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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Sep 12. 2023

나누어지고 있는 고급 와인 시장

최고급 시장이 새로운 섹션으로 나타난다

여러 해 전부터 고급 와인이 시장의 키워드라는 것에 대해서 계속 강조해 왔고, 현재 시장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도 이야기 했기 때문에 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고급 와인’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기는 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에게 묻는다 하더라도 각각의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기준이 필요할 것 같다. 고급 시장을 측정하는 좋은 지표는 샴페인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샴페인은 고급 와인이라 할 수 있으며, 이 기준을 바탕으로 고급 와인 시장을 추정하는 것은 적정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프랑스 스파클링 와인의 박스당 평균가격은 약 260달러 수준(12병 기준)인데, 2021년 280달러 수준에 비해서는 가격이 내려왔다. 프랑스산 레드 와인의 박스당 가격은 150달러 수준, 칠레산 레드 와인의 박스당 가격은 45달러 수준이니 프랑스산 스파클링 와인의 가격지수가 얼마나 높은지 감이 잡힐 것이다. 프랑스 스파클링 와인의 상당수는 샴페인으로 볼 수 있다. 일부 크레망 드 르와르, 크레망 드 부르고뉴, 크레망 달자스 등 몇몇 지역의 스파클링이 있을 수 있으나, 이 가격은 이탈리아 스파클링 박스당 평균 가격 50달러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260달러를 2023년 9월 현재 약 1330원인 환율을 기준으로 산정한다면 약 35만원 가량이 된다.(계속 변화하는 데이터이기에 단순히 추정치로 계산한다.) 이 가격은 통관당시 운송료와 보험료를 합친 CIF 가격이다. 이 가격을 나누면 약 28,000원 가량이 나오는데 유통 마진 등 여러 요소를 첨가해보면 기본적으로는 5~6만원 가량이 나온다.


이렇게 살펴본다면 내가 간단하게 추정할 수 있는 고급 와인으로 볼 수 있는 가격대는 5~6만원대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가격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고, 저 수치에는 크레망 계열의 와인 값도 포함되어 있기에 완벽하게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좀 더 세부적인 계산을 하는 글도 쓰겠으나 이 글의 주제는 계산이 아니니 이야기를 이어 나아가겠다.


이 가격으로 생각해볼 때 5만원이 고급와인이라는 것에 수긍할 수는 있으나 최근의 부르고뉴 피노 누아르 와인 가격, 그리고 유명 와인들의 가격은 이미 1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고급 레스토랑의 와인 반입료는 5만원 이상에서 10만원씩 가는 곳도 있는데, 이런 곳을 가기 위해서 가져가야 하는 와인의 가격은 구매가 기준 최소 30~40만원 이상 되는 와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의 소비자들도 5만원 이상의 와인을 선택하는데 아주 큰 저항감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10만원이나 15만원 이상이 된다면 저항감이 상당할 것이다. 그렇기에 고급 와인 시장에도 선명한 선이 나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가격의 저항선을 어느정도로 잡느냐 하는 것은 또다른 숙제라 할 수 있는데, 초고가 와인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성향상 밖으로 자신의 소비를 거의 드러내지 않고, 숍 거래도 하나 수입사 직거래 혹은 아예 수입 대행을 시키는 등 자신들만의 유통 방법을 유지하고 있기에 유통 당사자들이 체감하는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시장 분석을 해온 입장에서 이 수치를 경험적 지식에 빗대어 본다면(산정 근거는 대기 어렵지만) 10~15%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얼마전 궁금하여 계산해본 국내 5만원 이상 고급 와인 시장 규모는 약 5,400억 가량이다.(조만간 관련된 글을 한 번 올리도록 하겠다) 이 기준에서 보았을 때 최고급 와인 시장의 규모는 840억이 나오는데 내 생각에는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고급 와인과 최고급 와인 시장을 분리해야 하는 시점에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 소매점에서 쉽게 고를 수 있는 와인의 시장은 레드오션이 되었고, 여전히 고급 와인과 최고급 와인 시장은 전문성과 품질, 브랜드 등 명품 시장으로서 그 자리를 더욱 강화할 것이 명확하다.


고급 와인 시장은 패션 시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전통의 강자, 유명한 명품 브랜드도 있지만 어느날 혜성처럼 나타나서 명성을 얻는 경우도 많다. 기존의 명품은 가격이 계속 오르고, 새로운 명품은 처음에 가격이 저렴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오른다. 희귀 아이템은 구하기도 힘들고 그들만의 리그가 따로 있다. 일반 소매 시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국내 시장은 고급 와인 내부에서도 고객층을 세분화하고 각각에 맞는 판매 전략, 마케팅 전략이 촘촘하게 전개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많은 전문적인 마케팅 팀들, 해외 브랜딩 전략팀 등 많은 이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앞으로 이러한 추세는 강화될 것이다.


시장이 세분화 된다는 것은 그만큼 선진화된 것으로 볼 수 있으니, 비록 전체 시장 규모는 강력한 조정을 받고 있으나 미래의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고급 와인 시장이 존재하기에 고급 마케팅이 더 발달하고, 그 덕분에 일반적인 와인 시장의 마케팅도 발달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고급 와인 분야를 좀 더 자세히 보고 살피자. 생존전략은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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