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입와인시장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6월 15일에 집계된 2023년 1~5월까지의 수입 현황은 223,971헥토리터, 미화 2.18억달러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곧바로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라, 1~5월 누적 전년대비 비교를 하자면, 2022년에 비해 물량은 –17.79%, 금액은 –10.81% 줄었다는 것이다. 이전 통계에 따르면 금액의 하락폭이 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수입사들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른 발주 물량 감소와 통관 물량 감소가 현실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 사실 정보는 여기까지다. 그렇다면 원인과 전망을 간략하게 생각해보자.
물론 누구나 다 아는 미국의 금리 인상, 환율 불안, 부동산 경기 침체 등등 사회경제적 요인은 이 글에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감소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와인을 덜 찾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와 같은 소비 감소가 아니다. 현재 와인은 대중주로써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와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술이라는 생각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와인은 기념할만한 날에 마시거나 좋은 자리에서 내어놓기 위한 특별한 술로 인식되었으나, 이제 와인의 경쟁 주체는 작은 시장이 아니라 메인 시장이 되었다. 그렇기에 일반 소비자들의 선택을 얻기 위한 시점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개인적으로 편의점을 들를 때마다 와인의 판매대를 살펴 본다. 가격대도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에 와인도 구매한다. 물론 마트에서도 그렇게 한다. 지금 와인 시장은 두 가지 필드로 구분되고 있다고 보는데, 중고가 와인의 유통 시장과 데일리 와인 시장이 그것이다. 이 시장의 흐름을 보는 데 있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소비자들의 성향 변화다. 과거라면 와인 애호가라는 관점에서 그들의 성향(소량, 독특함, 명성 등)에 맞는 특별한 와인들이 중요했으나(만화 신의 물방울 붐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은 일반적인 소비를 위한 와인 선택, 그리고 지인들과 간단한 모임에 쓰기 위한 와인 선택이 더 중요한 환경에 노출되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와인을 살 것이냐, 전통주를 살 것이냐, 위스키를 살 것이냐, 아니면 원래대로 소주, 맥주를 살 것이냐부터 결정한다.
기존 와인 애호가의 시장은 견실하게 성장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그 이면에 있는 이러한 고객의 선택지에 있어서 팬데믹 기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물량은 이런 소비자 성향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은 개성적인 술 시장의 경쟁이 격화된 관점에서 ‘나만의 술’을 찾으려는 소비자의 성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수요의 흐름은 분명히 고급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문제는 물량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와인이 있어야 수입사들도 주요 수익원 및 자금 흐름이 이루어진다는 점인데, 현재 이 부분의 문제가 꽤나 와인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종합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소비자 변화, 단기적인 사회경제적 지표의 변화, 지나친 단기간의 시장 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라 생각한다. 하나의 요인이 시장에 영향을 주어도 크게 출렁이기 마련인데, 여러 가지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으니 업계에서 맞닥들이는 충격은 더 크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시기가 언제까지 간다고 보아야 할 것인가? 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기준으로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소비자의 성향
위스키가 경쟁자로 떠오르는 듯 하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고, 전통주에서 기존 소주의 고급화 버전에 이르기 까지 소비자의 취향을 잡기 위한 경쟁 주류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소비자의 성향은 계속 바뀔 것이기 때문에 2021년과 같은 급격한 시장 성장이나 고객들이 몰려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기존 와인 소비자의 자연스러운 소비 증가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소비자들의 와인 소비가 2021년까지 오려면 3~4년 가량 소요될 것이라 본다.(줄지 않는다는 전망이 중요하다.)
와인 가격
유럽의 생산자들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아도 가장 걱정하는 것이 기후 변화에 따른 생산 여건 악화다.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고, 고급 와인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병 가격, 물류비, 생산설비 세척 등 여러 환경에 들어가는 물 조달 비용과 탄소 비용 등 전체적인 비용이 오른 데다가, 고가 와인의 수요는 추가적으로 늘어나기에 소매가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한 번 오른 부르고뉴 와인 가격이 내려가리라 기대하는것은 어렵다.
재고 및 유통 환경
고가 안정화 되려면 2021년 유입된 물량의 재고가 시장에서 빠르게 없어져야 하는데 수입사별로 상당수의 재고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이의 소진이 핵심이다. 유통 채널이 있다 하더라도 시장 현황에 따라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쉽지 않기 때문에 기대한 만큼의 재고를 줄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경험상 재고 자산이 많은 경우에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간단하게 말해서 물탱크를 생각하면 되는데, 물탱크에 물이 계속 유입되나 나가는 물구멍이 작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에는 물탱크가 터진다. 이를 막으려면 구멍을 여럿 뚫는 수밖에 없는데, 잘못 뚫으면 물탱크가 터져 모든 물이 빠져나간다. 차서 터지거나 구멍을 잘못 뚫어 터지거나 결과는 최악이라는 점이다. 연착륙 하려면 유입을 줄이고 나가는 물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재고유지 및 물량 확보와 매출 사이의 갭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금융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다시 수입사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 현재 시장이 안정화 되려면 적어도 2024년 1분기는 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시장 전체적으로 볼 때 우울하게 보이겠으나 월별 수입 물량이 늘지 않고 금액이 줄었다는 것은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한다. 바라건대 연말 전에 통계 수치가 다시 좋아지고 새로운 와인들이 더욱 많이 소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