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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Oct 03. 2022

앉은뱅이 샴페인, 콜레(Collet)

우리가 한산소곡주를 이야기할 때 앉은뱅이 술이라고 이야기한다. 한 잔 거 하게 따라서 마신 뒤 맛이 있어서 다 마실 때까지 계속해서 마시게 되는 술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기억한다. 와인 중에서도 이런 경우들이 제법 있는데, 내 관점에서 알코올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독일 리슬링(Riesling)중 훌륭한 슈페트레세(Spätlese)의 경우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며, 훌륭한 샴페인 역시 그러하다.


내가 와인 시음 노트를 쓸 때는 그 와인에 적합한 이미지가 떠오를 때 이를 노트에 기재하는데, 과거에 도멘 두 콜롬비에르(Domaine du Colombier)의 크로제 에르미타주(Crozes Hermitage)를 시음한 뒤 “번식 본능을 일으키는 와인”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시음노트에 기재했다가 주변에서 ‘번식본능’으로 통용된 적이 있다. 이번에 시음한 콜레(Collet)은 시음하는 순간 “아, 이 와인은 한 번 마시면 계속해서 마시게 될 것 같고, 앉은뱅이처럼 일어나기 힘들구나”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나는 발포성 와인으로써, 국내 발표성 와인의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중량 면에서는 압도적이지 않으나, 금액에서는 시장에서 70%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샹파뉴 지역으로 불릴 수 있는 권역은 상당히 넓어서 마을에 따라서 그 품질이 크게 나뉠 수 있다. 핵심도시로는 랭스(Reims)와 에페르네(Epernay)가 있다.

랭스에는 멈, 크뤼그, 뵈브 클리코, 루이 뢰들러, 자크송 같은 유명 하우스가, 에페르네에는 모에 샹동, 페리에주에 폴 로저 등과 같은 유명 하우스가 있다. 에페르네 동북쪽에 또 다른 작은 마을인 “아이”(Aÿ)도 뺄 수 없는데, 뵈브 클리코, 볼랭저 같은 유명 생산자들이 위치하고 있으며, 상당히 넓은 구역의 그랑 크뤼 밭을 포함하고 있다. 이 넓은 그랑크뤼 밭의 출발점은 20세기 초반 불안정한 프랑스의 와인 시장과도 연계가 된다.


1911년 샹파뉴 지역 폭동 사태(인터넷에 자료가 많으니 검색해서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후 생산자들은 자신들의 테루아에 대한 인정을 받기 위해 1921년 생산자들의 협동조합 형태로 시작되었고, 그 출발점은 Ay 지역의 넓은 그랑크뤼 면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움직임 가운데 라울 콜레(Raoul Collet)가 21년 당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고 이것이 콜레의 출발점이다. 수백 년 된 샴페인 하우스들이 즐비하지만, 이 하우스는 100년 가량의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생산 제품의 상당 부분이 프리미에 크뤼인 것도 이에 기인한다. 


와인은 대부분 토양의 성분에 따라서 캐릭터가 나타나며, 샴페인도 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포도의 지역이 제한된다면 그 맛의 캐릭터는 양조과정을 떠나서 그에 걸맞는 캐릭터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 포도원의 와인 특징은 토양에서 철분 느낌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네랄 느낌이 좀 더 많이 전해지지만, 포도 자체는 다른 포도원에 비해서 달콤한 면모가 꽤 있어서 여성 소비자들에게 잘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섬세함은 당연한 것이고, 드미 섹의 경우에는 샴페인 초심자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와인이라 생각된다. 


최근 국내 샴페인 수입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재미있는 것은 그에 맞추어 소비도 함께 늘었다는 것이다. 수요가 있으니 수입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앞으로도 국내 소비자들의 샴페인 사랑은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하우스의 샴페인은 샴페인을 즐기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샴페인에 처음 입문하는 소비자에게도 좋은 교과서가 될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맛과 특징을 보여주는 한 하우스의 샴페인을 일관되게 마셔보는 것은 샴페인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블랑 드 누아르와 블랑 드 블랑을 비교하여 마셔본다면 두 캐릭터의 차이점이 보일 것이다.




다음은 본 하우스 샴페인들의 시음노트다.


Collet Champagne Brut NV 

우리가 흔히 한산 소곡주를 앉은뱅이 술이라 부른다. 아마도 와인에 앉은뱅이가 있는데 이 와인을 지목해야 할 것 같다. 엑스트라 브뤼가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단 느낌을 두고 있는데 이 단 느낌이 매우 절묘해서 입 안에 술술 넘어가게 한다. 산미의 밸런스가 좋기 때문에 이 단 느낌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고 기포와 밸런스도 상당히 좋다. 이스트와 열대 과실의 어우러짐이 지금 마시기에 매우 좋은 느낌을 준다. 명백히 이야기하건대, 이 와인은 절대로 남기는 일이 없을 것이다. 혼자 마시든, 둘이 마시든. 결론은 앉은뱅이 샴페인으로 귀결될 것이다.


Collet Champagne demi sec NV

색상은 밝은 노란 빛, 처음 와인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 샴페인다. 드미 섹이기 때문에 단 느낌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우아하게 단 느낌이 전해진다. 입 안의 기포도 달콤하고, 청포도, 크리미한 이스트의 터치, 전반적으로 생크림 같은 질감이 느껴진다. 입 안의 여운도 꽤 길게 하고 피니시에서는 쌉사래한 질감도 함께 느껴볼 수 있다.


Collet Champagne Brut Rose NV

로제 와인의 이미지는 좀 더 레드 와인에 가까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이트도 아니다. 색상을 보면 어쩐지 장미향이 나야 할 것도 같으며 실제 그런 경우도 있다. 이 와인은 그런 스타일은 아니며 살구, 자두 계열의 캐릭터, 부드러운 산미와 질감, 기포에서도 느껴지는 부드러운 베리류의 터치를 느껴볼 수 있다. 미네랄 느낌 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여성적 느낌을 원하는 여성 취향에 적합할 것이라 생각한다.


Collet Champagne 1er Cru Extra Brut NV

이스트의 대단히 기분 좋은 터치가 올라온다. 숙성이 잘 된 와인에 2차 발효가 매우 잘 되어서 좀 더 풍성하고 기품 있는 캐릭터를 느낄 수 있다. 나무향, 그리고 향신료의 복합적인 터치, 기포 자체에 명징하게 스며든 안정적인 산미와 캐릭터는 마시는 이에게 멋진 임팩트를 준다. 기포가 입 안에서 기분 좋게 터치며 나무 계열, 버섯, 그리고 약간의 꿀과 같은 터치를 쌉싸래하게 전해주는데 음식의 식욕을 돋우는데 더할나위 없이 멋진 와인이라 생각한다.


Collet Champagne 1er Cru Blanc de Noir NV

의외로 주변에서 블랑드 누아르를 찾기는 꽤나 힘들다. 이 와인은 그 드문 블랑 드 누아르 샴페인으로써, 피노 누아르와 뫼니에가 각각 85:15로 블렌딩 되었다. 블랑 드 누아르는 보이지 않는 묵직함의 매력이 좋은데, 이 와인 역시 약간은 톤이 있는 노란 빛과 함께, 매혹적인 산미감과 함께 보디감을 느낄 수 있다. 브뤼는 좀 더 풋풋한 과실의 느낌을 강조했다면 이 와인의 경우에는 좀 더 진중한 보디감과 상대적으로 낮은 단 느낌을 준다. 기포의 캐릭터는 부드러우면서도 산미감을 잘 내포하고 있어서 경쾌하게 마무리 된다. 식전주로써 이보다 더 호사스러울 수 없다.


Collet Champagne 1er Cru Blanc de Blanc NV

원래 와인을 만든 샤르도네 와인 자체의 품질이 대단히 좋다. 색상은 매우 맑고 명징하며, 쌉싸래한 터치가 입 안에 잘 전해진다. 기포의 밸런스도 좋고, 피니시에서 느끼는 미네랄, 철분의 균형감이 혀 아래까지 쭉 내려온다. 입 안에서 선명한 질감과 섬세함으로 드라이하며 입 안을 가득 메꿔주는 기분 좋은 잔향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Collet Champagne 1er Cru Brut Art Deco NV

좀 더 풀내음과 꿀, 아카시아, 사루비아 계열의 캐릭터가 많이 전해지는 와인이다. 코 안에서도 기분 좋은 밸런스와 질감이 느껴지며, 산미는 다른 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입 안을 가득 채워주는 선명한 보디감과 안정적 피니시는 이 와인이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멋진 와인임을 반증한다.


Collet Champagne 1er Cru Millesime 2014

명징하게 드러나는 약간 볏짚 색상이 도는 기분 좋은 톤이 마음에 든다. 산미와 함께 대단히 좋은 타닌감이 존재하고 있으며 와인 자체의 힘이 굉장히 좋다. 산미가 워낙 잘 살아 있어서 브리딩을 오래 하고 디켄팅을 약간 시켜주면 더욱 풍성한 아로마를 느낄 수 있는 샴페인이다. 이 포도원의 특징인 쌉싸래함을 모두 내포하고 있으며, 무게감과 진중함, 오크 터치, 삼나무, 나무, 그리고 우아한 배, 약간의 꿀 터치도 느낄 수 있다. 명주다.


(본 칼럼은 가자주류의 시음 제공 및 관련 자료, 샴페인 하우스의 홈페이지, 잰신스 로빈슨의 ‘The World Atlas of Wine’의 내용 등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미디어파일은 저작권자의 허락에 의해 게시되었으며, 모든 미디어 파일의 저작권은 가자주류, Collet에 있습니다. 필요시 저작권자에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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