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내가 와인을 처음 마셨을 때 워너비 와인중 하나는 1번은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이었고, 두 번째는 알마비바였다. 당시 내가 기억하는 칠레 와인은 고급 와인이며 맛있다는 기억이었다. 그 이후에도 내 일상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와인들은 칠레 와인이었다. 시계를 지금으로 돌려서 지금 내가 마시는 와인의 대부부분은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뉴질랜드다. 칠레 와인은 리투알이나 몬테스 등 몇몇 포도원에 거의 한정되어 있으며 내가 마시는 와인의 비중에서 5%에도 들지 않는다.
물론 매일 와인을 즐기는 중증 와인 애호가인 나의 예를 대중성에 대입하는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취향을 떠나서 모든 한국 와인시장을 살펴 보았을 때, 칠레 와인의 시장 상황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 2023년 1월~9월까지 누적 시장현황을 한 번 살펴보자. 전체 시장에서 물량 기준 칠레 와인의 시장 점유율은 19.6%로써, 프랑스의 21.2%에 밀려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밖으로 볼 때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생각이 들 수 있으나 10년전 칠레 와인의 물량 기준 시장 점유율은 25.9%, 프랑스는 16.3%로 거의 10% 가까운 차이가 났다는 점, 그리고 시장 규모가 상당히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큰 변화라 볼 수 있다. 금액에서는 더 심각하다. 10년전인 2013년에 칠레의 금액 기준 시장 점유율은 21.3%로 프랑스 32%에 밀리지 않는 점유율을 보었주었다. 그러나 2023년 9월 현재 누적 금액 점유율은 9.3%로 4위이며, 3위인 이탈리아의 14.4%에 비해서도 많이 밀리고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칠레 와인을 찾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 점유율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겠으나, 그냥 점유율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 바라만 보아야 할 것인가? 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치렐 와인이 한국에서 위세를 떨치던 시대에 대한 추억이 있어 다시금 칠레 와인이 국내에서 소비자들이 많이 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위대하고 뛰어난 칠레와인이 상당히 많다는 것도 사실이고. 그러나 시장이 녹록지 않다. 그렇다면 칠레 와인이 한국 시장에서 다시 위상을 찾으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고 한 국가의 접근 전략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나 개인적인 견해를 밝혀본다.
국내 시장에서 뉴질랜드산 화이트 와인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왜 가격이 더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칠레 화이트 와인은 상대적으로 판매가 더딜까? 나도 궁금하여 몇몇 주변 와인을 즐기는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그에 대한 대답은 의외였는데, 칠레의 화이트는 좀 두껍고 오크 톤이 강하여 마시는데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다. 나로써는 쉽게 수긍하기는 어려웠으나, 시중에 팔리는 대부분의 칠레 화이트들이 일단 샤르도네 기반, 그리고 일부 오크 숙성이거나 오크칩을 이용한 숙성, 그리고 산미보다는 단 맛을 좀 더 강조하는 스타일의 와인이 많이 수입되었다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특징은 높은 산도, 드라이함, 과실 터치의 풍부함인데 이 특징이 소비자에게 좋은 관점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수입사들이 칠레 와인을 선택할 때 너무 레드 와인과 같은 묵직함을 강조하는 화이트가 편중되지 않았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 하겠다.
칠레도 와인 산업이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와인 생산자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다양한 테루아에서 벤처 정신을 갖고 다양한 양조 시도를 하는 양조자들은 언제나 혜성처럼 나타나고 우리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칠레의 와인 생산자들은 프랑스 스타일을 지향하는 경우도 있지만 칠레 테루아 자체의 느낌을 재현하고, 그 맛이 국제적으로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우수한 생산자들이 많이 있다. 기존 브랜드는 이미 국내에 충분히 많은 브랜드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그 시장은 그 시장대로 유지를 시키고, 고급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자들이 많이 소개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레스토랑에 가보면 칠레 와인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서서히 칠레 와인은 그 리스트에서 자리를 잃기 시작했고 지금 어지간한 고급 레스토랑은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이나 샴페인으로 모든 리스트가 채워져 있다. 아니면 미국 고급 와인이거나 이탈리아 등 유럽산 고급 와인들이 자리를 차지할 뿐, 칠레 고급 와인들은 사라졌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우리가 손에 꼽을 수 있는 칠레 고급 와인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매우 높이 형성되어 있다. 그 가격에는 다시 경쟁하는 고급 프랑스 와인들이 포진해 있다. 이 경우 업장에서는 칠레 고급을 하나의 섹터로 구분하여 리스트를 짜기에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호레카 업장에서 칠레 와인을 고급에서 시작하여 합리적 가격의 와인에 이르기 까지 리스트를 제공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그리고 이 것을 가이드 하는 전반적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내용을 보내 레드 전략이 없다. 이는 한국 시장에서 전체적으로 레드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프랑스도 고급 레드, 피노 누아르 등으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는 상태에서 레드 와인의 시장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더 거친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칠레 레드 와인 3병을 팔기 위한 에너지보다 프랑스 레드 와인 1병 판매에 드는 에너지가 적게 든다면 수입사는 당연히 프랑스 레드 와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칠레 와인이 이전과 같은 위상을 회복하기를 기원해 본다.
다음 칼럼은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주세의 종량세 전환 관련된 건으로 찾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