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휘웅 Jun 07. 2020

은둔의 피노 성지, 독일 아르(Ahr)지역

피노 누아르를 만드는 독일에서 가장 작은 와인 생산지역

와인을 마시다 보면 브랜드화를 잘 시킨 지역은 금방 뜬다. 특히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지역은 국제 시세도 많이 오르고, 그 동네의 스타 포도원이 등장하기도 한다. 2019년 한국 수입와인시장 분석을 하다 보니, 독일 와인이 국내에서는 엄청나게 밀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레드(피노 누아르)의 경우에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로 전멸했다고 볼 수 있었다. 문득 생각하니 우리가 생각하는 독일의 소위 슈페트부르군더(Spatburgunder)로 알려진 피노 누아르는 과거 마르쿠스 몰리터(Markus Moliter) 등과 같은 일부 생산자들의 것이 소개되곤 하였다. 다만 그 특징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부르고뉴의 것과는 달라서 색이 로제에 가까울 정도로 밝은 색상이고 알코올의 도수도 낮은 경우가 많았다. 이는 독일의 지리적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인데, 일조량과 기후가 타 지역에 비해서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일에도 제대로 된 피노 누아르를 만들어내는 매우 작은 지역이 있다. 바로 아르(Ahr)지역이다. 아르지역은 라인강의 지류인 아르 강 주변에 생성되어 있는 와인 생산지역이다. 역사적으로는 서기 8~900년 경에 이 곳에 포도밭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대단히 오래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의 와인 아펠라시옹은 총 13개가 있다. 마치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세부 분할이 되는데,  Bereich (district), Großlage (collective vineyard site) and Einzellage (individual vineyard site). 그로스라게는 프랑스의 빌라주급이라고 보아도 되는 곳이라 생각하면 편리할 것이다. 다음의 표에서도 아르 지역은 이름이 알려진 것에 비해 매우 규모가 적은 곳으로써 국내에서도 쉽게 접하기는 어려운 지역의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이 곳은 생산량의 86%가 레드 와인이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리슬링”의 지역은 아니다. 이미 이 지역을 2016년 4월에 방문했었는데, 소개하는 글이 너무 늦은 감은 있는 듯 싶다.     


독일의 아펠라시옹(출처: https://www.germanwines.de/)

2016년 내가 방문했던 아르 지역의 생산자들은 극악학 자연 조건에 따른 소량 생산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훌륭한 슈페트부르군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르 지역은 매우 좁다. 라인가우나 모젤 지역에 비해서 훨씬 외진 곳에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수도 적다. 그러나 내가 시음했던 와인들은 대부분 알코올 도수가 14도가 날 정도로 응집력이 대단했다. 이는 단어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그 뜻이 늦게 익는 피노라는 뜻이다.(late (spät) ripening Pinot (burgunder), 출처: https://www.germanwines.de/) 참고로 이 지역에서 조생종은 프로이부르군더(Fruhburgunder)라 부르며, 생산량은 매우 적다. 피노 누아르의 변종으로 보고 있으나 피노 누아르는 아니다. 맛은 피노 누아르와 비슷하나 좀 어리고 옅은 느낌을 준다. 결론적으로 늦게 수확하게 되는데 지역적 특성상 10월이 되어야 수확이 가능하다. 그만큼 비나 여러 기후적 악조건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서 좋은 품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아르지역에 대한 소개는 wine-folly에도 자세히 나와 있다.


토양의 특징은 검은 슬레이트 형태라는 점이다. 이는 배수가 잘 되는 특징을 띠고 있는데, 덕분에 응집력 있는 와인이 생산될 수 있다. 그리고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에 좀 더 강건하면서도 집중도가 있는 와인을 만나볼 수 있다. 1980년대까지는 로제에 가까운 옅은 화이트를 생산했었으나, 이후 스타일의 변화를 주기 시작하여 지금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생산량이 적다 보니 국내에도 아직 수입된 경우는 구경해본 적은 없다. 2016년 당시 방문한 파울 슈마허(Paul Schmacher) 포도원의 전경과 마을 전경 일부를 사진으로 소개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총 세 가지의 토양 구조가 섞여 있으며 배수가 잘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와인 이름은 마음대로 부르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