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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Jun 12. 2021

기후변화와 와인

2021년 봄, 외신에 자주 나온 프랑스 부르고뉴의 냉해 소식은 많은 이들을 마음 아프게 만들었다.


인간의 과학이 발달할수록 자연은 그만큼 더 가혹해진다. 인간이 머리가 좋다면 자연은 위대하며 압도적이다. 그 앞에서 인간의 과학으로 이를 막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뿐이다. 지구와 모든 것은 하나의 유기물처럼 엮여서 움직인다. 엄지발가락에 조그마한 가시가 찔려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이 거대한 인간 아니던가? 우리 몸의 세세한 부분도 작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하물며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체가 “우리 하나쯤”하는 행동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자연변화에 따른 와인의 품질 저하, 생산량 저하를 걱정하고 있다. 구대륙의 경우 냉해가 점차로 심각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계절이 서서히 변하지 않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상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들이 많이 목도하고 있다. 하루 전에 영상의 기온을 보이다가 다음날 영하 10도로 뚝 떨어지는 기후 변화도 우리는 자주 보았다. 미국의 여러 지역이 영하 수 십도까지 떨어지고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없는 텍사스주가 혹한에 시달렸다.


건기에 비가 내리지 않는 시간이 늘어나고, 인간이 나무를 적당히 베지 않아 울창한 산림에서 자연발화하는 산불은 더욱 더 피해가 커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포도원들은 이미 2020년 대형 산불의 영향을 받고 있다. 당시 수확한 포도로 양조를 시작한 여러 유명한 포도원들이 속속 2020년 빈티지 생산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2020년 전 세계인이 안타깝게 바라본 호주의 대산불 역시 자연의 변화에 따른 재앙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에 영향을 받은 포도원들도 많다. 최근에는 이 연기에 의한 영향을 없애기 위한 화학적 처리 혹은 기타 양조 기법 등이 호주에서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다고는 하나, 근원적으로는 산불이 없는 자연 환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발화 시기의 냉해는 생산량에 치명적이다. 꽃이 피어야 포도 알맹이가 열리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그런데 꽃이 필 때 그 꽃이 얼어붙어버리게 되면 당연히 포도는 열리지 않는다. 2021년의 경우 냉해의 피해가 부르고뉴 뿐만 아니라 론 지역과 함께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도 나타났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번 피해는 당연히 와인 가격의 상승과 품질의 하락을 불러일으킬 것이 자명하다. 포도원들은 선제적으로 피해를 예상하여 자금을 모아야 하기에 기존 와인의 출고가를 인상하고 있으며, 이미 위대한 빈티지로 평가되는 2017, 2018년의 부르고뉴 와인은 시장에서 찾아보는 것이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비단 지금 단계를 넘겨서 멋진 빈티지 2022년이 나타난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1년이 출렁인 시장의 패턴은 여러 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나 2020~2021년 전지구적인 산불, 그리고 냉해의 영향은 2022년부터 와인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사항은 와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바로 자연의 변화라는 것이다. 이미 지구 변화를 막기에 늦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 드러나고 있다. 우리의 노력으로는 거대한 자연의 변화에 무력할 수 밖에 없고, 아이러니하게도 변화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송곳으로 손끝을 찌르는 것 같은 인간의 무분별한 화학물질 이용과 대기 오염, 일회용품의 사용에 따른 환경 문제 악화라는 점을 부인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지금의 지구 변화가 큰 지구 변화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이산화탄소 배출과는 무관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과학적 논쟁이 있는 부분이 있으나, 지금의 우리 활동들이 온난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있는 과학적 준거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와인 애호가들이 취할 행동은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1. 지금 될 수 있는 대로 와인을 사서 모으는 것이 좋다. 특히 부르고뉴 와인은 어지간하면 지금 2010년대 와인들에 대해 허용하는 한 사들이는 것이 좋다. 미국 와인이나 호주 와인 역시 2019년 이전 화재 일어나기 전의 빈티지들에 대해서 될 수 있는 대로 모아두는 것이 좋다.

2. 수입사의 경우 앞으로의 빈티지는 가격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가성비 와인 찾는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칠레나 뉴질랜드의 밸류 와인들을 찾아다니거나 스페인, 포르투갈과 같이 냉해가 없었던 지역의 와인들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수입사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도 토스카나 남부의 캄파니아, 바실리카, 풀리아, 시칠리아, 칼라브리아 지역의 와인들을 좀 더 집중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개인적으로는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그리고 배달음식을 줄이고 집에서 음식을 해먹거나 최소 쓰레기가 나오는 제품을 사는 것을 권장한다. 나도 최근 플라스틱 제품 사용은 최소화 하고 가급적 병 용기에 담긴 제품을 사고 있는데,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우리가 환경 친화적 생활 습관을 가지고 노력할 때 후손들에게도 좋은 환경을 전달하게 될 것이다.


지구의 환경이 한 번 변화의 틀을 가져가게 되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지금보다 더 큰 기온차가 나타날 수도 있고, 더 큰 홍수와 가뭄이 닥칠 수도 있으며, 여름에 눈이 오거나 겨울에 장마가 올 것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극단적 환경에 포도나무들은 더 열악한 테루아에 노출될 것이며, 그만큼 하늘의 선물인 와인 역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행동해도 이미 늦었다. 행동만이 지구 기후를 조금이나마 개선시킬 것이다. (물론 와인도 사서 쟁여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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