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지 나는 알지만 짐짓 못 들은 척해본다. 졸졸 따라다닌다. 특히 먹을 걸 달라고 할 때엔 내 종아리에 자기 코를 한번씩 부딪혀온다. 날 기억해 달라고, 나 지금 좀 급하다고. 툭툭 치면서 따라오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당장 간식을 주려던 건 아니었다. 아이들 밥부터 챙겨야 한다.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양념을 넣었다 뺐다, 종종 걸음으로 주방을 돌아다니면 솜이는 침착하게 싱크대 한쪽 면에 등을 붙이고 앉아 기다린다. 아이들에게 밥을 다 차려주고 나면 슬쩍 눈치보다가 또 낑낑댄다. 이젠 좀 줄 때 되지 않았냐 하고. 그래도 아직 멀었다. 식구들 다 같이 식사를 한다. 상 밑에서 또 기다린다.
사실 밥을 달라는 건 아니다.
뼈다귀 한 조각, 그 개껌 하나만 얻어 먹으면 그뿐이다. 그래도 일이 점점 커졌다. 식구들이 식사를 끝낼 때까지 기다리다가 하나씩 접시를 싱크대에 갖다 넣는 모습을 보면 입맛을 다시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일어나 뒷정리를 시작하면 다시 코를 내 종아리에 갖다 박으며 뭐라도 하나 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결국 설거지를 끝내고 나서야 돌아본다. 아직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이쯤 되면 뭐라도 무조건 줘야할 것 같다. 개껌 주려던 걸, 내가 밥 하는 동안 배고플 것 같아서 미리 하나 줬어야 했던 걸, 이제 식구들 식사까지 다 끝나고 나서야 챙겨주게 생겼다.
그래도 끈질긴 녀석이다.
그 끈기에 탄복, 그래도 끝까지 줄 거라는 그 믿음에 탄복, 적어도 개껌 그 이상의 것으로 칭찬해주고 싶다. 오냐, 이것 받아 먹어라, 갈비탕에 있던 살점 붙은 갈비를 하나 건져 준다. 솜이 오늘 개꿀이다.
달라고 자꾸 조르면 주게 되어 있다.
얻어 먹는 맛을 알고, 혹시 지금이 아니더라도 기다렸다 얻어 먹을 줄 안다. 믿고 참고 기다리면 응답이 있을 걸 안다. 주인은 착하니까. 주인은 날 사랑하니까. 주인은 그래도 인정이 많은 사람이니까.
마 7:7.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8. 구하는 이마다 얻을 것이요 찾는 이가 찾을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 열릴 것이니라 9.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면 돌을 주며 10. 생선을 달라 하면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11.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