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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Jun 07. 2020

통계의 함정과 와인 통신판매


1964년 11월 30일, 대한민국은 수출 1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를 기념해서 정부에서는 11월 30일을 ‘수출의 날’로 지정했다. 이후 1990년부터는 ‘무역의 날’로 바꾸고 2012년부터는 날짜로 12월 5일로 변경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수출 금액은 총 5,422억 달러로 1964년을 비교해본다면 5,422배 증가했다. 증가율을 따지자면 5,422%가 되는 셈이다. 우리가 자주 이야기 하는 것이 성장률을 논한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1개를 팔다가 2개를 팔았다. 증가율은 몇%인가? 당연히 100%다. 2개를 팔면서 증가율을 100%로 유지하려면 1개를 팔아서는 안되며 2개를 팔아야 한다. 만약 1개씩 계속 늘어났다면 실제 개수는 1개, 2개, 3개...로 늘어나겠지만 증가율은 100%, 50% 33%...로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통계는 우리 생활에서 빼먹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거꾸로 보자면 이처럼 통계는 우리 눈에 착시효과를 주는 결과를 자주 만들어낸다. 코로나-19사태와 일련의 사건들로 언택트, 재난소득 등의 이슈가 나오면서 언론에는 편의점 와인 매출이 700%가 늘었다는 제목들을 보았다. 일반적으로 전체 규모가 작을 때에는 변동폭이 크다. 반대로 전체 규모가 클 때에는 변동폭이 크다. 이러한 기사들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돈 받으니 고급 소비를 하느냐 하는 비난 여론도 있을 수 있고, 홈술을 하는데 소주를 마실 수는 없지 않느냐 하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와인 유통 관련 종사자들은 편의점에 모든 와인을 다룰 수 없으니 결국 유통력이 상대적으로 큰 수입사들만이 이익을 볼 것이라는 논리도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의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 점이 있는데, 최근 국세청에서 온라인으로 주류에 대한 결제를 허용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수입사에서 직접 와인을 택배 혹은 다른 수단을 이용하여 배송하는 것에 대해서도 허용하게 되었다. 이 것이 의미하는 바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몇 가지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참고하기 용이하도록 개조체로 기술하겠다.)


1. 온라인의 효과는 제한적이나, 의외의 시장이 발생 가능

통신판매가 허용된 국가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온라인 와인 시장은 전체의 약 4%로 추산됨(SVB 자료 참고)

그러나 이 것은 지금까지의 통계일 뿐, 와인을 온라인으로 결제하고 수입사가 직접 딜리버리를 하는 방식의 모델이 안정화 될 경우 무거운 것을 들기 힘들어 하는 여성 소비자들의 와인 구매를 더욱 가속화 할 가능성이 높음

마켓 컬리 및 배달의 민족 등 딜리버리 인프라가 매우 잘 잡힌 앱 환경이 확충된 소비자 수를 무기로 신선식품 배달하듯 새벽배송에 나설 경우 시장의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임

이 경우 유통 물량과 희소성을 무기로 새로운 유통 강자가 발생할 확률이 높음

레스토랑이나 숍들이 와인 딜리버리의 유통 허브가 되고 통합된 유통 전산망이 생길 확률이 높음(어느 숍에 어느 와인이 몇 병 있는지 확인해주는 통합 서비스)


2. 수입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

수입사들은 기존에 대리점을 기반으로 숍, 호텔, 레스토랑 등에 와인을 공급하던 단조로운 배달 기반 서비스를 벗어나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와인을 유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시작할 수 있음

수입사들은 기존 유통망과 차별화 하여 소비자들에게 극소량 수입 와인 등에 대해서 직접 유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며, 특히 1~2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수입사들에게 더욱 큰 유통 가능성을 열어주게 될 것임

숍/대리점 등과의 관계에서 어느 와인을 어느 물량만큼 공급해야 할지에 대해서 수입사 관점에서는 더욱 고민거리가 많아지게 될 것임


3. 대형 유통망은 여전히 오프라인에 집중

온라인의 효과는 전체 와인시장으로 볼 때에는 큰 분량을 차지하지 못할 것임

특히 대형 마트의 경우에는 여전히 맥주나 소주의 경우 통신 판매가 불가하기 때문에 주류는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 밖에 없음

백화점 역시 특정 수입사와 계약 관계, 매장 전체 차원에서 추진되는 프로모션 계획 등 큰 틀의 기획이 중심을 잡기 때문에 움직임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음

대형 유통망은 주류 유통 관점 보다는 보다 큰 비즈니스 목적에 의해 움직일 수 밖에 없고, 현재의 온라인 시장에 대한 접근은 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구색을 발빠르게 대응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룹 전체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적 도구로 간주할 확률이 높음

실제 매출은 오프라인에서 달성하고, 점차로 온라인 영역을 확대해 나아가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판단됨


4.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극소량 수입 와인

생산자들이 와인을 수출할 때 물량으로 커버하는 와인과 함께 극소량으로 커버하는 와인들이 모두 존재하는데, 일반적으로 극소량으로 남는 와인들은 수입사들의 재고 관리에 큰 어려움을 주는 와인이자, 판매에도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많음

이러한 와인들을 온라인으로 홍보하고 결제할 수 있게 지원함으로써 소비자들은 더욱 다양한 와인들을 확인하고,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이 탄생하게 됨

수입사들은 기존 제품 목록에 온라인 전용 판매 목록을 내세우고, 이 와인들에 대한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온라인 결제를 유도할 수 있음

결제는 온라인으로 싸게 해서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며, 입소문을 통하여 제한된 회원에 대해서만 접근 가능한 방을 만들어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임

SNS 기반으로 홍보되는 몇몇 와인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을 것이며, 수입사들은 좀 더 소량/희귀 와인들의 수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어 와인의 다양성이 커질 것으로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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