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의 탄생 비화 + '타는 목마름으로'의 지상파 방송 스토리
#1 외사랑
"외사랑의 뜻이 뭐냐고 전화가 다 왔더라고. '내가 사랑하는 걸 상대방도 알지만, 이뤄질 수 없는 그런 사랑'을 말하려고 만들었다고 알려줬지. 혼자 하는 사랑이고, 외로운 사랑인게지..."
노래 만드는 이, 한돌의 이야기다. (그렇다. '홀로 아리랑' 만든 그 한돌이다)
"1984년 쯤이었지. 노래를 만들면서 '외사랑'이란 제목을 직접 만들어 붙였어. 국립국어원인가 관공서에서 전화가 와서 말 뜻을 물어봤다니까. (웃음) 짝사랑은 대개 상대방 모르게 혼자 하는 사랑을 말하잖아. 그리고 너무 흔하기도 하고. 그래서 고민 끝에 새로 단어를 만들었지."
검색을 해보았다. 기사와 대학사전 등을 출처로 해서 어엿한 표제어가 되어 있다. (한돌이란 작곡가가 만들었다는 흔적은 아예 안 보인다. 기록을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에 메모해 둔다)
이 노래는 이후 김광석이 부르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최근 '트바로티' 김호중이 에세이집에 '외사랑' 노래를 좋아한다고 적으면서, 유튜브에서 찾아 들은 이가 늘었다.
내 사랑 외로운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가요
사랑의 노래를 불러보고 싶지만
마음 하나로는 안 되나 봐요
공장의 하얀 불빛은
오늘도 그렇게 쓸쓸했지요
밤하늘에는 작은 별 하나가
내 마음같이 울고 있네요
눈물 고인 내 눈 속에
별 하나가 깜빡이네요
눈을 감으면 흘러내릴까봐
눈 못 감는 내 사랑
이룰 수 없는 내 사랑
경기도 광주(지금의 성남시)에서 부친이 운영하던 약방에서 알바하듯 일하던 시절, 매일처럼 약을 사러 드나들던 여공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외사랑'을 만들었다고 한다. 야학교사로 만난 선생님을 좋아했고 선생도 이 사실을 알았지만 그 선생은 이미 여자친구가 있어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였다고.
#2. 한돌과 주철환
벌써 3년째, 계절에 한번씩 만나는 모임이 있다. 스스로 '타래마니(노래를 캐는 사람)'이라 말하는 '한돌'과 그의 팬이자 '노래 채집가'를 자처하는 주철환작가 두 형님과의 만남이다. 필자는 80년대 후반 MBC '퀴즈 아카데미' 알바하던 인연으로 함께 자리한다. 주로 '노래' 이야기를 나누고, '퀴즈 아카데미' 추억담도 곁들인다.
80년대 후반, 예술가 '한돌'을 방송에 끌어낸 이가 주철환PD다. 그 당시 함께 '퀴즈 아카데미' 녹화 뒷풀이를 하면서 맺은 인연으로 최근의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주철환PD는 80년대 중반 MBC 사보에 '개똥벌레의 세계 인식'이란 글을 처음 기고했다. 우연히 이 사보 글을 접한 '한돌'은 편지를 쓴다. '당신은 언제 나랑 같이 목욕탕에라도 간 적이 있었느냐'라고 썼다고. 그 정도로 자신이 그 노래를 만들면서 가졌던 생각을 콕 집어내 너무도 신기했다고 한다.
최근 몇년 사이 정기적 모임을 이어가이런 세세한 얘기를 듣노라면, 마치 대중가요의 이면사를 채집하는 기분이 든다. 이 무렵 같이 만들어진 노래들이 '개똥벌레'와 '불씨' 등이다. 신형원이 부른 노래가 많다.
숱한 사연들이 있었다. 몇차례 들었지만, 이 노래들을 만들고 대중에게 알려져 사랑을 받게 된 과정 및 그 속에서 빚어진 갈등이라든지, 결과적으로 히트곡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수익을 얻은 건 별로 없었던 사연들은 정말 안타까웠다. 아래 인터뷰에 살짝 등장하기도 한다.
독도 인근 바다에서 고생하며 '홀로 아리랑'을 만든 스토리가 정겹다. 사실 이 노래는 들을 때마다 찡한 마음이 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조용필이 평양에서 부른 버전은 역사적 장면이기도 하다.
김호중의 홀로아리랑도 멋지다. 김호중 소속사에서 한돌님에게 연락이 와서 방송에 나가 부르고 싶다며 허락을 구해서 흔쾌히 답했다고 한다.
"김호중이라든지, 요즘 젊은 가수 가운데 어울릴만한 이를 찾아서.. 만드셨던 노래 가운데 어울리는 곡을 모아 리메이크 앨범을 제작해보면 좋지 않을까요?" 얘길 꺼내보기도 했다. 웃음과 함께 즐거운 브레인스토밍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사 없이 독립군으로만 활동해온 분이다보니, 프로젝트 추진의 동력이 없는 상황..ㅠ
# 김광석과 '타는 목마름으로'
'외사랑'을 김광석이 불렀다는 대화 중에 '타는 목마름으로' 이야기도 나왔다. 주철환PD가 연출한 '대학가요제'에 그는 1994년과 1995년 두 차례 출연했다고 한다.(1996년에 운명을 달리했다 ㅠ)
"진짜, 그 노래를 불러도 되나요?"
김광석씨가 되물었다고 한다.
그럴만 하다.
94년 당시 고려대에서 녹화를 했는데, 그 이전까지 '대학가요제'가 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적은 없었다고 한다. 생방송이다보니, 아마 방송 중에 돌발적인 시위가 벌어지진 않을까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주철환PD, "대학가요제인데, 당연히 캠퍼스에서 열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적극적으로 돌파하자고 설득했다. 2부에 특별공연으로 '한국대학가요사'의 일부로 '타는 목마름으로'를 넣었다.")
지상파 방송에서 '타는 목마름으로'가 전파를 탄 것은 거의 없었던, 이례적 사례인 듯 하다. 그때 비가 엄청 왔는데, 고려대 학생들도 크게 따라불렀던 그 장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유튜브 영상을 찾았다. 형님들과 함께 보았다.
따뜻한 봄날, 형님들을 다시 뵙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