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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Sep 12. 2023

주류 할인판매 허용과 소비자

부지런한 소비자에게는 더 좋은 혜택이

지난번 글에서는 국세청의 주류 할인판매 허용에 대해서 공급자 관점의 주제로 칼럼을 올렸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도 있고, 여러 관계자들의 관점도 있으니 이를 함께 다루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전 칼럼은 다음의 글을 참고한다.



주류의 할인판매라는 것의 기준은 지금까지 공급된 가격 이하로 팔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보일 수 있다. 장사에 밑지는 장사가 없다고 하나 간혹 악성 재고가 남을 경우에는 밑지고 파는 때도 있을 수 있다. 100원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그 아래로 팔 수는 없다는 것은 판매자 입장, 그리고 소비자 입장 모두에게 손해일 수 있다. 다음과 같은 경우를 가정해 보자. 어느 수입사에서 잘 판매되는 고급 와인의 가격을 엄청나게 높게 책정한 뒤 공급한다고 보면 이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다. 그런 뒤 만약 공급자가 이 가격을 숍이나 업장마다 다르게 공급한다면?(거래 실적이 좋은 숍은 싸게, 나쁜 숍은 비싸게) 물론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당장 그렇게 되었다가는 가격의 신뢰도가 무너지고, 나아가서 가격이 파괴되어버리며 해당 수입사 전체의 물건에 대한 가격 신뢰도가 망가지기에 수면 아래에서 은밀하게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이 하나의 경우를 두고 살펴보았을 때 공급자는 수입 당시 가격보다 더 싸게 물건을 공급한다 해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공급가를 내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판매자는 이 가격보다 더 싸게 팔 수 없다면 비싼 가격으로 받아도 더 싸게 팔 수 없기 때문에 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소비자도 물건을 싸게 살 수 없을 것이다. 과거에 이런 규제가 생긴 이유는 일부 품목의 가격은 싸게 하거나 밑지게 팔고, 다른 품목에서 이익을 보전받는 형태가 많이 생겼고, 이에 따라 세수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경우에는 투명한 주류 거래(목적은 투명한 세수)에 있는데, 유통 거래망이 혼탁하고 판매 가격이 도입 가격과 더 쌀 경우 실제 판매자가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남겼는지, 현금 거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산정하기 매우 어려워 탈세를 찾기 어려운데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와인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이 유통 구조가 되는 경우에 온라인 주류 거래가 허용되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은 최저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와인에 대해서는 가격을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마도 판매자 입장에서는 가격도 보호하고 고객도 유지하기 위해서 섞어팔기(50,000원에 세 병 골라담기) 같은 편의점 맥주 판매 전략을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원래 가격을 보호할 수는 있겠으나, 고객이 와인의 정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할 경우에는 와인을 싼 값에 사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미끼 상품이 보편화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것이 소비자 손해는 아니다. 영리한 소비자라면 이러한 와인을 신속하게 발견하고 해당 와인을 파는 숍 등의 정보를 그 때 그 때 파악하여 선도입매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마트에서 특정 와인을 미끼 상품으로 내고 있으나 이는 절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 마트니 가능한 일이었으나 이제는 숍들도 이러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고급 와인 1병은 공급가 이하로 내고 나머지 와인들에서 이익을 취하는 방법을 구사할 수 있다. 물론 혜택은 처음의 고급 와인을 쥔 소비자에게 가겠으나 군대의 원리(선착순이 최고)가 작용하는 쇼핑의 세계에서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는 분명하다.


다른 주류에서도 이러한 일이 많이 발생할 수 있으나, 와인의 경우 소량 다품종 시장이기에 이런 일이 훨씬 자주 발생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크게 잃을 것이 없고 표면적으로는 가격이 내려갈 것이다. 수입주류 업계 내에서는 생존 경쟁이 좀 더 치열해지겠으나, 소비자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니 좀 더 부지런한 소비자에게는 좋은 소식이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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