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휘웅 Aug 18. 2019

4,900원 와인의 시대

역대급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이 와인이 주는 시사점을 생각해보았다.

얼마전 신문에 아주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나왔다. 모 마트에서 4,900원 와인을 출시했는데 대박이 났다는 것이다. 하루 사이에도 17,000병 가량이 판매되었는데 해당 마트 오픈 후 모든 품목을 통틀어서 하루에 17,000개가 나간 경우는 이 와인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번 이슈가 꽤나 중요하다고 판단하는데, 칠레와인 관점, 통신판매 관점, 가격 기대치 관점, 타주종과의 경쟁 관점에서 살펴보겠다. 물론 세상 모든 일에는 pro(찬성할 이슈)와 con(반대할 이슈)가 있기 때문에 이를 문단 처음에 표시하고 서술하겠다.  우선 다음의 서울신문 기사를 읽어보자.    


http://bitly.kr/cZe33N (서울신문)


1. 칠레 와인/스페인 와인의 국내 시장 점유율

(pro) 2019년 칠레와인의 통관량은 상당히 늘었는데, 2018년은 그간 정체된 물량의 소진과 계약 물량이 핵심이었다면 2019년 여름 들어 늘어나기 시작한 물량은 이 와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약 물량이 100만병이면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 칠레와인은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27~29% 후반대의 위치를 오고 갔었다. 2019년 7월까지 누적 점유율은 30%를 약간 넘었는데 저가와인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통해서 시장에서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사상 최대치를 보여주는 칠레와인의 시장 점유율은 더 이상 국내에서 저가 부문은 시장을 평정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관점에서 금번 스페인산 와인도 함께 들어왔는데 이 와인도 역시 스페인 와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가격에서 승기를 잡았기 때문에 이제 이 와인이 생각할 수 있는 사항은 다른 주종과의 경쟁이지, 와인시장 내에는 적수가 없을 것이라 판단한다.   

      

2. 통신판매와의 상관관계

(con) 이유는 단순한데, 신문 기사를 조금 인용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4900원 와인’은 결국 수익 창출 목적보다는 온라인 쇼핑에 주도권을 넘겨준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통주를 제외한 술은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상품이다. 이 관계자는 “사람들이 일단 마트에 오게 만들기 위해서는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어야 하고, 이것이 4900원 와인 탄생을 이끌었다”고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실제로 이마트를 방문한 고객 수는 전월 대비 10% 증가했으며, 객단가도 3.4% 상승하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출처: 서울신문, 상기 참조 기사 ]

이 경우를 살펴본다면 시장 주도권을 쥔 대형 수입사들은 통신판매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모든 와인을 살펴보고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면 누가 대형마트에 방문할 것인가?

통신판매는 중견수입사, 그리고 중소, 개인 수입사나 숍들이 희망하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국세청 고시에서 통신 판매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그 시장 파급력이 약할 것이다. 대형 수입사들은 일부 부티크 와인에 대한 통신판매를 지원하겠으나,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통신판매의 시장점유율은 4%다.(실리콘밸리 은행 시장 분석) 대부분 리테일로 주류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데일리 와인을 통신판매로 구매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고 애호가들이 희망하는 고가 와인들을 싸게 구하는 채널로서 통신판매가 잡힐 것이다. 그래서 이번 일을 통하여 통신판매는 허용된다 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다.   

       

3. 소비자들의 데일리 와인 가격에 대한 기대치

(pro) 지금까지 많은 와인 가격 파괴에 대한 시도가 있어 왔으나 찻잔속의 태풍이었다. 와인 애호가들 관점에서 가격을 비교하는 수준이었으며 맥주나 소주 소비자를 와인으로 끌어들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파이니스트 시리즈와 같이 품질이 매우 뛰어나고 가격이 합리적이라 한들 소비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번 일을 통해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일반적인 와인 가격에 대한 기대치를 확인하는 것이 되었다.

(con) 문제는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낮아졌기 때문에 물량 면에서는 시장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나 수익 관점에서는 전혀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특히, 물량으로 경쟁하는 수입사 시장에 있어서는 그러할 것이다. 시장이 물량 중심 시장과 품질 중심 시장으로 구분될 것인데, 특히 6천원~1만원 중반대 와인들은 시장에서 상당히 고전할 것이고, 그 영향은 2~3만원때까지 파급될 것이다. 소비자는 2만원짜리 와인이 이전에는 싸게 보였으나 이제는 2만원이면 4병의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데 왜 2만원짜리 와인을 선택하겠는가? 일정기간 상당부분 마트부문 와인시장이 요동칠 것은 자명하다. 

   

4. 타 주종과의 시장 경쟁

(pro) 와인이 다른 술의 시장, 특히 소주 시장을 뺏어올 확률이 매우 높다. 상대적으로 혼밥 혼술, 홈파티 등 집에서 즐기는 시장이 늘어나고 있는 입장에서 집으로 소주를 사들고 가는 연령대는 자꾸만 높아지고 있다. 젊은층이 집에 소주를 재워놓고 먹는 일은 많지 않다. 젊은 층은 이 와인에서 어떤 희망 같은 것을 볼 것이다. 가벼운 지갑에 하루 광역버스 교통비 정도의 비용으로 마실 수 있는 와인은 큰 매력일 것이다. 한 끼 식사가 7~8천원을 훌쩍 넘기는 시대에 이 와인이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     



향후 전망

향후 전망에 있어서 나는 금번 이슈가 중장기적으로는 수입와인시장 전체의 외연 확대와 함께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본다. 이 와인을 매일 마시던 소비자는 절대로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와인을 마중물로 하여 점차로 와인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와인에 대한 소비를 늘리게 될 것이다. 내가 마셔본 이 와인의 품질 역시 나쁘지 않다. 어지간한 1만원 미만대 와인에서도 순위를 꼽자면 이 와인의 순위는 예상보다 높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이 와인의 맛에서 그 이상의 가격 와인들의 품질을 따지게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처럼 4~5달러대(우리돈 7천원 미만대), 9~10달러(우리돈 1.2~1.4만원대) 그리고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자율 경쟁시장으로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와인의 세금이 종량세가 된다면 이러한 부문에 미칠 영향은 더욱 상대적으로 커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핵심은 이 와인이 시장 성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했던 물량과 외형 문제를 해결해줄 실마리를 주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층이 넓어진다는 것은 수입사들 관점에서는 큰 기회이자 도전이다. 물론 소비자의 층이 넓어졌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분명한 이익이니, 앞으로 시장 상황을 관전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이 와인의 칠레 버전에 대한 내 간단한 시음노트로 글을 마무리 한다.     


Dos Copas Cabernet Sauvignon 2018

49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 배제하더라도 나쁘지 않은 품질이다. 딸기즙의 느낌, 그리고 약간의 체리, 이후로 전해지는 숨겨진 산도를 잘 표현했는데, 이 덕분에 소비자들이 마셨을 때 거부감을 느낄 부분이 많지 않게 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편성과 보급성을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게 다듬은 와인이다. 산도를 잘 통제하고 향의 느낌이나 보디감이 이 부분들을 덮어주기 때문에 큰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아로마도 어느 정도 담아서 여성들도 부담감 없이 접할 수 있다. 개봉하면 냉장고 보관 3일까지는 마실 수 있는 아로마 상태를 유지한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와인 전시회의 효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