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이상형을 보고 냅다 행복을 빌어주는 이야기
너무 오랜만이라 반가웠고, 신기했고, 그리고 슬펐다.
아직도 내가 가슴이 콩닥콩닥 거릴 수 있구나. 아직도 나에게 ‘설렘’이라는 영역이 남아 있구나. 그 영역이 아직 죽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반가웠고.
이 나이 먹고도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그 남자의 얼굴이 계속 보고 싶어 흘낏흘낏 쳐다보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저쪽도 내가 마음에 든 건 아닐까 착각하기도 하고, 혹시라도 나를 보고 있지는 않을까 기대하며 자꾸 의식하는 내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신기했고.
지금보다 어렸을 때도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다고 냅다 가서 전화번호를 물어볼 용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미친 척하고 그쪽 제 이상형이에요,라고 고백한다고 받아 줄 미모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어쩌다 흰머리도 희끗희끗하고, 탄력 없는 피부에, 주름마저 자글자글해서 있지도 않은 용기를 낼 수도, 미친 척하고 들이댈 수도 없는, 영낙없이 차일 게 분명한 나이가 됐다고 생각하니 슬펐다.
얼굴도, 키도, 목소리도, 옷을 입는 취향까지 딱 내 스타일이었는데.
그나마 힐끗힐끗 쳐다볼 수 있는 것도 잠시.
카페가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 그 남자의 무리도, 나도 카페에서 나와 그들은 저쪽으로, 나는 이쪽으로 가면서 생각했다.
그래, 역시 우리는 가는 길도 다르구나.
내가 조금이라도 어렸다면 그 남자 뒤를 밟았을 수도 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아주 잠깐이라도 그대를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잊은 줄 알았던 떨림을 느끼게 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대, 부디 행복하세요.
언젠가 머물렀던 작은 카페에서 당신을 봤던 어느 나이 많은 여자가 잠시 그대 덕분에 설레었고, 너무너무 행복했다는 것을 그대는 결코 알 수 없겠지만.
부디 좋은 사람이길, 부디 멋진 남자이길, 부디 좋은 여자에게 사랑받는 남자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