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개 묵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가운 열정 Nov 02. 2021

[개묵상] 악착같이 마킹하기

이 세상에 집착하지 않고

산책 중이다.

꼭 마킹하는 몇몇 나무가 정해져 있다. 코너 도는 지점, 길을 건너기 직전, 돌아올 길을 위해 빵 부스러기를 흘리는 헨젤과 그레텔처럼 찔끔찔끔 자기 냄새를 남긴다. 때로는 꼭 뭘 남기려는 목적이 아니어도 오래오래 냄새를 맡으며 탐색한다. 이곳에 흔적을 남긴 다른 개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들의 성격을 짐작해본다. 만나본 적 있는 친구의 냄새가 날 때도 있다. 고지식하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맡아보고 마킹도 하는 솜이를 보면 답답하다. 




어차피 우린 곧 이사할 계획이다. 

이곳에 아무리 마킹을 한들, 여기까지 와서 산책하며 길을 익혀놓을 필요가 없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산책로를 익히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솜이의 이 행위는 매우 진지하고 예외없이 최선을 다한다. 그냥 끌고 스쳐지나가려고 하면 몸에 잔뜩 힘을 주고 버틴다. 눈치를 보다 돌아가서 꼭 마킹을 하고야 만다. 이사가고 나면 그뿐인 것을.



집착은 하지 말자.

그래도 지금에 충실은 하자. 그리고 주인이 '가자.'고 할 땐, 버티지 말고 흔쾌히 따라가자. 쫄쫄 되돌아가 기어이 다리 하나 들어올려 마킹하는 그 벽은 심지어 곧 공사가 끝나면 없어질 가벽이라구, 솜아.





요일 2:15.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치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속에 있지  아니하니 16.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 좇아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 좇아 온 것이라 17.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이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매거진의 이전글 [개묵상] 간식 얻어먹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