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만화와 성장드라마의 조합, 그 독특한 힘!
원작 만화를 제대로 섭렵하진 않았고 드문드문 보았기에, 설레며 기다린 작품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원작이 워낙에 호평받는 고전인데다 이번에 영화로 만든 '더퍼스트 슬램덩크' 자체의 보는 재미가 좋다는 지인들의 평이 많아 일단 예매부터 했다. 그리고, 사전 공부에 돌입했다.
유튜브의 '오덕사' 채널을 활용했다. '2시간만에 보는 슬램덩크!'
굳이 배속 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빠른 템포로 주요 장면 위주로 핵심 줄거리를 훑어주면서도 원작의 디테일을 느낄 수 있게 잘 편집해서 설명해준다.
# 좀 바쁜 사람들은 천재이승국 채널의 가이드 영상을 참고해도 좋다.
초보자 주목! '더 퍼스트 슬램덩크' 보기 전에 알면 딱 좋은 스토리 맥락과 주요 인물들 그리고 기초 농구 규칙
더빙판이 좋다고들 하는데, 아쉽게도 근처 영화관에선 자막버전만 상영해서 불가피 자막버전 보았다. 그런데 감상에 방해되지 않았고 오히려 원작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의 도입부와 말미가 아주 강렬했다.
감동 포인트가 있으며, 눈물 흘리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 이유가 이해되었다.
산왕공고와의 경기를 중심으로 만화에선 잘 다뤄지지 않았던 '송태섭'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풀어냈다. '더퍼스트'의 의미가, 앞으로 채치수와 정대만 등 다른 인물들의 개인사를 하나하나 풀어낼거란 조감도가 있다는 걸까, 그런 기대어린 생각을 해봤다.
124분의 시간이 아주 짧게 느껴질만큼 경기의 긴박감을 쫄깃하게 잘 이어갔고, 중간중간 과거를 오가는 회상씬들도 흐름을 끊을 정도는 아니고 적절했던 것 같다. 다만 회상의 비중을 조금만 줄이고 안감독과 강백호 등 주요 인물의 목소리를 조금 더 담아내 줬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은 남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영화의 말미, 경기의 피날레 장면이었다. 초반에 만화원작의 느낌을 살려 스케치샷으로 웅장한 등장을 했다면, 그 밑밥에 걸맞는 더욱 웅장한 결말로 확실하게 카타르시스를 던졌다. 본 사람은 다 공감할 듯!
슬램덩크는 전적으로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작품이다. 만화가이자, 이제 영화감독이다.
정말, 보통 인물은 아닌 듯 싶다! 그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대답에서 심쿵했다.
- 강백호의 대사를 빌리자면, “작가님의 영광의 시간은 언제인가?”.
=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선택지가 없다. 항상 ‘지금’이다.
여러 언론에서 인터뷰를 실었는데, '왜 강백호가 아니고 송태섭인가?' 질문은 공통적이었다.
-주인공이 강백호가 아니라 송태섭이라는 점에 놀란 팬들도 많았을 것 같다.
▶ 원작을 그대로 똑같이 만드는 것이 싫어서 다시 '슬램덩크'를 한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하고 싶었다. 송태섭은 만화를 연재할 당시에도 서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3학년에는 센터 채치수와 드라마가 있는 정대만, 강백호와 서태웅은 같은 1학년 라이벌 사이라서 2학년인 송태섭은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송태섭을 그리기로 했다.
원작에서 캐릭터의 가족 이야기는 잘 그려져 있지 않지만, 이번 작품에서 송태섭의 가족 이야기가 상당히 깊게 그려졌다. 연재할 때 나는 20대였기 때문에 고등학생의 관점에서 더 잘 그릴 수 있었고, 그것밖에 몰랐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시야가 넓어졌고 그리고 싶은 범위도 넓어졌다. '슬램덩크'를 그린 이후, '배가본드'나 '리얼'을 그려온 것도 영향이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에서 그린 가치관은 굉장히 심플한 것이지만, 지금의 나 자신이 관련된 이상, 원작을 그리고 난 후에 알게 된 것 '가치관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가 있어도 그 사람 나름의 답이 있다면 괜찮다'라는 관점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작품 내용도 성장드라마이지만, 작가 스스로도 성장드라마를 써가고 있다. 뭐든 진심은 통한달까, 만화가의 영화감독 첫 도전작인 셈인데... 참 대단한 인물!
주말동안 네이버웹툰에서 '가비지 타임'이란 작품을 열심히 보고 있다. '슬램덩크 못지 않다'는 댓글 반응이 상당한 작품, 막상 보니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어 정주행중이다.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703844
필명이 '2사장'인 작가가 부산중앙고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아 2019년부터 연재를 시작했고, 현재 시즌4가 이어지고 있다. 시즌3까지 140화 가까운 분량을 쏟아낸 대작이다.
북산고는 지상고, 강백호는 기상호! 그런 느낌도 드는 작품인데... 주인공 중심으로만 달리지 않고 팀원들 하나하나, 나아가 상대팀 선수들까지 다양한 고교생 선수들의 고민과 성장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특히, 감독과 코티 등 어른들의 시선도 외부자로만 놓지 않고 서로의 상호작용을 꽤 밀도있게 녹여내고 있다. 현실고증의 힘일까, 10대 스포츠선수들의 고민이 무척 생생하고 어른들의 책임감을 일깨우는 메시지도 강력해서 매번 여운이 길다.
이번 '송태섭의 슬램덩크'처럼 다양한 스토리 줄기가 골고루 뭉쳐져 떠받치면서 버티고 선 커다란 느티나무 같은 작품이다.
아울러, 간만에 웹툰 연재를 따라가다보니... 잊고 있었던 '베댓보는 재미'가 새삼 좋다. 작가가 애써서 챙겨둔 디테일들을 놓치고 넘어갈 뻔 했는데, 댓글들이 세심하게 포착해 일러주고.. 에피소드별 의미들을 되새기게 하면서 풍부한 감상을 가능하게 해준다.
아, 이 웹툰 보면서 흥미로운 걸 찾아냈다. '티맥타임'
가비지타임(Garbage Time)은 농구에서 이미 승패가 거의 판가름난 시간대를 의미한다. 작가는, 모두가 포기하는 그 시간대에 나오는 역전이 제일 멋지다고 생각해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렇게 엄청난 역전의 장면을 만들어낸 현실경기와 선수가 있었다. 2004년 토론토팀의 트레이시 맥그레이디가 샌안토니오전에서, 경기 막판 37초 동안 13득점을 올리면서 '티맥타임'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https://www.youtube.com/watch?v=DijephgKi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