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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Aug 22. 2022

칠레/스페인 와인의 한국내 입지에 대한 단상

주류의 적정 가격은 얼마라 생각하는가? 지금 물가나 여러 요인들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소주나 맥주의 경우 어느 정도 표준화된 가격 혹은 세일에 따른 이익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맥주의 경우 편의점에서는 500ml 4캔 기준 1만원과 같은 형식으로 어느 정도 기준이 잡혀져 있다. 그러나 와인의 경우에는 가격을 생각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만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선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있는데 마트의 경우 몇 년 전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도스 코파스(Dos Copas)의 4,900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지금 물가 기준이나 절대적 주류의 중량 기준으로 본다 하더라도 4,900원은 와인의 접근성을 극단적으로 올려준 기념비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와인을 처음 접하게 된 소비자군이 극적으로 늘어났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도스 코파스가 칠레산과 스페인산이다. 리제르바급은 포르투갈산이지만 포르투갈산 역시 가격 면에 있어서는 매우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칠레 와인과 스페인 와인은 데일리 와인 영역에서 확고부동한 시장 점유율 및 상품 경쟁력을 갖고 있다. 수입사 관계자들과 이야기 할 때에도 칠레나 스페인 와인의 단가를 프랑스나 미국 와인은 도저히 맞출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수입자들에게 최고의 상품은 칠레나 스페인 가격을 맞출 수 있으면서도 맛은 그와 비슷한 프랑스산을 찾으면 시장에서 대박이 날 것이라고 이야기 하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와인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이다.


코로나로 인해 소비자의 와인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와인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2년은 현재 환율 및 국내외 경제상황으로 수입금액은 증가하고 물량은 줄어들고 있다. 이 중심에 있는 것이 칠레 와인과 스페인 와인이다. 칠레 와인은 2022년 7월까지 통계 기준으로 물량 점유율이 20.83%다. 프랑스 와인의 물량 점유율이 19.35%이니 약 1.55%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2021년 기준 칠레 와인의 물량 점유율은 23.63%, 프랑스 와인은 18.03%로써 5% 가까이 차이가 났던 것에 비하면 그 격차가 극적으로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스페인 와인은 시장 점유율이 14.4%에서 13.75%로 1%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아직까지 스페인 와인 보다는 칠레 와인의 시장 충격이 더 큰 것은 사실이나, 스페인 와인과 칠레 와인의 소비자 접근 스펙트럼이 비슷하다는 것을 본다면 각각 점유율이 동반 하락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장 상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과거 나는 예상하기로 도스 코파스에서 진입한 소비자들이 고가의 와인으로 점차 옮겨가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 지금 그 현상이 서서히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취향이 매우 명확해져가고 있으며, 단순히 지나가다 들은 와인을 좆는 형태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와인 시장에서 칠레 와인의 다양성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도 핸디캡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레스토랑에서 칠레 와인을 찾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이는 칠레와인이 마트 부문에서 시장 점유를 명확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레스토랑은 마트 납품 와인을 들이기 꺼려 하는 것도 있고, 칠레 와인에 주어진 싸다는 고정관념이 지배적으로 작용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스페인 와인의 경우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가격이 저렴한 와인과 고가 와인들이 병존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와인 지역이나 다양성에 대한 국내 소비자 소개 전략이 아직까지 다듬어지지 않은 것 같다. 마트에서 팔리는 저렴한 스페인 와인보다 스페인 와인 역시 앞으로 좀 더 고가의 다양성을 가진 와인들이 들어온다면 시장에서 좀 더 좋은 성과를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스페인 와인은 강력한 이탈리아 와인(2022년 7월까지 시장 점유율 18.91%)을 뛰어넘으려면 보다 근원적인 시장 분석과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스페인 와인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칼럼을 통해서 다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재 시장이 두 국가에 그렇게 우호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칠레 와인 점유율이 줄어든다고 크게 걱정 할 이유는 아니다. 전체적인 물량은 기존 물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게다가 미국 호주와 중국은 사이가 좋지 않으며, 그 덕분에 유럽산 와인도 중국에서는 크게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국가가 칠레이니 칠레는 이 기회에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의 나라 사정이니 국내 시장만 살피면 된다. 수입사에는 어느 국가가 중요하냐가 아니고 어느 와인이 내게 수익을 극대화 시켜주느냐가 중요한 것이니, 특정 국가의 와인 입지가 국내에서 줄어든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셈이다. 우리는 우리 시장에서 잘 팔릴 와인, 소비자의 트렌드를 잘 예의주시하고 그에 대응하면 그만이다. 2022년 남은 기간동안 와인시장 모든 구성원들의 건승을 기원하며 이 칼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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