와 인간의 상품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남녀 출연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며 성별 혐오나 갈등의 소재로 악용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나는 솔로'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실험적 성격을 띠고 있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동시에 일반인 사생활 침해와 자극적 편집이라는 윤리적 딜레마를 안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걱정스런 지적이, 그저 기성세대의 꼰대스런 시선에 불과했구나... 그렇게 귀결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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