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데 있어서 일관된 논조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시장의 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이야기 할 때 이전 글에서는 성장한다고 했다가 다음 글에서는 감소한다고 하는 말을 내는 것은 일관되지 않고 과학적이지 않다. 언제나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2022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내 논조는 시장의 상황이 매우 나쁠 것이며 나쁜 상황에 대비하라는 것이었다. 목록으로 보자면,
전체적인 논조는 시장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1~5월 시장 상황을 설명하면서 와인 시장의 반등 시점은 2024년 1분기 혹은 상반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었다. 상황이 나쁜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 어느 시점에 다시 회복되느냐 하는 것을 이야기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회복”이라는 것을 무엇이라 이야기 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물가 상승률이 2%밖에 안된다는데 왜 시중에 음식 값은 이렇게 많이 올랐는가”하는 체감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각 섹터별로 “체감”의 관점에서 반등한다는, 회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시점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다. 우선 2023년 1월~7월까지 집계된 기본적인 와인시장 통계다. 1~7월 기준 물량은 294,917헥토리터, 달러로는 약 2.88억 달러가 수입되었다. 2023년 6월은 이례적으로 스파클링 수입이 거의 없었는데 7월에 원상복귀 되었다. 덕분에 수입 물량의 감소 추세도 어느 정도 멈추었다. 전년도와 비교하자면 1~7월 누적 기준 물량은 –23.31%, 금액은 –14.34%로 1~6월 누적 통계에 비해서는 감소폭이 줄어들었다.
특이 상황으로는 물량 기준에서 프랑스가 20.55%로 20.3%의 칠레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했다는 점이다. 물론 금액에 있어서 프랑스는 39.7%로 4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금액 기준에서 프랑스(39.7%), 미국(17.54%), 이탈리아(13.01%) 1~3위 국가들의 점유율을 모두 합치면 무려 70.25%로써, 한국 수입와인시장은 세 개의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상황은 뉴질랜드 와인의 시장 점유율이 물량 기준4.33%, 금액 기준 3.61%로써 호주(물량 6.44%, 금액 4.53%)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레드 와인의 비율이 2023년 60%로 줄어들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2022년은 62.89%), 화이트와 스파클링의 시장 비율이 올라가는데에서 기인되는 것 같다.
2023년 6월 스파클링 수입이 매우 적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시장에서 일부 긍정적인 시그널이 보이고 있으며, 적어도 시장 하락세는 멈춘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판단할 수 있다. 다만 대외적인 여건들이 매우 나쁜 것은 사실이기에(환율, 경제 현황 등) 그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시장이 다시 성장 추세를 가지고 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전제되어야 하는가?
우선 저가 와인의 악성 재고에 대한 소진과 기존 계약의 갱신이 마무리 되는 시점을 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개 유명한 와인 생산자가 올 때 우리는 그냥 좋은 사람이 오는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겠으나, 사실은 국내에서 중요한 거래 계약이나 물량 협의 등을 할 때 온다. 즉, 언론에 노출은 부대 행사일 뿐 본 목적은 더 큰 거래를 위한 것이다. 통상 포도원들은 북반구의 경우 봄, 남반구라면 늦가을 정도에 한국을 많이 찾는다. 8~10월까지는 생산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 없다. 7월 말~8월 초는 휴가철이기에 또 출장은 잘 가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계약의 갱신 시기는 남반구의 경우 올 가을 정도에 한 번 정리가 될 것이고, 북반구는 이미 상반기에 어느 정도 논의되었을 확률이 높다. 2023년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니 한 템포 쉬고 진행하자는 협의가 다수였을 것이다. 필수적인 물량만 수입되고 그 이외는 기존 재고를 줄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이 과정에서 제품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조정 작업도 함께 이루어진다. 2023년은 그 포트폴리오의 구조조정 시기이기도 한 셈이다. 2023년 연말은 되어야 전반적인 조정작업이 마무리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해외여행 안정화다. 억눌렸던 수요로 일시에 해외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이 상태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시중의 자금, 개인의 자금 사정이 이 여행 자금에 맞추어서 재정렬 되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2022년 말부터 해외여행이 안정화 되기 시작했으니 가계 재정상황에 따른 와인 구매를 늘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1년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숍의 구조조정이다. 숍은 하나의 숍이 열고 닫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폐업이나 구조조정에 따른 재고자산 문제가 따른다. 만약 결제가 안된 물건이라면 공급자가 매출채권을 회수하기 위해서 현물을 회수할 것이나 상품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 물건들이 금번 국세청의 고시에 따라서 싼 값으로 풀리게 된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물량은 소진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가격 파괴가 이루어진 와인들의 경우 시장에 다시 풀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격 파괴가 불가능한 고급와인들 그리고 유명 와인들만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이 세 가지 요인이 정리 되려면 시간은 걸리겠으나 최근의 통계 흐름을 보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는 시그널이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 약간 더 많은(아주 약간) 물량을 수입한다.(10년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에 48.5%가량, 하반기에 51.5% 가량 수입된다. 금액과 물량의 비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시장에서도 약간 긍정적 요인이 보일 수 있으며, 수입 물량 기준으로 볼 때 일부 변동은 있겠으나 2023년 연말이 하락/하락안정화의 마지막 시점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시장에서 체감이 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2024년 1분기(설 시즌)가 지나야 제대로 된 시장의 반등을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2021년이 비정상이었다는 것이다. 그 때 같은 반등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 때의 호황을 생각하고 와인 비즈니스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그만 둘 것을 권고한다. 오히려 미래는 성장률이 더뎌지고 안정화 추세로 갈 확률이 더 높다. 국내 라면 시장, 소주 시장이 성장보다는 안정된 상태에서 완만하게 감소하거나 완만하게 증가하는 것처럼 와인 시장도 이러한 패턴을 따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반등의 개념은 약한 성장 사이클로 접어드는 관점으로 이야기한 것이니, 확대해석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