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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May 20. 2020

2020년 한국 수입와인시장 중간점검

해마다 칼럼으로 올해의 와인 시장에 대해서 조망하는 칼럼을 올렸다. 2020년은 여러 사정이 있었겠으나 개인 일정이 여럿 있어서 미처 시장 분석 칼럼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 더 솔직한 대답이 될 것 같다. 시장 분석에 대한 정리된 내용을 받고자 했던 이들에게는 사과의 뜻을 전한다. 대신 현 시점, 1분기가 지나고 4월까지 지나오면서 우리는 미증유(未曾有)의 사태에 직면하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여러 현상들을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코로나-19는 약 100년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 이상의 영향을 주고 있다. 당시는 의료 수준이 지금보다 많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이동수단이 지금에 비해서 많이 부족했고, 그 덕분에 확산 속도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인구의 수나 경제 규모 역시 지금에 비해서는 차이가 많다. 반면 지금은 인구의 수도 월등하게 늘었을 뿐만 아니라, 비행기와 같은 이동수단의 발달로 인해 전염병의 전달력은 매우 높아진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과거에 비해 바이러스가 시장에 던지는 영향력은 과거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다시 예전과 같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라는 말을 보더라도, 어쩌면 이제 새로운 시장 상황에 대면해야 할 것이라 판단된다. 2019년은 2018년 만큼은 아니지만 와인 시장이 성장했다. 특히 하반기에 나타난 4,900원 와인의 시장 파급 효과는 통계에도 나타날 정도였다. 이를 기폭제로 하여 소비자들이 와인에 많이 유입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점은, 이 와인 하나로 마무리 되었어야 하는데 너도나도 다 4,900원짜리 와인을 무리해서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하던 현상(소비자들이 와인 가격에 대해서 이 것이 정상이라고 판단하는 것, 다른 와인이 폭리를 취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지는 것, 고가 와인 판매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일어날 확률이 높게 되었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든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 간략하게 언급해본다.


1. 소득 감소로 인한 와인 소비 감소 요인


코로나시대의 핵심은 실업이다. 경제적 충격, 그리고 지금까지 인텔리, 고급 직종/안정적 직종으로 알려졌던 산업군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특히 항공산업은 치명적 결과를 갖고 왔다. 항공산업은 리스와 같은 금융 분야 뿐만 아니라 항공기 제조업, 항공지상관제 관련 기업, 케이터링 관련업, 여행산업 등 그 파급 환경이 일파만파다. 최고의 안정적 직장으로 알려졌던 파일럿이나 승무원마저 생계를 걱정해야 하니, 이번 일의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소득이 줄어들면 사람들이 무엇을 줄일까? 쌀이나 라면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화장실 휴지도 줄일 수 없다. 즉, 줄일 수 없는 것 이외의 것을 줄이게 될 것이다. 그 중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술에 대한 지출일 것이다. 애연가는 중독/금단 증상 때문에 소득이 줄어도 담배를 피우겠지만, 술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대체재도 많다. 와인을 마시던 사람은 맥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러한 요인은 와인 소비를 줄이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외식도 덜 하기 때문에 외식 부문(온마켓)의 와인 매출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 영향이 어느정도일지는 지금 파악이 안되지만 많은 레스토랑들의 경기도 매우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어 그 현상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2. 줄어든 이동성과 와인 소비 증가 요인


줄어든 이동성, 집에서 머무는 시간의 증가, 언택트라는 신조어에 따른 경향은 사람들이 더 많은 술을 소비하게 만드는 경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 다만 전체 술 시장의 관점에서는 매장에서 소비하는 술의 비중도 매우 높기 때문에(특히 소주와 병맥주), 전체 술 소비량의 특징은 2021년에 발표되는 국세청 주세통계를 살펴보는 수 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점차 집에서 소주는 잘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스키는 시장에서 이미 비중이 낮아졌고, 위스키는 술의 특징상 한 번에 다 마시기는 어렵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맥주의 소비는 이미 상당히 시장의 주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별달리 이견을 달 부분은 없다. 이러한 변화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와인이다. 와인은 어떤 형태로든 늘어날 것이다. 집에 있으면 가족과 같이 있어야 하며 부부가 함께 있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부부가 있는 집, 그리고 어느 정도 학교를 다니는 경우에는 소줏잔을 들이키는 아버지를 보는 것 보다는 와인잔을 들이키는 아버지를 보는게 더 좋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경우든 집에서 와인을 소비하는 경우는 늘어나는 추세이며, 소비 증가를 이끌 확률이 매우 높다.


3. 생산지 관점의 와인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국가간 이동이 제한되기 시작하면서 와인을 생산하고 지원하기 위한 저렴한 인건비의 노동력 이동에 많은 제약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 관리 등에도 외출 금지 명령이 내려지니 포도밭들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얼마전 스카이프를 이용하여 한 포도원과 원격 컨퍼런싱 테이스팅을 한 적이 있다. 색다른 경험이었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앞으로 세상이 이런 언택트 관점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바인이나 빈이탤리 같이 대규모 전시회에서 바로바로 시음하는 관점 보다 네고시앙이나 현지 와인 발굴 인력들이 와인을 찾아서 고객을 연결해주고 국내에 매칭 에이전트가 생기는 형태가 되어가지 않을까 판단된다.


그런 만큼 와인 거래에 있어서 비용 상승이 예상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와인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4. 2020년 한국 수입와인시장은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되고 난 이후 의외로 소비자들의 고급 소비 성향이 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편의점에서도 예상 외로 와인이 잘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 이후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글로벌 공급망은 연결되어 있다. 외국의 포도 생산이 한국에 영향을 준다. 서로간에 연결된 환경에서 우리만 소비가 는다고, 줄어든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2020년 1분기는 수입 물량에서 상당히 선방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4월의 경우 역대 최대치가 수입되었다. 5월 가정의 달 수요 등 여러 가지가 겹쳤다고 하나, 현재까지는 잘 견뎌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하반기는 재난소득 소비 기간이 끝나고, 여러 기업들, 특히 한계기업들이 도산하는 경우에는 시장 상황이 상당히 거칠어질 확률이 높다. 기존에 생각했던 시장 특성은 모조리 무시해야 할 정도로 시장 대응 방안에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처럼 시장이 늘어날지 줄어들지 예측하기 어려운 해는 없는 것 같다. 초기 보고서는 성장에 한 표를 걸었는데, 내년 보고서에서 다시 가장 중요한 지표를 틀렸다는 부끄러운 결과를 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경우든 우리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를 지나야만 평소의 즐거운 와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세상을 떠난 수 많은 코로나19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전세계가 코로나19의 위기를 빨리 극복하여 국가간 이동이 자유로워지기를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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