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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Oct 03. 2022

보편적 레어템의 시대가 온다


코로나19가 거의 엔데믹 단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 후폭풍은 만만치가 않다. 물가 상승을 떠나서 글로벌 물자 부족 사태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 구하기도 어렵지만 물자도 부족하다. 그러니 물가도 오른다. 자본주의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요즘 자동차를 사려면 긴 경우에는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경우에도 부품 공급망 문제 때문에 일부 모델의 경우 4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항공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뉴욕에서 시드니까지 가는 직항의 비즈니스석 가격이 25,000달러라는 기사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예를 하나 더 들자면, 내 취미중 하나는 건담 프라모델(건프라)다. 이 건담 프라모델이 작년 말부터 씨가 말랐다. 원인은 생산자인 일본 반다이(BANDAI)사의 정첵이라고 하는데 예약 생산을 중심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시장에 공급되던 충분한 분량의 건담은 지금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고, 이에 덧붙여 가격도 올렸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오래전부터 내가 이야기 한 바는 “지금 살 때가 가장 쌀 때이다”였고,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앞으로도 이 명제는 유효할 확률이 높다. 이유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이루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입사들은 이 것을 체감하고 있다. 부르고뉴의 많은 생산자들은 팬데믹 이후 세계적으로 늘어난 수요 대비 열악한 기후 환경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공급자 중심의 시장으로 돌아선지 오래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가격은 올라가게 되고 예약 및 선입금이 아니면 물건을 받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공급자 관점에서도 오르는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 불규칙한 기후에 따른 생산량 감소 등 고충이 더 크겠으나 그 요인을 수입자나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는 일반적 소비재라 하더라도 어떤 것이든 약간 고급이라 한다면 구하기 위해서 줄을 서야 하거나 대기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공급망이 안정화 된다 하더라도 대량 생산/대량 소비라는 시대가 점차 저물고 환경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슈가 등장하면서 공급은 적게, 기업의 수익은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바뀌게 될 것이다. 고급 와인 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급자 중심의 시장으로 고정되어 있다. 물량 배분의 구조로 되어 있으며, 이 체제는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구하기 힘든 제품을 우리는 속어로 레어템(rare item의 줄인 말)이라 부른다. 오래전 일부 와인 애호가들에게 구하기 힘든 와인들은 소규모 매니아들의 레어템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소비 저변이 확대된 시점에서는 그 경계선이 내려올 것이다. 적당히 비싼 것도 줄을 서야 살 수 있는 시대 말이다. 지금 우리는 마트 앞에서 위스키 세일에 오픈런을 할 많은 소비자를 목격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매스티지 열풍이 불었다. 이러한 열풍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대부분의 소비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스몰 럭셔리를 넘어 앞으로는 공급자 중심의 레어템 시장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소비자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강요받게 된다. 아예 포기하거나, 아니면 비싼 가격을 주고 선택하거나. 마지막에는 소비 양극화가 일어날 것이며, 고급은 더 고급으로, 저가는 대량 생산체계로 시장이 고착화 될 것이다. 특징적으로는 레어템의 가격대가 많이 내려오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한 소비 저변 확대에 제한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의 확대를 물량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이나, 5년 이내에는 금액 기준으로 보는 시기가 올 것이다. 지금은 내 시장 분석은 물량에 중점지워져 있다. 와인이 고급화 되어가면 물량은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분석의 관점도 바뀔 것이고, 시장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각도 바뀔 것이며, 수입사나 유통 관계자들의 전략도 이에 따라 능동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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