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uchi Nov 29. 2020

[콘텐츠 다이어리] 퀸즈 갬빗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주행하기 좋은, 몰입감 높은 드라마"

정면을 응시하는 두 시선이 있다. 

숙녀는 파리의 체스 대회장에 있다. 세계 1위인 소련의 챔피언과 마주 앉아 응시중이다.

소녀는 다리 위에 서 있다. 뭔가 노려보고 있다. 교통사고로 망가진 차와 즉사한 어머니가 뒤에 있다.

(역설적이게도 엄마가 소녀에게 마지막 남긴 말은 "눈을 감아라"였다)


넷플릭스가 10월에 내놓은 7부작 오리지널 드라마, '퀸즈 갬빗(Queen's Gambit)'.

체스에 재주가 많은 한 여자(아이)의 성장드라마다. 

토요일에 시간을 달리듯, 단박에 정주행을 완료했다. 


티저 영상. 


하루가 지나고 일요일인데, 이 눈빛을 계속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다.

피로감이 크다. 그만큼 몰입감이 높았다는 얘기.

처음엔 밀착된 카메라 때문에 현장감이 좋아서 그랬나 싶었다.
이를테면 3화에서 주인공 베쓰가 체스 대회장을 향하며 계단을 오르고, 실내 공간 휘휘 둘러보고, 타운스를 만나 대화하며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오고... 그걸 그냥 원 테이크(One Take, 이어찍기)로 보여준다.   

그런데, 아니다. 그 피로는 분명 시선 때문인 듯 하다. 워낙에 강력한 탓.

전편을 붙잡고 가는 몰입감이 소녀의 시선에서 출발했고,
잊을만 하면 플래시백으로 으로 자꾸 보여주니 벗어나기 어려웠다. 

(flashback, 장면의 순간적 변화를 연속해서 보여주는 방식. 과거 회상 장면이나 긴장 고조를 보여줄 때 많이 쓰는 기법)

그 시선에 같이 빠져들어서,
경찰관을 쳐다보고, 보육원 원장을 응대하고, 관리인 샤이벌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무명의 체스 아마추어 소녀가 한계단 한계단 강적을 맞대응하며 그랜드 마스터와 노장들을 거쳐 소련의 챔피언까지 상대하기까지... 그 커다란 눈에 푹 빠져 따라잡기를 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몰입감에 있어 단연 압도적이다.
많은 이들이 비슷하게 느낀 듯. 몰아보기 한 사람이 많고, 대체로 피드백도 호평이다.


개인적으로 푹 빠진 또 다른 시선 하나. 

천장을 응시하는 눈이다. 
천장에서 체스 게임이 펼쳐지는 장면, 말이다. 

당구를 처음 배웠을 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잠자려고 누웠는데 당구공과 그걸 쳤을 때 공의 궤적이 그림처럼 펼쳐졌었다. 한동안은 사람들 머리 등 눈 앞의 사물들이 당구공으로 보이기도 했었다. 더불어 바둑의 수읽기도 겹쳐진다. 전쟁의 시나리오가 마구 펼쳐지다가 다시 새로운 시나리오로 바뀌기도 하고.. 체스와 바둑 모두 결국 고수의 역량은 빠른 시간내에 경우의 수를 최대한 많이 머릿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힘 아닐까. 그래야 가장 창의적인 묘수 즉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테니.     


배우들 연기도 좋고, 원작 내용도 탄탄하고.. 촬영 연출 등도 ‘쫀쫀하게’ 잘 한 듯 하다.


뜻 밖의 수확도 있다. 몰랐던 두 사람을 새롭게 발견한 것. 

감독 스콧 프랭크와 주연 여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 


1. 스콧 프랭크(Scott Frank, 60세)

https://en.wikipedia.org/wiki/Scott_Frank


작가의 경력이 길고 풍부해 보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각본으로 상도 수상했다는 대목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번 퀸즈 갬빗도 감독과 각본 작업을 같이 했다.

2017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Godless' 7부작도 각본/감독 역할을 했다고 나온다. 북마크!  
(참고로 이 작품은 1983년에 작가 월터 테비스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 위해 오랫동안 애 쓴 81세의 알렌 스콧이란 시나리오 작가가 있었다. 알렌은 이번 드라마에 제작자로 동참했다. 조커로 유명한 배우 히스 레저가 호주 쥬니어 체스 챔피언 출신으로 이 작품에 큰 관심을 갖고 알렌과 제작하려 했었다는 일화도 있다)   


2. 안야 테일러 조이(Anya Taylor-Joy, 24세)

미국에서 96년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스코틀랜드계 아르헨티나인이고 어머니는 스페인-남아공계 영국인이라고 한다. 출신국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국적인 외모가 나름의 아우라를 내뿜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모델 출신인데 연기자로서는 2015년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더 위치(The Witch)' 이후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고 한다. 

원래 체스를 전혀 둘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도 체스 배우기도 열중하고, 연기할 때는 스스로 체스의 고수인 것처럼 자기 최면을 걸었다고 한다. (참고로,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 많은 체스 경기 장면은 모두 실제로 거짓 연출된 장면이 아니고 실제 체스게임을 실행했다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엠마(Emma)의 주인공 엠마로도 출연했다.(요것도 북마크) 

https://www.youtube.com/watch?v=qsOwj0PR5Sk&feature=emb_logo


그리고, 퀸즈 갬빗의 음악도 좋았다. 

40곡 가량의 사운드트랙 모두 유튜브에 올라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YbMxFGXVTA

#퀸즈갬빗 #스콧프랭크 #안야테일러조이 #넷플릭스 

작가의 이전글 BTS 뮤비와 웹툰 '화장지워주는 남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