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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Aug 09. 2021

2021년 하반기 와인시장 대응 유의점

시장이 잘 풀릴 것 같아도 위기는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앞서 칼럼에서 2021년 시장이 크게 늘었다는 점은 확인되었다. 다만 상반기 시장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단순한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고, 실제 시장의 흐름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2020년 초, 코로나19의 초창기에 나는 와인 시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기분 좋은 방향으로 빗나갔다. 2020년은 2019년 대비 26%의 큰 물량 성장이 있었고 시장 규모도 1조원을 넘었다. 다만 시장의 상황은 언제나 보수적으로 보는 것이 좋고, 특히나 변인이 많은 지금의 시점에서 와인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은 공격적 관점 보다는 보수적 관점과 불확실성 관점에서 지켜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판단된다. 시장이 알아서 잘 나가고 있지만, 기회가 언제나 위기에서 찾아오듯, 위기 또한 기회에서 서서히 싹을 틔운다. 잘 나가는 이야기만 하는 것은 식상하니, 유의해야 할 점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1.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집합금지 영향

코로나19 4차 대유행은 놀랍게도 저녁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했다. 정말로 초강력 조처라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조처가 방역에 어느 정도 효과를 주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전국적으로 방역수칙을 위반한 곳에서 확산이 되고 있고, 수칙이 잘 지켜진 곳은 감염 사례가 많지 않다. 전국민 접종률이 올라가고 있는 시점에서 5인 이상 금지가 적절한 조처라 생각되나, 현재 사회 분위기는 이에 부합되지 않는다.

이 영향으로 온 마켓의 6시 이후 시장은 사실상 봉쇄(록다운)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나만 하더라도 저녁 약속을 가진지 이미 오래다. 이는 수입와인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첫째, 온 마켓에 납품을 주로 하는 대리점들의 영업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입사들에 대한 발주량이 줄어들어 이미 여러 수입사들은 매출 측면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와인 시장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축은 온 마켓이다. 오프 마켓이 성장했다고는 하나, 그 비율이 90%까지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호레카(호텔, 레스토랑, 카페) 시장의 비율은 30~40% 가량의 와인 시장을 형성할 것이며, 이는 시장 성장률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4단계 방역 강화로 인한 효과는 2021년 7월 수입통계에 반영될 것 같은데, 8월 15일 전산등록되는 통계 수치가 더욱 신경쓰이는 이유다. 4단계 방역 강화는 수입사들의 매출 상승세에 제동을 걸 확률이 매우 높다. 판매 채널에 따라서 희비가 엇갈리겠으나, 온 마켓 중심 수입사의 경우 그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 본다.


2. 무분별한 숍의 증가

숍이 지금 시장의 트렌드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것은 사실이나, 숍의 과도한 창업은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숍을 여는 창업자에게도 나쁜 결과를 미치게 된다는 점은 이전 칼럼에서도 계속 경고했던 부분이다. 언제나 창업자들은 ‘누군가가 큰 돈을 벌었다더라’하는 이야기를 듣고 피상적으로 비즈니스를 기획한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말이 ‘할 일 없으니 식당이나 한다’라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먹는 장사다. 남의 먹는 것을 책임져야 하는 책무는 매우 크고, 이번 모 김밥집이나 밀면집 식중독과 같이, 그에 따른 댓가 역시 매우 크다.


와인 숍을 여는 것도 먹는 것을 파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 만큼의 위험도를 갖고 있다. 게다가 다양성 관점에서 소비자에게는 좋으나 판매자 입장에서는 큰 재고를 떠안은 상태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요소다. 숍들이 많이 생기니 수입사나 대리점은 초기에 숍 납품 실적으로 큰 영업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재고로 출고된 상품의 대금 결제는 다른 이야기다. 이미 시장에 풀려 있는 상당한 물량이 소비자들에게 잘 팔릴 것 같으나, 이미 일부 숍에 따라서 대금 결제가 지연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경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대금 결제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 매출은 늘어나난 업계 전반의 자금 사정은 급격하게 나빠질 것이다. 이전에는 1~2천만 원으로 막을 수 있었던 문제점이 억 단위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시점이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자금 고민의 규모도 늘어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커지는게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3. 불확실한 소비자 트렌드

이 추세는 하반기 와인 성수기에 접어들면 좀 나아질 수 있겠으나, 시장 과열에 따른 댓가 역시 시장이 지게 될 것이다. 거듭 이야기 하지만 지금 시장 성장은 와인업계가 기획을 잘 했다거나 해서 시장이 커진 것이 아니다. 세상이 변했고 그에 따른 소비자 트렌드가 변해서 그 기회가 와인에 온 것이다. 소비자 트렌드는 빠르게 변한다.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소주 시장도 맥주로 옮겨갔고, 맥주는 다시 와인으로 옮겨왔다.


특히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층의 취향은 어디로 바뀔지 모른다. 와인 업계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자주 나오는 말은 “와인 맛을 들인 소비자는 절대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나도 이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만큼 와인은 다른 주종에 비해 중독성이 강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영원한 것은 없었듯, 소비자 취향은 언제나 돌고 돈다. 어디에서 위험요인이 나오고, 트렌드가 바뀌어서 와인 시장이 내리막길을 걸을지 모른다. 이전에도 언급한 바가 있지만 시장 1조라는 희망사항이 달성된 시점에서 오히려 이를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더 이상 와인 시장을 비주류 매니아 시장이라 이야기할 사람은 없다. 와인 업계를 보호할 수 있던 여러 변론 요인들도 이제는 사라지고 있다.



이제 다른 주종과 맞붙어서 와인시장은 어떠한 부분이 불합리하다 이야기할 위치가 되지 못한다. 지금 시점에서 통신판매니 뭐니 이야기 할 시점은 아니다. 시장 규모가 커진 이상 통신판매가 되어야 시장이 성장한다 말도 못한다. 19조가량 되는 국내 시장에서 이미 와인이 1조~2조 사이를 오고 간다면 누가 이 시장을 작다고 하겠는가? 한국인이 마실 와인 규모는 내 추정치로 보았을 때 2.5조를 넘기 어렵다고 본다. 여러 해외 시장 분석을 통하고 국내 술 시장의 전반적 감소세를 보면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세상만사 성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 지금 성장 상황은 정상이 아니고 일시적 현상이라 판단하고 시장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시장 상황이 좋다고 마냥 즐거워할 수 없다. 현명한 자는 좋은 시절에 환난의 시절을 대비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미 위험 요인에 대한 징후는 여기저기 보이고 있다. 이 징후를 성장 과정의 한 파편으로 생각하고 무심히 넘어갔다가 언제 어디서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유비무환”이라는 보편적인 사자성어로 이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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