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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May 16. 2021

와인 숍을 창업하려면

주변에 와인 숍이 많이 생기고 있다


와인 이야기가 언론에서도 종종 나오고 여기저기 와인을 즐긴다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위 “와린이”라는 와인 초심자도 급증하여 와인 시장에 활력을 주고 있다. 덕분에 자주 듣는 소문은 치킨집만큼이나 와인 숍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러나 어떤 업종이든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뛰어들었다가는 망하기에 십상이다. 자영업의 세계는 정글과 같은 환경이라서 충분한 전략을 마련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1. 모든 사업은 같다.

모든 사업은 동일하다. 국세청에서 지정하는 세법 관련된 사항을 충실하게 숙지해야 한다. 행정적인 절차 등에 있어서 기본적인 법규와 절차를 따르는 것은 모든 사업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사업에 기본이 되는 사항들은 철저하게 챙겨야 하며 이것은 어느 자영업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니 이 커멘트로 마무리한다. “더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2. IT와 섬세한 재고 관리는 필수

와인은 소량 다품종 제품이기 때문에 재고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혹자는 슈퍼마켓의 물품이 훨씬 다양하고 관리가 어렵지 않냐고 되물을 것이다. 물론 슈퍼마켓의 물품이 월등하게 다양하다. 그러나 단가는 와인보다 낮다. 즉, 와인은 한 병의 단가가 아무리 싸다 하더라도 생핌품에 비해서는 비싸다. 그리고 레이블의 모양이 비슷하거나, 심지어는 구석에 작게 쓰여진 글자 하나에 따라서 가격이 낮게는 몇만 원에서 높게는 수 십만 원 차이가 난다. 만약 재고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실수로 고가의 와인에 저가의 태그를 붙여두거나 바코드를 기록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매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POS 기기를 통한 제품 관리를 해야 하는데, 제품의 이름 기록(한글-원문 병기) 부분에 있어서 도입시 단가에 대한 기록도 엑셀로 명확하게 남겨두어야 한다. 이는 수입할 때마다 와인들의 가격이 변하는 것이 많으므로 인기 와인의 경우 가격이 오를 확률도 꽤 높다. 만약 도입시 단가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좋은 와인을 헐값에 팔아버리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바코드와 제품명에 대한 한글 표기, 빈티지에 대한 명기 등을 빼먹어서는 안 된다. 특히 보르도 와인의 경우에는 연도별로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는 필수다. 와인만큼 POS나 전산에서 관리해야 하는 정보가 중요한 업종은 많지 않으니, 이 부분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입고시 제품명, 입고가, 한글명과 원문 명의 병기, 빈티지의 명기, 이 네 값의 바코드 값 연결, 이 네 가지 사항은 전산 환경과 POS 환경에 필수적인 사항이며, 이것만 잘 관리되어도 이미 숍 운영의 반은 해결된 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운영하다 보면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알게 된다.


3. 시작도 고객리스트, 마지막도 고객리스트

와인 숍을 처음 여는 사람이라면 직원이나 유명한 숍 매니저들을 채용해서 운영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물론 초기에 매출이 늘 수는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와인은 철저하게 고객과의 접점을 통하여 서서히 내 영역을 늘려가는 사업이다. 슈퍼마켓 단골 관리와는 다른 동반자적 관리가 필요한 것이 와인 숍이다. 그러므로 고객 응대와 고객에게 새로운 정보들을 알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업무는 곧 고객리스트로 확장되는데, 숍 매니저를 두게 된다면 그들의 고객리스트로 처음 장사를 할 수 있으나 절대로 주인에게는 공유되지 않는다. 와인만큼 고객과 유대감이 중요한 장사가 없다. 고객들과 충분한 유대관계를 이끌기 위해서는 숍의 주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 만약 직원을 뽑는다면 물건을 옮기거나 하는 일반적 업무를 맡기게 하는 것이 좋고, 와인을 가르쳐줄 때는 데일리 와인 정도를 팔 수 있는 수준으로 가르치며, 그 이상은 본인이 관심 있으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고객 대응은 무조건 창업자가 직접 챙기는 것이 가장 좋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4. 굳이 업장을 화려하게 할 이유는 없다.

고객들에게는 와인의 보관상태가 더 중요하다. 와인을 잘 진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와인의 보관 온도를 얼마만큼 잘 지키도록 해두느냐 하는 것은 운영 이상으로 중요하다. 셀러 안에 아무나 들어가게 하는 것도 겨울의 경우에는 허용하나 여름과 같이 온도가 높은 시기에는 적당히 제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고가 와인은 라벨의 손상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치기에 라벨이 손상되지 않도록 필름을 붙여두는 방법도 좋다. 업장의 화려함 보다는 와인 자체의 보관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를 고객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와인 숍의 주인공은 와인이다. 업장에서 와인을 시음하게 미니바를 만들까 등등 창업시에는 별별 아이디어를 다 내지만, 와입 숍의 주인공은 와인이고, 와인이 잘 보관될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와인이 잘 눈에 띄고도 보관이 잘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당연히 여름철에도 업장 내는 서늘하게 해야 하며 에어컨 비용은 각오해야 한다. 시작도 와인의 보관, 끝도 와인의 보관임을 늘 잊어서는 안 된다. 화려한 실내장식, 밝은 조명, 이런 것은 와인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5. 시작도 가격, 마지막도 가격 + 수입사와의 관계

숍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매출이 올라야 한다. 아무리 보관 잘 되어도 가격이 다른 숍이나 다른 곳에 비해서 비싸면 고객은 냉정하게 발길을 돌린다. 상시적 할인은 이제 소비자들 사이에 학습 효과가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고객리스트와 연계된 사항으로써 특별히 철저하게 관리되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와인 수입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그들과 합의된 가격으로 와인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 정책에서 가장 핵심 사항은 어차피 공급사와 가격 협상력에 달려 있는데, 인기 아이템에 대해서는 주로 수입사가 좀 더 강한 권한을 갖고, 비인기 아이템에 대해서는 주로 숍이 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이 때 숨어있는 비인기 아이템 중 아주 멋진 와인들을 찾아내는 것이 숍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늘 수입사의 리스트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지역과 가격, 고객들의 취향을 분석하여 혹시라도 오랫동안 가격은 저렴한데 리스트에 오래 남은 와인이 있다면 수입사로 문의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해당 와인에 대한 정보를 받아본다. 그 정보를 토대로 살펴보면 팔기에 좋은 설명이나 판매 초점이 발생한다. 수입사는 좋은 와인을 알아주는 숍 주인에 대해서 더 좋은 거래를 제안할 수 있고, 숍은 숍만의 특별한 아이템을 확보할 수 있기에 서로 상호승리(윈윈) 전략이 된다.


가격은 수입사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고, 서로 간에 좋은 거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숨은 아이템을 찾아내는 역량은 숍 주인들의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수익도 주로 여기서 날 수 있으니, 관심을 두고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6. 스스로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숍에 오는 고객은 천차만별이다. 와인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로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도 있다.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과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하게 된다면 그 사람을 통하여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 배우는 자세로 깊은 지식을 갖춘 고객들과 대화하다 보면 서서히 지식을 얻게 된다. 학원에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가계를 비울 수 없다면 고객에게 추천하는 것도 좋으나, 잘 아는 고객이라면 그들의 소리를 잘 듣는 것도 좋다. 그러나 듣고 난 뒤에 무작정 따라서 와인을 들이는 것은 좋지 않다. 들은 정보가 맞는지 인터넷을 통해 한 번 더 검증하고, 고객이 이야기한 와인이 어떤 것인지 직접 온라인이나 비비노 등으로 찾아보아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 그리고 내가 아는 지식이 충분할수록 고객에게 추천하거나 도움을 줄 일이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며, 나아가 고객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되, 그 고객의 소리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그리고 다른 고객들에게 적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창업자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객의 한 마디에 갈대처럼 마음이 오락가락해서는 오래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나만의 명확한 철학과 전문적 지식만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내가 와인 업계의 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것에 대한 모든 사항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이슈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만큼 업종을 떠나서 사업이란 어려운 것이다. 나는 되도록 직장 생활을 오래 하고, 와인을 편안하게 즐기며, 나이가 들어서도 내 본디 전공인 IT를 계속하면서 이 수준의 칼럼을 쓰고 싶다. 와인은 즐기는 것이지 일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금의 기준을 지키려면 IT에서 돈 많이 벌어서 와인을 많이 사서 먹는 것이 내 역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것이 와인 업계에도 더 도움이 되는 일 아니겠는가?


지금 와인 숍을 창업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사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숍을 창업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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