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X세대다. 지금 20~30대 세대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1990년대 초반 20대를 살았던 나를 그 당시 기성세대는 X세대라 불렀다. 이 세대도 이제 나이가 들어 기성세대가 되어버렸고, 당시 X세대 연령대를 우리는 지금 MZ세대라 부르고 있다. 많은 이들이 MZ세대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나 내 관점에서 MZ세대는 오히려 X세대보다 더 나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집단과 개인에 대한 균형, 사생활의 존중, 명확한 자기 의식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주관이 명확하다. 이렇다 보니 최근의 소비 트렌드에서도 MZ세대의 트렌드를 맞추려는 노력은 모든 소비재 직군에서 핵심 노력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리고 대응은 훨씬 더 어렵다.
MZ세대가 중요한 이유는 지금 소비 트렌드가 앞으로 10~20년 가량 계속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고, 소비를 계속 늘릴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와인 구매력에 있어서는 40~50대가 가장 강력한 지지세를 보여주고 있으나 이 소비층은 10년 이후가 될 경우 서서히 하락세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미래 전략적 관점에서 MZ세대에 투자하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더 합리적일 것이다.
2016년 즈음에 등장한 스몰럭셔리라는 용어는 지금도 계속 통하고 있다. 고급 디저트를 필두로 시작된 작지만 고급스럽고 나만의 만족을 찾으려는 소비자 취향인데, 현재 MZ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서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누구든 자신만의 고급스러움을 찾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 하겠지만, 과거에는 이러한 아이템의 선택이 제한적이었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매우 다양화 되었다는 것이다. 운동화와 같은 특정 패션 아이템에서부터 특정 한정 아이템은 오픈런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물론 되팔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역시 사려는 수요자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시장이 형성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스몰 럭셔리에서 핵심은 “나만 아는 귀한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맛있는 디저트 가계를 나만 알고 그 곳에서 특별하게 사온 것은 어떤 자리에서든 환영받을 것이다. 그런데 그 집이 갑자기 방송에도 나오고 유명해지면 그 가계야 유명하겠지만 더 이상 나만의 스몰 럭셔리는 아니다. 다시 새로운 브랜드나 맛집을 찾아가게 된다. 스몰 럭셔리는 와인에 딱 맞다. 가격대도 다양하고 가격과 희소성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에 나만 아는 귀한 것이라는 기준에 맞아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려면 과거에는 누구나 다 아는 와인을 소개했다면 이제는 좀 더 독특한 와인에 대한 정보를 숨기듯 제공하는 것도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MZ세대에게는 이것이 재미이자 즐거움과 나만의 소중한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나만이 아는 맛집처럼 나만이 아는 재미있는 와인은 이 다음 이야기 할 스토리와 연결되어 그 가치를 더 돋보이게 할 것이다.
X세대 시절에는 소위 “이벤트”라는 것이 소박했다. 공원에서 케이크에 촛불 하나 붙이고 이야기 해도 로맨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금의 MZ세대는 100일, 1년, 발렌타인, 크리스마스, 청혼 등등 여러 가지 이벤트를 챙기지 않으면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이벤트에 와인이 활용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비비노라는 앱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보니, 와인의 라벨을 촬영하면 와인의 가격도 쉽게 나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와인의 가격과 명성으로 이성에게 설명을 하거나, 혹은 와인 가격을 떠나 그 와인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으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 지금의 시절이라 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돈으로 해결된다. 그런데 MZ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 물론 여러 자산을 운영하여 큰 돈을 버는 MZ세대들도 있으나, 대부분의 MZ세대는 X세대에 비해서 오히려 열악한 환경인 경우들이 더 많다. 세상은 더 복잡해졌고, 나가야 할 돈, 생활비 등 여러 가지 부문에서 어려운 경우가 한 둘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어지간해서는 돈으로 해결하는 방법보다 좀 더 노력이 들어가는 방법을 찾을 확률이 높다. 이 때 필요한 부분이 스토리다. 연인 혹은 자신들 돋보이게 해야 하는 경우에는 이벤트를 위해 여러 곳에 돈이 지출되어야 한다. 이 때 와인에 과도한 예산을 쓸 수 없기에 여기에는 그에 걸맞는 이야기가 함께 필요하다. 포도원의 스토리가 아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로 대입할, 어떤 지역의 이야기, 와인의 이야기, 시련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MZ세대의 취향은 빠르게 변화한다. 와인 업계의 고정관념 자체가 “와인을 한 번 마시게 되면 다른 주종으로 넘어가기 힘들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MZ세대는 꼭 그렇지 않다. 맥주, 위스키, 전통주 등 MZ세대는 주변의 인기 트렌드에 따라서 자신의 취향도 그 때 그 때 바꾼다. 자신의 주관도 중요하지만 중요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본인의 욕심도 언제나 존재한다. 특히 요즘 강력한 경쟁상대는 위스키다. 과거처럼 룸살롱과 같은 곳에서 하룻밤에 여러 병을 마시는 그런 소비 형태가 아닌, 집 안에 한 병 두고 조금씩 마시는 트렌드가 정착되고 있다.
지금은 속도의 시대다. 트렌드가 오래 갈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특히 MZ세대의 취향은 더 빠르게 변화한다. 호기심도 빨리 생기는 만큼 실증도 빨리 낸다. 현재 경영 전략을 짜는 와인업계의 30대 후반 마케팅 전문가들이라 하더라도 지금 20대와 30대 초반의 트렌드를 분석하기에 힘이 부칠 것이다. 여기에 걸맞는 트렌드를 잘 살피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동안 줄어들었던 위스키는 다시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고, 포트 와인이 중장년층에서 빠르게 소비가 늘어나는 등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이 다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와인의 강력한 경쟁자는 이미 나타났거나 나타날 것이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 두어야 한다. 특히 MZ세대는 언제 어디로 도망갈지 모른다.
지금 트렌드에서는 와인 업계도 이에 걸맞게 움직여야 한다. 문제는 지금 시점의 마케팅이나 활동이 인플루언서들을 통한 버징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와인 애호가의 수가 제한적인 환경에서 인플루언서의 영향은 제한적이거나 일회성에 그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개성, 나만의 것이라는 개념을 보자면 인플루언서는 화장품과 같이 여러 사람들이 쓰되 그 제품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알수 있을 것이다. 단 수입사의 마케팅 입장에서는 돈으로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서 버징을 하는 것이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업무도 수월하니 큰 어려움 없이 마케팅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더 발품을 팔고 어떻게 하면 더 MZ세대에 맞는 마케팅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앞으로는 더 섬세하게 동영상 미디어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즉, 유투브나 페이스북, 기사, 카페, 커뮤니티는 이제 서서히 그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나는 유투브가 동영상 미디어가 아닌 정보 미디어라 생각한다.) 동영상이 더 익숙하고, 대안으로써 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것으로는 짧은 동영상, 그리고 흔히 이야기 하는 움짤(움직이는 동영상)과 같은 밈(meme)을 고민해야 한다. 와인 하나의 콘텐츠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감각적인 행동, 그리고 주변의 소리, 주변 공간, 그에서 오는 동질감 등 여러 가지들이 하나로 복합되어 짧은 시간에 감각적인 콘텐츠로 제공되어야 한다. 이 콘텐츠가 현 시점에서 MZ세대를 그나마 따라잡는(사로잡는다고 말을 할 수도 없다) 콘텐츠가 될 것이다. 플랫폼은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여러 소셜 미디어들이 있을 것이다. 이 플랫폼을 잘 활용하는 팀들이 히트 와인을 만들어 내고, 스테디 셀러도 만들어낼 것이다. 해시태그, 유투브의 시대도 갔다. 보편화가 되면 그 것의 시대라 할 수 없다. 그냥 일상인 것이다. 새로운 것을 찾아 따르는 MZ세대의 트렌드를 따라가려면 최신 기술, 그리고 동물적 감각, 무던한 관심만이 브랜드를 살리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