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앞둔 산모이야기
어느덧 임신 8개월을 앞두고 있다. 결혼도 안한 친구들에게 임신 초기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너희들은 임신 늦게하라며 신신당부를 하며 마치 임신을 한게 세상 억울한냥 굴었다. 남편에게는 마치 너의 아이들을 이렇게 약하디 약한 내가 내 뱃속에서 키워주고 있는 마냥 갖가지 힘든 상황과 여자들이 이렇게 힘들에 임신과 출산을 겪는다며 세뇌를 해왔다. 그러면서 마치 보상이라도 받기라도 한 듯, 임산부들만 할 수 있는 태교여행, 베이비샤워까지 끝내고 만삭 사진만 남았다.
육아휴직을 1년을 막상 내고 나니 (3-4개월만 쓰고 오라는 부장의 협박아닌 협박도 있었지만; 외국계 기업이라고 다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두려움이 가득했다. 1년의 시간동안 내가 그 아이와 잘 해낼 수 있을 지, 집구석(?)에서 머리는 산발에 옷은 안갈아입은 상태로 아이와 결투를 하고 있진 않을 지, 말을 하도 안해서 입에 단내가 나진 않을 지, 더군다나 남편만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남편에게 바가지를 슥슥 긁는 TV속 아줌마가 되버리진 않을 지 말이다.
그러면서 정부 산후 도우미는 필수이고, 임신 전 몸매로 돌아가기 위해 일주일에 2번의 운동은 꼭 해야하니 아이돌보미 사이트까지 어느덧 가입해 놓았다. 1년의 시간을 잘 견뎌보자! 라는 마음이었고, 육아 중간에 돌파구와 같은 도망 방법들을 미리 알아보고 있었다.
오늘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상담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상담사 선생님과 내가 가진 각종 두려움을 이야기하였다. 선생님의 말씀은 내가 가진 증상은 요즘 젊은 산모들이 겪는 증상이라고 하셨다. 부모님의 따뜻한 보금자리 아래 받는 것이 매우 익숙한 사람, 누군가를 위해 헌신 또는 희생을 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이제 누군가를 책임지고 혼자서 해나가야 한다는 두려움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남편과 나의 가정에서의 위치를 보면, 남편은 날 챙겨주는 위치이고 나는 받는 입장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나는 그것이 남편의 사랑이라고 생각했고, 남편이 챙겨주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정의 일들, 작게는 집안일부터 크게는 이사까지. 나보다 남편이 훨씬 많이 알아보고 공부하고 관여했다. 그러다보니 남편 뒤에 서 있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고, 아이가 태어나도 왠지 남편뒤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남편이 육아를 소홀히 할 거라곤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문제였다)
이러한 얘기를 들으신 선생님은 1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짧은 시간으로 아이에 대해 애착관계를 목적으로 주도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시기이며 아이와 나 사이에 남편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충고하셨다. 사랑이든 경제적이든 받는 것이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주는 연습을 하라고 하셨다. 그래야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진심으로 소통을 할 수 있는 힘과 성숙함이 생긴다고. 아이를 전담으로 키우며 아이에게 관심을 쏟고 집중하고 애착관계를 잘 형성하는 시기가 엄마도 함께 성장하는 시기라고.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1년이라는 시기는 나에게 견뎌야 하는 시기였으며 이 시기에 어떤 목표를 두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주도적으로 주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특히 남편에게)
남편이 지치면 어떡할거에요? 다수의 남자 직장인들을 상담하다 보면 이미 지친 남자 직장인분들이 많다고 하셨다. 정글같은 분위기 속에서 회사를 다니고, 집에서는 육아와 와이프의 요구사항에 맞춰가며 사회 통념상 남자 지식인으로서의 자세를 다하다보면 다크써클이 이만큼 내려와서 찾는 경우가 많다고. 그러다 "에잇몰라" 하는 순간이 찾아 온다고.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없다. 단지 나의 삶에 대해 한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주도적으로 주는 것이 과연 연습이 필요할까? 내 아이에겐 자연스레 생기면서, 희생이라는 것을 이미 나도 모르게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현재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