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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챗GPT' & 품격 다른 '네이버 지식iN'

한국일보 2025년 8월 18일 '아침을 열며' 칼럼

by Maruchi

챗GPT가 나온 뒤, 줄곧 네이버 지식iN이 떠올랐다. 네이버 검색엔진의 성공 기반 중 제법 비중이 큰 서비스가 바로 '지식iN'이다. 정보 탐색에 있어 표제어 방식의 사전 찾아보기가 기준이던 시절에서 인터넷 도입 후 C2C, 즉 Customer to Customer로 이용자 사이에 서로 눈높이 맞는 질문과 대답이 오가니 사람들이 무척 신선하게 받아들이면서 쉽게 활성화 됐다. 그래서인지, AI 서비스가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초기 성장 곡선을 일궈내는 모습이 기시감을 주기도 한다.

OpenAI_ChatGPT_iN__image_1.png


그 둘을 연결해서 글을 써 봤다. 직접 붙였던 제목은 다소 건조한 '네이버 지식iN과 챗GPT'였다. 편집자 분께서, 글을 읽고선 '품격의 차이'라는 가치판단의 양념을 넣어주셨다. 글의 취지가 '인간적인 것'의 강조여서 자연스러울 수 있다. 다만, 지식iN 전반이 품격이 높다고 격상되고 AI 서비스가 대체로 기능적이고 비인간적이라고 격하되는 느낌을 주다보니 살짝 아쉽기도 하다. 사실 지식iN이 활성화되다보니 광고성 게시글도 넘쳐나면서 대중적 인식이 긍정 일변도는 아닌 게 현실이어서 비판적으로 보는 분도 많을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한국일보 사이트 하단 공감/비공감 표시가 평소와 달리 유난히 많이 달리고 댓글도 2개가 올라왔다. 댓글에서도 지적하듯, 네이버 지식iN이 품격이 높다고? 라는 반감의 표시로 읽힌다. 의외로 네이버 뉴스 사이트 하단에는 긍정적 피드백 분위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1809440002873

- AI로 줄어든 '지식iN' 이용률

- '사람의 손길' 정보의 중요성

- 'AI 프리'가 중요한 자산될 듯


최근 챗GPT 등 인공지능(AI) 서비스 이용이 늘면서 '네이버 지식iN' 이용률이 줄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웬만한 질문은 AI가 실시간으로 바로바로 답을 해주니, 굳이 사람이 답해주기를 기다릴 필요가 줄어드는 게 아닌가 싶다. 문득 과거 네이버에서 일하며 인터뷰했던 ‘태양신’ 한 분이 떠올랐다. 태양신은 당시 지식iN 최고 등급이었다.


‘ejalles36r’ 아이디로 활동한 그는 독학으로 컴퓨터를 공부해 OS(운영체제) 전문가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놀랍게도 그의 본업은 고속버스 운전기사였다. 서울과 포항을 매일 오가고 있었다. 바쁜 운행 중 휴게소에 들렀을 때조차도 노트북을 펴고 다른 이들의 질문에 정성껏 답변을 달았다. 그렇게 5년간 작성한 답변이 2만 개에 육박했었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열정적으로 만들었을까.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명했다. “우연히 누군가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다며 질문한 걸 보고 답변을 해줬는데, 무척 기뻐하며 감사 인사를 달았더군요. '아, 이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참 기분이 좋고 보람이 느껴졌어요." 그에게 지식 공유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었다. 막막한 상황에 놓인 누군가를 돕는 행위이자, 보람을 느끼는 인간적 소통 그 자체였다. 그의 답변에는 문제 해결법과 더불어 사람의 온기가 담겨 있었다.


현재로 돌아와 보자. 대화형 AI는 놀라운 성능으로 우리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복잡한 상담도 친절하게 받아주고, 방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요약해준다. 그 편리함은 가히 혁신적이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AI가 아무렇지 않게 지어내는 그럴듯한 거짓, 즉 '환각 현상(Hallucination)'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확신에 찬 어조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양산되면서, 인터넷이 거대한 '쓰레기 동산'이 될 거란 우려마저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AI의 한계와 피로감 속에서 마치 틈새처럼 새로운 기회가 엿보인다. 바로 '사람의 손길'을 거친, 신뢰감 있는 정보에 대한 요구다.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할수록, 사용자들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진심이 담긴 믿을 만한 정보를 갈망한다.


이는 미디어와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모든 콘텐츠를 AI로 빠르게 생산하는 양적 경쟁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사람의 전문성'과 '검증된 신뢰'를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전략도 가능하다. 'AI Free(AI가 만들지 않았음)' 혹은 'Human-Verified(사람이 검증했음)'와 같은 라벨링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 정보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직접 작성하고 검증했습니다'라는 문구는 앞으로 강력한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우리는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기계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선한 마음에서 비롯된 '사람의 정성'이다. 나아가 그 밑바탕에는 공동체의 가치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AI 시대에 가장 희소하고 값비싼 가치는, 어쩌면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사람의 온기와 진심 어린 노력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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