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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Sep 06. 2022

와인선물세트와 ESG

내가 ESG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MSG를 잘 못 쓴 것이 아닌가 잠시 착각했던 적이 있다. 물론 우스개 소리이다. ESG는 기업들이 준수해야 하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세 가지 측면의 핵심 지표를 이야기 하는 부분이다. 수입 와인업계 역시 최근 경영이 대형화 되고 주식시장 상장 등의 이슈가 생기기 시작하여 ESG는 주요한 요소가 되기 시작하고 있다. 이 중 와인에 있어서 ESG 요소중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은 E(Environment)가 해당될 것 같다.


오래전 어떤 자문 요청이 와서 그 당시 와인 수입사의 ESG에 대해서 질문을 하길래 그 부분은 아직 와인 수입사들이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고 이야기 했다. 오히려 외국이라면 와인 자체가 생각보다 심각한 오염 산업(폐기물)이기 때문에 이를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는 이슈가 있을 것이고, 와인이 대중주이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 방지 캠페인 등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등의 활동들이 필요하겠으나, 한국시장 내에서는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직까지 이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예외가 하나 있으니 바로 명절 선물세트다. 그리고 환경 부분은 우리가 한 번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환경 문제에 서로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한국 수입와인시장이 매우 커졌고, 그에 덩달아 와인 선물 역시 크게 늘어났다. 여전히 추석이나 설 선물세트는 수입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벤트이며, 소비자들 역시 다양한 가격대, 소비층의 저변 확대 등으로 인해 와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포장이다. 매년 명절에 와인 선물 한 병 가량 받을 정도는 되었는데 매번 보는 것이 이 포장이다.


이는 자원의 과다 소비로 이어지게 된다. 나는 수입사 와인 포장 박스에 아직까지 많은 고민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개 와인 수입사는 와인 박스 수입업자들과 연락하여 적절한 상자들을 추천받는데 중국에서 제작되어 들어온다. 박스당 단가를 결정하고 국내에 수입되는데, 이 포장 방법이 거의 천편일률적이다. 게다가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 나도 와인 선물 박스를 열어보면 우선 감사한 마음이 앞서지만 그 다음으로는 이 박스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특히 두 병 사이에 엉성하게 들어간 오프너, 드랍스탑이 들어있을 때에는 오히려 와인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포장이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다시 박스 위에는 종이 포장과 리본이 들어가고, 그 바깥으로 택배 박스가 들어간다. 심한 경우에는 택배박스와 와인 포장상자 사이에 다시 압축 공기 비닐 포장이 들어간다. 과해도 너무 과하다.


그래서 나는 세 가지를 제언하고 싶다.


1. 환경친화 포장에 대한 고민

해외에서 와인 샘플이 배송되어 오는 DHL 포장 등을 보면 종이 한 장을 적절하게 접어서 와인을 실어 보낸다. 덕분에 와인은 먼 거리도 안전하게 이동할 뿐만 아니라, 종이를 쉽게 접을 수 있어서 재활용 쓰레기로 내기도 수월하다. 아직까지 국내 와인 선물 상자에 있어서 이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는 것 같다. 이제는 환경친화적이고 조립도 쉬워서 숍이나 수입사가 더 손쉽게 포장할 수 있는 방법이 고민되면 좋을 것 같다.


2. 간소한 포장, 더 좋은 와인

포장에 비용을 줄이게 되면 고객에게 더 좋은 와인을 추천할 수 있다. 와인의 포장비가 생각보다 와인 선물 포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 비용을 절감하고 그 비용만큼 좋은 와인으로 고객에게 추천하는 것이 어떨까? 초기에 주문을 받을 때에도 에코 포장 혹은 간소 포장으로 이야기를 하고, 선물을 보낼 때 안내문을 와인 병에 써둔다면 선물을 받는 이도 오히려 환경친화적임을 더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은 더 좋은 와인을 선물로 받을 수 있고, 환경도 지키니 일거양득 아닐까 싶다.


DHL에 승인된 와인 배송 박스 예시(출처: https://www.bagsofroom.co.uk/)


3. 싸구려 악세사리는 쓰레기

나는 지금까지 포장에 포함된 와인 오프너 치고 제대로 된 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스크류 자체가 너무 부실하여 한 번에 스크류가 휜 경우도 부지기수며, 지렛대 부분이 부서지거나 오히려 부실하게 어긋나서 손이 다칠뻔한 적도 여러번이다. 드랍스탑 역시 부실한 소재에 와인 푸어(pour)는 재질을 알 수 없는 고무가 끼워져 있다. 실제 쓰는 이들도 있겠으나 내 눈에는 위험하고 부실한 제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악세사리는 안넣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물론 와인 박스 포장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 손이 필요하기에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래는 일할 사람이 자꾸 줄어드는 것이 숙명이다. 어지간한 일은 기계가 하고 인간 일을 보조해주는 방향으로 세상은 흘러가게 될 것이다. 와인의 본질은 라벨과 품질에 있음을 명심하고, 포장재 보다 와인 자체에 신경을 쓴다면 더 좋은 와인, 즐거운 명절, 지구에 더 많은 기여를 하지 않게 될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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