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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Jun 06. 2021

한국 수입와인 시장은 어디까지 성장하게 될까?

2021년 들어서면서 나는 와인 시장이 2020년 기준 1조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수입사들의 매출 규모를 토대로 시장 적정 이윤 기준(약 30%)를 산입하여 추정한 것이다. 늘 와인 시장에서 이야기 되었던 “1조만 넘으면”이라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2021년 6월 초 현재까지의 추세를 대입하고 여러 수입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이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 시장은 어디까지 성장하게 될 것인가?


2019년 기준 대한민국 국민들의 1인당 주류 소비(알코올 음료)는 약 75리터였다.(국세청 통계 기준) 이 75리터는 엄청난 숫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변화가 하나 있는데, 2017년에는 1인당 알코올 음료 소비가 77리터였다는 점이다. 즉, 한국인의 주류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의 시장은 점차 성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 5,200만 명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한국인들이 1년에 쏟아붓는 술 시장의 규모는 약 15조 가량으로 추산된다. 모 일간지의 추산치는 시장 규모를 9조 가량으로 보고 있으나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출고량을 분석하면 15조가 맞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 수치는 오랫동안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즉, 대한민국인구가 전체적으로 주류에 지출하는 금액과 볼륨은 정해져 있다. 그런 관점에서 시장의 성장은 어느 시점이 될 경우 로그 곡선을 그릴 수 밖에 없다. 시장 성장은 어느 시점 되면 정체하게 되는데 그 정체 시점이 언제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 될 것이다. 스태티스타나 여러 통계 지표들을 살펴볼 때 와인이 평균적으로 주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물량 관점 11% 가량이다. 와인을 아무리 선호한다 하더라도 맥주나 그 이외 주류들의 선호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물론 가격으로 따기지에는 무리가 있으나 아무래도 와인 한 병 보다 맥주 한 캔의 위력은 훨씬 크고, 4캔 1만원(2리터) 대비, 와인 1병의 가격은 높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물량 기준도 중요하겠으나, 사업과 시장 관점에서는 금액 기준이 더 중요할 것이다. 시장의 성장치를 보는 데에는 물량을 보는 것이 중요하나,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 그리고 그 규모의 한계치를 보는 것은 금액 기준이 더 정확할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단순히 맥주와 와인을 중량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가 많이 따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견해로 주류 시장에서 와인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점은 금액기준 전체 주류 시장에서 15% 가량으로 생각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소주가 강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고, 정부의 전통주 육성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맥주는 여전히 주력을 차지하고 있고, 고도주의 경우 여전히 수요가 있으나 이전 만큼의 시장 점유율을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러 변인들이 있겠으나, 이 기준을 대입해보면 15조 시장에서 15%를 대입하면 최대 2조 2500억이 나온다. 현재 시장이 1조를 넘어섰고, 2021년에도 27% 가량의 시장 성장을 감안한다면 2021년 시장 규모를 1조 2천 억에서 1조 3천억 사이로 보면 적절할 것이고, 이 성장세는 일정 기간 유지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긍정적 관점에서 3조를 바라볼 수도 있겠으나 나는 보수적으로 2.25조가 대한민국 인구 소비 가능 와인 시장의 한계점으로 제시하고 싶다.(일본이 한국 시장 대비 4배 규모인데 인구가 2배이니, 인구 산입을 해도 이 추정치가 맞을 것 같다.) 물론 대단한 시장 규모다.


우려되는 점은 코로나가 끝난 뒤, 다시 사람들이 바깥으로 갈 경우 이 시장의 성장세가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희망으로 걸고 있는 점은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소비자가 와인을 중단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트렌드가 보편화 되기 시작한 현 시점에서 시장이 줄어드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와인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라 판단된다. 이미 규모가 커진 시장은 그만큼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도 많이 소모된다. 즉, 이전 7천억, 8천억 하던 시장이 유지되기 위한 에너지와 1조를 넘어선 시점의 에너지는 그 급이 다르다. 회사가 커지면 경영지원실이나 재무지원에 이르기 까지 전체 조직이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경우에 다시 시장의 성장은 일정부분 정체 및 조정기를 겪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이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무분별한 투자 러시다. 특히 와인숍 부분이다. 최근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와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이 와인 숍을 여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 칼럼에서도 와인 숍을 열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했지만, 무분별한 사업 시작은 절대적으로 말리고 싶다. 특히 와인의 경우 초기 투자비가 다른 업종에 비해 크다. 고가의 와인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초기 매입 물량이 클 수 밖에 없다. 와인은 자본 싸움이다. 얼마나 많은 재고자산을 견뎌내면서 수익을 창출하느냐가 사업 성공의 성패가 달려 있다.


그래서 와인 판매업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주 이런 푸념이 들린다. “월말 대금 결제하고, 부가세 신고 하니 통장이 텅장(통장이 비었다는 속어다) 되었다”같은 이야기들이다. 와인은 어느 정도의 재고자산에 자금이 묶인 상태로 하는 어려운 사업이다. 시장 규모가 장밋빛이라 하여 무분별하게 사업을 시작하지 말고 치밀한 준비와 사전 지식을 먼저 쌓기를 다시 한 번 당부하고 싶다.


이야기가 약간 옆으로 새었으나 돌아와서 이야기 하자면, 당분간 와인 시장의 성장세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엄밀히 말하면 2008년 금융위기때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와인시장이 줄어든 적은 없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고 시장이 안정화 되면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성장 시장에는 성장 시장에 맞는 전략, 안정화 되면 안정화 시기에 맞는 시장 대응 전략이 필요한 이유가 되겠다. 현명한 수입사와 유통사들은 안정화 시기를 대비하여 충분한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는 점은 더 이야기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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