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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Jul 26. 2021

2021년 상반기 와인 시장 중간 점검

2021년 상반기에는 수입 와인 물량이 37만 3천 헥토리터, 금액으로는 2억 7천3백만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여러 언론에서도 와인의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으니, 시장에서 주목받는 주류가 와인임에는 틀림 없다. 수입사들이 늘 생각하던 시장 1조에 대한 기대가 2020년 달성된 이후, 지금은 양적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하겠다.     


한국 시장이 일본 시장의 1/4 규모였는데, 지금 추세라면 1/2 수준까지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도 해볼 수 있다. 인구 규모가 한국이 일본의 반 정도 되니, 이 정도면 일본 수준의 와인 인프라가 갖추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37만 3천 헥토리터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면, 다음의 통계를 살펴보자. 2020년 1년간 수입된 와인의 총량이 49만 7천 헥토리터다. 그런데 2021년 상반기 수입 물량이 2020년 1년 수입 물량의 75%에 육박한다. 2019년 1년간 전체 와인 수입 물량은 39만 4천 헥토리터다. 2021년 상반기 수입물량이 37만 3천 헥토리터니 차이가 크지 않다.     


이제 실감이 되는가? 2019년 1년 수입물량이 2021년 상반기에 다 들어온 셈이니, 놀랄 수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와인 종류별 변화는 어떠한지 살펴보겠다. 우선 레드 와인의 비율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물론 그 비율이 큰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았을 때 매우 완만하게 줄어들고 있다. 2020년 69.4%였던 레드 와인 비율은 2021년 상반기 68.54%로 1%가 줄었다. 바년 화이트 와인은 20.64%로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은 9.27%로 시장 비율은 정체기를 겪고 있다. 다만 스파클링은 금액이 고가이기 때문에 금액 시장에서는 13.32%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별로 살펴본다면 주목해야 할 국가로 프랑스, 미국, 호주, 그리고 특히 뉴질랜드다. 1~6월까지의 물량을 2020년과 비교하면 당연히 줄어드는 것이 맞는데, 그 비율폭을 비교하면 국가별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상반기 수입 규모가 25% 줄어든 것을 기준점으로 살펴보았을 때, 칠레는 34% 줄어든 것으로 보여 시장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 그런데 프랑스, 미국, 호주는 각각 14%, 15%, 17% 감소로 나타나서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나라는 뉴질랜드인데, 이미 상반기에 전년도 수입 물량을 넘어서서 11.2%가 증가했다. 즉 100% 성장이 예상된다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수입 물량에서 화이트 와인의 중량 비율이 84.6%에 달할 정도로 화이트가 매우 많은데, 그 수입 물량이 두 배가 늘어난다는 점은 국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대의 화이트 와인을 많이 찾고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레드 중량 비율이 66%로 전체 평균보다 낮고, 화이트 비율은 18.5%, 스파클링은 13%로써, 프랑스 와인도 전체 상품 비율에 있어서 좋은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프랑스는 수입 금액에 있어서는 압도적인데 특히 스파클링 와인(샴페인)의 비율이 29%로써 다른 주종을 압도하고 있다. 샴페인의 수입은 그간 재고 처리 문제로 전반적으로 물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4월과 이례적으로 6월 수입물량이 늘어났으며, 이는 국내에서 샴페인 물량에 대한 소화가 빨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업장내 소비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반대급부의 가정내 샴페인 소비도 상당부분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물량이 줄어든 비율을 보게 되면 아직까지 샴페인이 시장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하리라 본다. 프랑스산 화이트는 2021년 상반기에 2020년 수입 물량과 거의 맞먹는 11,157헥토리터가 수입되어 화이트가 현재 시장의 주력 와인으로 서서히 자리잡고 있음을 반증한다.    

 

미국은 레드 와인의 비중이 72%에 달하나 화이트의 비중도 17%나 되고,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그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2020년은 2021년 대비 물량이 61.6% 증가하여 사상 최대의 증가율을 보여주었으며, 이미 상반기에 4만 헥토리터가 수입되어 2019년의 3만 7백 헥토리터를 가볍게 넘어섰다. 이 추세로 간다면 2021년도에도 엄청난 물량 증가를 예상해볼 수 있다.     


상반기 시장 흐름은 매우 고무적이다. 다만 수입사들의 선택과 집중은 매우 강화되고 있어서 이제 남아공의 와인은 시장에서 거의 사라졌다. 아마도 2021년 시장 분석보고서가 2022년 1월에 발간되면 남아공은 기준표에서 사라질 것이다. 대신 포르투갈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반기는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 수입물량이 늘어난다. 날이 차가워질수록, 연말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의 와인 수요는 늘어나며 스파클링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다. 스파클링은 아직까지 기존 와인시장의 물량 패턴을 따르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는 스파클링이 대중 친화도가 크게 높지 않다는 반증일 수 있다. 레드와 화이트는 이미 기존 와인시장의 패턴을 벗어나서 지금부터 새로운 시장 흐름 패턴을 짜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2020년을 필두로 이렇게 극적이고 동적인(dynamic) 시장을 본 적은 없다. 이럴 때일수록 호황에 심취하지 말고, 시장이 어려웠떤 때를 기억하고, 소비자의 취향은 또 언제 바뀔지 모르니, 어려워질 때 어떻게 시장 대응을 할 것인지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와인 업계가 잘했다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바뀌어서 수동적으로 열린 시장이니, 소비자의 지속적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와인 업계가 보다 체계적으로 시장 분석을 하는 역량을 키워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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