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작황이 좋다
와인 애호가라면 가을이 될 때 유럽의 포도밭 작황에 대해서 다들 궁금해 할 것이다. 자주 관련 매거진이나 기사를 살펴보면 앞으로 시장, 그리고 국내에 와인 수급에 대해서도 파악을 할 수 있다. 일단 좋은 소식으로 한국의 고급 와인 생산을 하는 2022년~2023년 작황이 꽤나 좋다는 것이다. 자세한 기사들은 디켄터지의 2023년 수확 관련 기사들을 살펴볼 수 있다. 2023년 보르도 와인중 빨리 출시되는 와인은 2024년 영향을 줄 것이고, 2022년 수확분은 이제 곧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유럽 남부(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남부 해안 랑그도크-루시옹 등)의 포도 작황은 가뭄으로 인해 생산량 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량의 감소와 품질은 다른 주제다. 가뭄이 과도해지면 과실이 열리지도 않고 완전히 말라버릴 수밖에 없으나, 어느 정도의 가뭄은 포도가 더 응집력 있게 익을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정확하게 살펴본다면, 포도나무는 건조하거나 배수가 잘 되는 땅에서 더 맛있는 포도를 만들어낸다. 가뭄이 생산량을 줄일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품질을 감소시킨다는 명확한 연관은 없는 셈이다.
물론 여기서 생산자의 품이 많이 들어간다. 건조하면 포도의 병해충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기에 여러 질병에 노출되기도 쉬우며, 수확기에 비가 많이 내리면 오히려 피해가 증대될 수 있다. 생산자 입장이라면 가뭄과 비 둘 중 무엇을 더 선호할까? 일단 디켄터의 기사 맥락을 보면 생산자는 차라리 가뭄이 비가 많이 오는 것보다는 낫다는데 무게를 더 싣는 것 같다. 물론 최상의 빈티지는 비가 적당한 시기에 적절하게 내려주는 것인데, 이런 해가 어디 자주 있던가?
어찌 되었든지 간에, 2023년 부르고뉴는 꽤 재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부르고뉴 리포트의 23년 수확 보고서에서도 2023년의 수확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와인 자체나 포도원들 이야기를 실을 것이기에, 나는 이것이 한국 시장에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지 정도만 언급할까 한다. 최고급 포도밭의 경우에는 최상의 포도만 수확하겠으나 이는 전반적으로 생산량이 풍부함을 방증한다. 전체적인 본(Beaune), 뉘(Nuits) 두 지역의 피노 누아르 생산은 상당부분 늘어날 것이고, 수확량이 많은 만큼 초고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찾을 수 있는 부르고뉴 생산자들의 평균적인 생산량 증가, 그리고 품질의 상향 평준화가 가능할 것이다.
보르도처럼 생산량을 줄이는 지역도 있으나 이 역시 프랑스 내에서 소비가 대중적 소비나 가정내 소비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와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종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고, 술을 적게 마시거나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 소비자들의 주요 트렌드가 되어가기 때문에 이를 와인만의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 게다가 국내에 수입되는 고가 와인들의 수요가 줄어든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 (오히려 늘어나는 쪽이 맞다)
늘어나는 부르고뉴 와인, 일부 샴페인 생산 물량이 2023년 하반기 ~ 2024년 하반기에 국내 시장에 풀리는 시기가 되면 현재도 쏠림 현상이 있는 고가 와인의 프랑스 집중 현상이 좀 더 가속화될 것이다. 환율이나 생산비용 등으로 인해 이미 올라 있는 부르고뉴 와인 혹은 샴페인의 가격은 2024년 되어 안정화될 확률이 높다. 이 경우 국내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졌다고 판단하여 고가 시장에서는 지갑을 열 확률이 늘어날 것이다.
많은 수입사가 바라는 방향이 되겠으나, 이는 좋은 부르고뉴나 샴페인쪽 라인을 갖고 있는 수입사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일 것이며, 칠레나 스페인, 호주 등 와인을 주력으로 삼는 수입사들은 한국 시장에서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본다. 다음 칼럼에서는 칠레의 한국 시장내 상황과 트렌드, 전망에 대해서 짚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