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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Jun 20. 2023

프레스 투어가 실효성을 얻으려면

직함이 기업의 연구소장으로 되어 있다보니 정부로부터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승인받고, 이를 계획에 맞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다. 물론 경쟁률은 치열하여 기본 10:1 수준이고 2023년의 경우 18:1 수준까지 목격했다. 물론 보기 좋게 떨어졌지만, 처음부터 이야기가 이상한 곳으로 흘렀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연구개발을 하다 보면 의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있다. 성과물이 훌륭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성능지표를 달성해야 하며, 그 다음으로는 성과지표라는 것이 있다.


이 성과지표는 고용 창출이 얼마나 되었는가, 연구개발로 매출이 얼마나 이루어졌는가, 논문을 얼마나 냈는가, 특허가 출원되었는가, 특허를 등록했는가, 언론 홍보가 얼마나 되었는가, 비즈니스 전시회에 몇 번 참가했는가 등이다. 사실 연구개발 활동과 무관해 보이나 국가 전체로 볼 경우에는 이 수치가 의미 있다. 수출 실적을 보이려면 전시회 참가 횟수가 실적이 될 수 있고 계약까지 했다면 더 좋은 것이다.


여기까지 보고 나니 내가 제목에서 이야기한 이유를 눈치 빠른 사람은 알아챘을 것이다. 와인 업계에서 수입사는 거래처와 지속적인 납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거래처를 포함한 포도원 방문 등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간혹 프레스도 함께 가지만 최근의 수입사들 추세는 이런 경향은 많이 줄어드는 것 같다. 대신 한국에 수출 실적이 적거나 신규 진출을 희망하는 국가들의 경우 프레스 투어를 기획하는 경우가 많다.(일부 수입사를 포함하기도 한다) 이 방법은 언론에 해당 국가의 와인을 한국 시장에 지속 소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수입사들이 자국 와인을 선택하도록 하는 순기능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방법은 해당 국가의 공무원이나 무역대표부에게는 좋은 실적이 될 수 있으나 실제 해당 국가의 한국 수출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런 기획을 한 번 하기 위해서는 우리 돈으로 1억 가량의 예산은 쉽게 소요된다. 항공권, 현지 숙박, 식사, 가이드 대행사, 포도원 지급 수수료, 담당자 급여 등을 생각한다면 이 것보다 더 소요될지도 모른다. 해당 국가 담당자에게는 이 행사가 수월한 것이, 한국으로 돌아가면 여행에 참여한 이들이 기사를 쓸 것이고, 그 글의 건수가 좋은 성과지표로 보고된다.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건 글이나 사진의 수, 그 사진의 좋아요나 댓글 개수 등이 성과지표로 보이기에 좋다.


반면 포도원들의 경우 수출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 성과지표로 내세우기가 매우 어렵다. 몇 개의 수입사를 접촉했다 하더라도 수출 계약 성사는 시간이 상당 부분 소요되기 때문에, 수입사 시음 미팅 등을 통합하더라도 마땅히 내세울 것이 많지 않다. 결론적으로 보았을 때 각 국가의 무역대표부 담당자나 정부의 예산을 받는 측면에서 더 수월한 성과지표를 지향하는 것이 그들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다. 그러나 모든 정부의 존속 이유는 수출이나 무역의 규모를 증대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레스 투어가 수출 증대에 집적접인 연관성을 주는 것일까? 내 생각에 5~6년에 1회 정도면 그 역할은 충분하다고 본다. 이러한 제도가 최고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국의 와인을 수입해준 수입사들 중 실적이 큰 몇 개 수입사를 초대하여 훨씬 극진하게 대접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성과가 좋은 수입사 중 의사결정권이 있는 수입사 대표 몇 명을 좋은 교통편과 숙박, 새로운 포도원 방문 등의 절차를 거쳐 해당 국가의 와인이 비즈니스적인 이익이 명확함을 입증시켜주는 것이 훨씬 타당할 것이다. 단점은 정책 당국자 입장에서 당장의 성과지표가 안나온다는 것이고, 수출 계약의 수치도 미미하다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수입사들은 이런 국가 무역대표부의 초대가 무슨 의미인지 알기 때문에(추가적인 수입), 대부분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좀 더 좋은 당근을 제시하고 부담을 줄여주며 자발적으로 자국 와인을 주변에 홍보하는 역할을 하도록 좋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이 것의 보완책도 필요하다. 수입 의사가 있는 수입사의 경우에는 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계약 보장을 확약서 형태로 받고 보내야 한다. 해외의 생산자들도 자신의 포도원을 방문한 수입사가 계약 혹은 그에 준하는 상당한 수준의 신뢰도 있는 행동들을 한다면 큰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것이 의무사항이 아닌 이상 관광여행 이상이 될 수는 없는 셈이다. 모든 활동에는 궁극적 성과목표가 있다. 그리고 무역대표부나 정부의 목적은 자신들의 상품이 잘 수출되는 것이다. 아울러 프레스 투어 참여자들의 경우에도 계약에 근접하는 일종의 양해각서 같은 것을 작성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품질을 보장하는 콘텐츠와 미디어 노출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것이 없다면 무성의한 포스팅과 정성을 담은 포스팅 사이의 가치가 차별화 되지 못할 것이다.


프레스 투어도 명확한 순기능은 있으나, 최근의 추세는 미디어 명함을 가진 많은 언론사 기자, 프리랜서/잡지사 기자, 인플루언서들의 조회수나 본인들의 명성에 도움이 될 뿐 해당국가 수출 증대라는 궁극적 목적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상품 판매, 수출이라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으면 실패한 정책이라 해야 할 것이다. 눈 앞의 손쉬운 성과를 위해서 궁극적인 목적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많은 국가의 담당자들은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인 것이다. 대안으로 최근에 국내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별 시음회는 매우 유효하다. 오히려 전문 테이스팅 행사, 각 지역별로 집중된 시음행사 등이 훨씬 좋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집중적인 시음회를 통하여 더 많은 국내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자국의 와인을 맛보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자국의 와인을 한국에 수출하는 더 멋진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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