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휘웅 Feb 09. 2023

ChatGPT가 와인 분야에 줄 영향

오래간만에 내 전공에 맞는 주제를 들고 찾아왔다. 요즘 ChatGPT가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고, 기존의 알파고를 넘어서서 대중적인 충격을 보여주고 있다. ChatGPT는 언론이나 여러 곳에서 설명하고 있기에 내가 좀 더 설명을 할 필요는 없으나, 기술의 단점만 몇 가지 설명하겠다. 첫째, 정확한 값을 찾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인구는 몇 명이니 하고 질문 하면 어느 데이터를 지칭하는 것인지(몇년도, 몇월) 기준이 불분명 하기에 값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  둘째, 짧은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없다. 사람도 앞서 한 말이 별로 없을 경우 뒷 말을 답하기가 쉽지 않다. (오빠는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같은 질문이다) 이 것을 맥락이라고 하는데, ChatGPT는 맥락이 장황하고 길수록 답을 더 잘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위의 단점들을 나와 같은 기술자들은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비교적 쉽게 튜닝이나 추가학습, 그리고 시맨틱 검색, 지식 그래프와 같은 현재 기술로써 보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23년 2월 8일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브라우저 엣지와 존재도 알 수 없는 시장점유율의 검색엔진 빙(Bing)을 다시 소환하였다. 그리고 그 성능은 소문으로 보자면 엄청나다고 한다. 관련 기술을 20년 가까이 연구한 내 관점에서 나온 기능의 성능을 파악하자면 초기에 내가 상상했던 검색 모델이 거의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의미기반 검색, 지식 검색, 그리고 특정 값(value)에 대한 검색에 이르기 까지 거의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이 과연 와인 분야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생산자, 유통자)


기업내 업무 환경에 이러한 엔진을 도입할 경우 기업내 정보 탐색 시간이 기존에 비해 60% 이상 줄어들 것이다. 무역 관련 서류 등을 모두 스캔해둘 경우에 수입사들은 관련 자료를 검색할 때 사람에게 묻듯이 “지난번 @@포도원 생산지 증명 서류 좀 찾아줄래?”랑 “포도원 서류 인증 유효기간이 몇일이었지?” 같은 형식의 문의에 빠르게 답해줄 수 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이달의 미수금 좀 계산해서 알려줘”와 같은 구체적인 계산식까지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프랑스에서 이번에 컨테이너 선적되는 날짜를 알 수 있니”와 같은 무역 관련 실무 질의부터 “이번에 @@와인에 대한 소셜네트워크 반응이 긍정적이니” 같은 마케팅 질의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구글링으로 대표된 ‘키워드’ 기반 검색이 이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말과 같은 질의로 바뀌는 셈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 이야기 하는 “우리가 지금 이 상황을 탈출할 확률이 몇프로니”같은 질의는 복잡한 계산식과 함께 인간의 의사결정을 통제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여전히 꿈같은 사항이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편리함은 상당할 것이다. 특히 이 기술이 음성인식과 연계되어 길에서 걷거나 운전하는 중에 AI에게 여러 업무 관련 지식을 묻고 듣는 기술은 빠르면 3년 이내에 보편화될 것이다.     


생산자 입장에서도 “1주일 이내에 포도를 수확하기 가장 좋은 날씨가 언제이니”하는 식의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질문에 답하려면 와인 생산의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과 기상 날씨 예보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시스템이 배경에 있어야 하기에 여러 해가 더 지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구축되었다는 전제 하에 양조장 전문가들은 최적 포도수확시기, 그리고 비료나 각종 포도밭 관리 환경, 그리고 양조통의 온도 변화나 발효 기간에 대한 튜닝 등에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금 이 언어모델로 인해 와인분야의 일상은 상당히 변할 것이다.     


(소비자)


소비자들은 와인의 사진을 찍고 난 뒤, “이 포도원 좋은 곳이니”같은 피상적 질문에 포도원의 역사를 설명해줄 것이다. 해외에 가서도 “이 포도원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줘” 하면 자연스럽게 문장을 만들어 우리에게 설명해줄 수 있다. “여기보다 이 와인 싸게 파는 곳을 찾아줘”하는 질문도 미래에는 가능할 것이다. 물론 쇼핑몰 사이트에 대한 통합 정보 제공과 가격 비교 사이트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달린다. 그러나 와인서쳐나 비비노 등을 통해서 정보가 제공된다면 소비자들은 보다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결론)


인간의 일상은 찾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영화도 찾는데 시간을 보낸다.(인디애나 존스는 영화 내내 찾다가(search and discovery) 마지막에 발견(find)한다) 집에서도 많은 시간은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필요한 공구는 어디 있는지, 내가 원하는 펜은 어디 있는지, 지난번 할인 쿠폰은 어디에 구겨넣었는지 찾는데 시간을 보낸다. 지식 노동자(knowledge worker)는 업무의 50% 가량을 무엇인가 찾는데 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사 할 때에도 이사갈 곳을 찾고 싼 물건이나 업자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우리는 그만큼 찾는데 공을 들인다. 그런데 이 찾는 것을 AI가 진정으로 도와주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은연중에 크게 바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기술이 정교화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수 많은 인공지능 기술, 빅데이터 기술, 그리고 우리가 쓰고 있는 데이터 분석 등 기술들이 협업해야 한다.     


와인 분야에도 이렇게 큰 변화와 편의성이 생기는데, 우리 일상은 어떠하겠는가? 어찌 되었든 오래 살아야 할 일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주류와 와인 시장의 규모를 추정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