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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날의숲 Oct 29. 2020

너 아직도 맛집 찾아다니니?

정신 차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만나서 할 얘기가 없거나 어색하면 예전엔 날씨 얘기를 했는데 요즘은 여기 뭐가 맛있다 저기는 뭐가 유명하더라 등등 맛집 얘기를 많이 한다.


그게 가장 부담이 없다. 약속 장소도 맛집으로 선정하면 일단 시작이 부드럽다. 음식 얘기가 그런 매력이 있다.


그래서 나도 맛집 얘기를~~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는 변함없는 진리를 위해 이제는 가족 모두가 맛 평가단이 되어 음식을 찾으며, 먹으며 이렇다 저렇다 평가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고수의

입맛을 가지고 있는 가족도 아니다.

단지 이왕 사 먹는 거조 금 더 정성 있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게 좋지!라는 주의 일뿐이다.

진주 하연옥 육전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가족 구성원들이 각각의 특색이 있다.


나는 원재료에 충실한 국내산 위주의 지역적인 먹기 힘든 음식을 선호하고, 와이프는 기분 좋으면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내리는 스타일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보다는 분위기(정갈, 깔끔, 정성, 친절)를 추구한다.


첫째는 솔직히 클 때라 그런지 웬만하면 다 맛있단다. 나의 든든한 지원꾼이다. 막내가 특이하다

얘는 국밥 마니아다. 좋아하는 국밥 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국밥을 먹을 때는 볼때기가 터질라고 한다.

홍천 고등어 두부구이

우리 집의 미식회는 단순하다.

맛있다! 별론데? 이게 다다. 산해진미를 먹으러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짜증을 조금 내는 사람도 있다.

첫째 빼고...


그래서


언젠가부터 여행 또는 외출할 때 외식이 부담스럽긴 한데, 일단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핑계로 내가 먹고 싶은걸 먹는다는 태세와 태도로 하이에나처럼 이런저런 곳을 찾는다.


직장에 회식할 때도 이왕이면이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선택은 결국 다 거기서 거기다.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마다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직장 상사분은 뻔한 걸 알지만 항상 새로운 선택을 요구한다.

거기다 굽는 건 싫어한다. 누군가 구워야 하는 게 불편하단 주의다.  나름 논리적이다.


하지만 까다롭다.

통영 한일식당 흙돼지


결국 먹는 것도 기획이고 선택이다.

(기획자의 습관에서 나온 얘기)


요즘은 다이어트를 하려고 맘먹으면서 약간의 음식조절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솔직히 뭐 아무거나 먹어도 단백질이 많으면 좋고,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피하려고 한다. 그랬더니 이건 뭐 칼국수 안되지, 떡볶이 안되지, 중국음식 안되지 먹을 게 없다.


생각해보니 사실 이렇게 음식을 골라 먹게 된 데는 나름 깊은 역사가 있었다. 난 음식을 찾거나 골라 먹던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와이프는 비행기를 타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일을 했던지라, 촌놈을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누룽지탕? 누룽지를 탕으로?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 한 달은 누룽지탕만 먹은 것 같다.

신계치? 신라면 계란 치즈? 집에서 몇 번은 시연해보고,

공항 칼국수를 먹을 때는 눈물이 다 났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밸런타인데이 때는 스위스에서 종류별로 초콜릿을 한 박스 갖다 준 적도 있다.

물론 지금은 딴사람이 되었으니 기대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일이다.

 

산청 나물뷔페집

하여튼 그러면서 나의 혓바닥과 뇌 어딘가에 학습되었고, 결국 이러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티브이도 한국인의 밥상을 주로 본다. 아! 한국기행도

이런 프로그램은 음식을 통해 정다움과 따뜻함이 뭔지 보여준다.

최불암 아저씨가 오래도록 낡은 수첩을 들고 특유의 목소리로 맛있는 얘기를 해주시면 참 좋겠다.


유성 닭구이

일하는 곳에서 가끔 음식에 관련된 업무를 하다 보니 더 관심을 갖는 것도 사실인데, 점점 인스턴트식품이 대세로 변하는 걸 보면 요즘 성인이나 아이들이나 입맛이 비슷해져 가는 것 같다. 수박은 깨 먹어야 제맛인데 컵과일이라니...


천안 숯불갈비

그리고 요즘은 맛을 떠나서 음식의 역사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게 생각보다 찾기가 힘들다. 이왕 먹는 거 음식에 대한 맛 평가보다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얘기하면 의미가 있을까 해서이다. 사진 속 음식을 만드시는 사장님들과 인터뷰를 해봤어야 하는데...


건빵은 일제시대에 남겨진 공장들이 계속 돌아가면서 먹게 되었다는 얘기부터 참치 통조림은 2차 세계대전 때 청어를 대신할 단백질을 찾다 보니 참치로 만들었다는 얘기 등 잘 정리해보면 음식, 역사, 전쟁, 민족사 이렇게 거창하게 엮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뭐 이미 있으면 어쩔 수 없고.

제주도 김밥중 하나

또 하나 관심사는 제주도 음식이다.

제주도 사는 친구도 모르는 음식까지 애정 한다.


표선 어느 골목의 하얀 자작뼈국부터 매콤한 된장 베이스의 물회 봄날의 우도 홍해삼까지... 아 당근케익도..


일 년에 한 번 정도 방문하는 제주도의 애정 하는 음식점들은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진이네 횟집은 건물을 새로 지어버려서... 다시는 가지 않는다


솔직히 변하지 않기를 기대하는데 너무 변했다.


세상에 많은 것들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며 변하는데 본질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냥 약간 지저분하고, 약간 시끌벅적한 그런 모습이 그립다. 그래서 괜히 제주도 사는 친구를 만나면 그러지 말라고 갈군다.(아 이 친구 집에서 먹었던 새끼 옥돔 튀김 먹고 싶다, 서울에서 친구 왔다고 어머님은 돼지갈비를 한 가득 내놓으셨지만 반찬만 먹었던 기억이 나네)


제주도 햄버거

생각나는 대로 음식에 대한 얘기를 쓰다 보니 별건 없네!

뭐든지 공부해야 한다. 깊이가 없으니...

맛집 얘기하다 여기까지 왔네


사진들은 기억에 남을만한 정성과 특이한 맛 들을 가지고 있는 음식들이다. 브런치는 가게 이름까지 쓰는 건 어울리지 않으니 생략하고...


그래서 결국 우리 가족은 와이프의 젊은 시절 교육을 통해 학습된 나의 주도로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여행을 가면 내가 좋아하는 맛집을 찾는다.


아직 남은 올해, 내년은 직접 다양한 음식을 해보려고 한다. 분짜부터...


이 매거진 제목이 어른이 되는 순간인데 어떻게 욱여넣을까 생각해봤다.


맛집을 찾아 좋은 음식을 먹으면 가족이 생각나고, 선배가 포장해준 치킨 한 마리를 포장해서 집에 들어갈 때는 뭔가 든든하고, 얼큰한 김치찌개를 끓여줬을 때 둘째의 엄지 손가락 뭐 그런 감정 들을 느끼면 어른 아닐까?


제주도 한치물회


제주도 닭 샤브샤브
목포 해장국
양양 소고기 구운 철판에 된장찌개
화천의 송어
공주에 매운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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