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휘웅 Apr 11. 2020

정부는 주류 통신판매를 허용하라

뭐든 규정은 단순한 것이 좋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반화라는 관점을 택하는데, 일반화의 최대 결점은 이 것이 보편타당하고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 경우 오히려 세부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법이 이러한 구조를 갖고 있다. 법 아래 시행령, 시행규칙이 있다. 법이 일반화 시킨 큰 틀을 만들어낸다면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디테일을 만들어낸다. 법이 바뀌면 이에 따라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줄줄이 사탕으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대한민국 술 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 제도와 기관은 어디일까? 와인업계 삼척동자라도 알겠지만 바로 국세청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행정 업무에서도 주류에 관한 모든 업무는 국세청의 소관이다. 주류에 대한 판매허가와 세수확보 전반을 잡고 있기 때문에 국세청은 한국의 주류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술에 대해서 전세계적인 트렌드는 면허를 국가가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술은 장점 만큼 폐해도 많기 때문에 모든 국가들이 규제 중심의 제도로 일관하고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면허는 국가마다 주관이 좀 다르다는 것이다.


출처:  박명호 외(2007) 우리나라와 주요국의 주세 및 주류행정에 대한 고찰, 세법연구센터 한국조세연구원


와인의 통신판매 등에 대한 것도 결국 면허의 이슈다. 왜냐하면 규제이기 때문이다. 면허는 정부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원초적 규제 수단이다. 사업권에 대한 가부를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니, 이 얼마나 강력한 수단인가? 국세청은 세금을 걷는 것에 특화된 조직이다. 즉, 세금을 얼마나 잘 걷을 수 있느냐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 그러나 주류에 대한 이해도는 매번 담당과장이나 담당자가 바뀌기 때문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도 교통분야, 국토관리 및 건설분야, 부동산 분야는 거의 다른 부처처럼 움직인다. 주류도 15조나 되고 국세 비중은 적지만 그래도 면허라는 민생과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곳이 국세청이다. 게다가 주류 판매 면허 등은 세무서에서 형식적으로 발급되고 있다.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질리 없고, 규정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이어서 오히려 주류를 판매하는 일선에서는 혼란이 더 많다고 이야기한다.


통신판매의 허용, 결제 시스템에 대한 방법, 나아가 이에 대한 면허 부여 등은 요즘 시절로 보았을 때 국세청의 권한이 아니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성이 없고 그 때 그 때 땜질식으로 제도를 약간씩 바뀌다 보니 제도는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예를 들어 통신판매는 허용하되 전통주만 한다. 종량세를 도입하는데 맥주만 한다. 온라인 결제를 허용하는데 규정은 이러이러하다. 즉 ~~하는데 하면서 거기에는 다시 제약이 붙는다. 예외조건이 많아지면 일반화가 어렵고 나중에 이 꼬인 것을 풀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계속 누더기를 만드니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에서는 죽을 맛이다. 현장 사정을 잘 모르고 대충 간담회를 연 다음 디테일로 들어가보니 자신들도 인식하지 못한 수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세무서 입장에서는 이런 이상한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언젠가 다시 벌금 폭탄을 던질 확률이 높다. 민간에서 아우성을 치면 일단 벌금 내고 이의 제기하라고 할 것이다. 모호한 규정에 대해서 단속을 하면 언제나 기관이 갑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온라인 결제 허용으로 사실상 통신판매 금지라는 규정은 사문화 되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결제 하고 누가 귀찮게 와인 받으러 가겠는가? 특히 숍과 같은 곳은 직접 가서 가져가려 하겠는가? 당연히 전화 해서 택배로 보내라 할 것이다. 숍들은 택배를 보내면서 착불로 하여 자체 지출을 만들지 않고 규정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숍들이 별도의 택배 사업자를 만들어 두고 그 사업자로 택배 영수증을 발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이제 통신판매 금지 규정은 사문화 되었다. 일반화 시키자면 주류 통신판매 금지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누더기 제도가 그나마 일반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지름길 아니겠는가?


국가가 국민을 살기 편하게 해주는 가장 빠른 방법은 제도를 쉽고 단순한 규칙으로 만들어 누구나 법을 잘 따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것이 국가의 역할 아니던가? 다시 요구한다. 정부는 사문화된 온라인 주류 통신판매 금지 규정을 폐지하라. 배달앱에서도 꼼수가 없어지고 오히려 더 많은 신규 비즈니스,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 마음속의 시음 적기는 언제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