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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Oct 03. 2022

고환율 시대의 수입와인

인류가 국가라는 구조를 만들고, 국가간 거래를 해오면서 언제나 거래 조건이 중요했다. 여러 거래 수단들이 있어왔지만(청나라는 은), 현재 인류는 금본위제, 즉 금을 대입한 기준으로 경제체제가 만들어져 있지만,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금을 대입한 달러에 맞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이 금을 달러로 대환한다는 문구는 1971년 닉슨이 달러를 대규모로 찍어내면서 이 체제가 붕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달러에 의존적이다.


고환율이 되면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인데, 그만큼 외국의 주류를 수입할 때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금의 상황은 이전의 환율 사태와 결이 다른데, 이전에는 우리 돈의 가치만 떨어진 것이라면, 지금은 미국의 달러만 가치가 오르고 나머지 돈들은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9월 29일 기준으로 영국의 파운드화조차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하니,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서언이 좀 길었다. 그러나 환율 이슈는 수입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이기에 언급을 해야 하는 사항일 수밖에 없다. 불가피하게 달러로 수입대금을 결제해야 하는 수입사들 입에서 지금은 비명만 날 것이다. 매출에서 발생한 이익 대부분이 환율에서 깎여 나아가니, 이런 날벼락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지금은 미국 달러화 대비 모든 국가들의 환율이 폭락하는 경우로써, 수입사들마다 전략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는 제한적인 사항으로써, 국가별 와인에 대한 결제 통화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미국와인은 당연히 달러 결제다. 유럽 와인은 유로화 결제다. 그렇다면 칠레 와인이나 다른 환태평양권 와인들은? 영연방 국가 계열의 와인들은 자국 통화 결제(예를 들면 호주 와인은 오스트레일리아 달러)가 원칙이다. 칠레 와인의 경우 달러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어떤 수입사는 칠레 페소로 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일일이 확인은 어렵다.)


이러한 것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유럽 와인을 많이 수입하는 수입사는 상대적으로 환율의 압받을 덜 받을 것이고, 미국 와인과 칠레 와인에 대한 통관을 미룰 확률이 높을 것이다. 관세청에서 매주 그 다음주의 기준 환율을 고시하는데, 2022년 10월 초의 환율은 상당히 높게 유지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달러 결제 수입사들은 국내 재고 및 유통 현황, 달러화 결제 시기에 대해서 크게 고민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고환율 시대의 영향은 무엇이 있을까?


와인 값 결제는 다른 통화라도 운송료는 달러 기준: 와인 값이 영향을 안받는다 하더라도 국제 해상 보험료, 운송료 등은 기축통화인 달러가 많다. 당연히 원가 상승 압박이 상당해진다. 어떤 형태로든 수입 와인 가격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어느 정도 수입사들이 와인 가격을 상쇄시킬 방안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그 한계점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언제 멈출줄 모른다는 것이고 이는 환율 불안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점이다. 당분간 불안정한 물류 가격체계를 매우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 와인과 칠레 와인의 정체: 미국 와인은 고가 와인 중심으로 수입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입사들이 수익을 포기하고서라도 유통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겠으나, 우선적으로는 국내 수입된 물량의 유통에 주력할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 될 것이다. 작은 수입사에서 수입하는 칠레 와인의 경우 가격 상승이 분명한데 이 경우 수입사들이 2023년 수입 물량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수입을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지금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칠레 와인의 수입 물량은 앞으로도 더 줄어들 것이다. 물량 관점에서 현재 칠레 와인의 물량이 줄어든 것이 환율의 영향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당연히 앞으로 불안정한 환율 체계에서 칠레 와인의 수입 물량은 정체하거나 줄어들 것이다.

- 전체적인 와인 가격의 상승에 따른 물량 감소: 시장에서 물량은 아무래도 칠레나 스페인 와인 등 저가 와인들이 많이 차지했는데, 이 와인들의 물량이 줄어들게 되면 전체 시장의 물량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2021년이 비약적으로 물량 증가가 있었으나, 2022년은 물량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 영향과 소비 고급화에 따라 시장은 안정적으로 2조원대에 안착할 것이다.


와인 시장이 커졌기 때문에 그만큼 외부 요인을 많이 살펴야 하고, 그만큼 예측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만이 살아남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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