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먹어서 그런가, 뱃살이 통통하다. 쓸데 없는 걸 주인 닮고 그러나, 너도 나도 많이 걷긴 해야겠다. 오늘은 유기농 빵집 근처까지 걸어왔다. 온 김에 식빵이라도 좀 사가야겠다. 이러니 살이 찌지. 열심히 걸어놓고 굳이 또 빵을 산다. 솜이는 문 앞에서 딱 기다리시오. 목줄을 문 앞에 매어 둔다.
우와, 빵이다. 뇸뇸!
휘리릭, 빨리 사려던 것만 사면 좋을 텐데, 왜 빵집에 들어오면 밍기적거리게 되는 건지. 살 생각도 안 했으면서 엉기적둥기적 눈 호강을 해본다. 작은 빵 가게, 유리창으로 녀석과 서로 눈이 마주친다. 창 너머로 나만 빤히 바라보며 목을 빼던 솜이가 본격적으로 짖기 시작하는 것이다. 월월, 빨랑 나와, 월월, 나도 데리고 들어가든가, 월월, 떨어져 있기 싫다고! 징한 녀석. 하는 수 없이 급히 식빵과 앙버터를 집어들고 허겁지겁 계산대로 뛰어간다.
아이고, 나 어디 도망 안 가.
왜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 거야. 멋들어진 진돗개들이나 충직한 골드 리트버스처럼 가게 앞에 얌전히 앉아 주인님을 기다려줄 순 없는 것이냐? 조금만 떨어져도 안절부절, 산책하다 잠시 안 보여도 오두방정, 이러나 나 출근하기 시작하면 혼자 집에서 어떻게 지내려고 이러니?
잠깐 떨어져도 죽을 것 같다.
그 찰나가 영원처럼 깜깜하다. 한 순간도 떨어질 수 없는 마음. 집안에서도 내 발 밑에만 와서 앉아 있다. 설거지를 하든, 책상에 앉아 있든, 어딜 가나 내 발 밑이다.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에도 삐죽 문을 열고 얼굴을 내민다. 분리불안은 주인을 피곤하게 한다. 날 못 믿는 걸까? 주인을 신뢰하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유튜브를 보면 분리불안은 꼭 고쳐야할 문제라고들 한다. 하긴 불안이 좋을 리가 없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주인을 못 믿어서가 아닌지도 모른다.너무 주인을 좋아해서,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 게 아닐까? 분리불안은 불안이 아니라 확신인 건 아닐까? 분리는 곧 죽음이라고. 주인이 곧 생명이라고. 그게 어쩌면 '믿음'인지도 모른다. 악착같이 붙어있어야 산다고. 주인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그 좋아하는 산책도 의미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