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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Nov 03. 2023

종량세가 불러올 시장 변화

소비자에게 좋은 소식이 될 것이다.

아마도 국회에서 주세 관련 개정안이 발의된 것 같다. 절대로 바뀌지 않을 주제 같았으나 세상은 변한다고 했던가? 아마도 그 때가 온 것 같다. 항상 내가 주세나 통신판매 주제를 이야기 할 때 와인분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관점에서 이야기 하며, 국세청 중심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국세청의 경우 수입주류가 아주 작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세의 전체적인 과세 기준, 그리고 국고에 얼마만큼의 주세가 들어오는지 기준만 생각하지 업계에 대한 고려는 크게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다. 이번 주세 관련 개정 발의도 수입주류 보다는 전체 주류에 대한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세청 관점에서는 국민 부담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세금은 제대로 걷히게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세청은 종량세액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그리고 종량세액을 법령에 넣을 것인지, 이를 시행령에 넣어서 정부가 그 때 그 때 바꿀 것인지도 이슈가 될 것이다.(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회를 넘어야 하는 법령 개정에 종량세액을 넣는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국세청이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여 그 때 그 때 종량세액을 변경하는 쪽으로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국세청이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종량세를 잡으려면 병당 세금을 얼마로 산정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종가세이었을 때 병당 세금이 얼마 정도 부과되었는지 계산하면 그 결과값은 쉽게 나올 수 있다. 이 값은 와인 시장 규모와는 관계 없고 한 벙 한 병에 산정되니 과거 자료에서도 추산이 가능하다. 기준연도는 2020년으로 하여 자료를 살펴보자.  


2020년 기준 국세연감에 나타나는 주세 과실주 수입분에 대한 부과 금액은 총 95,287백만원(약 953억) 수준으로 나타난다. 2020년 기준 국내에 수입된 와인의 총 병 수는 66,324,851병이니, 이를 나누어 보면 병당 1,437원, 리터로 환산하면 리터당 1,915원이 나온다. 국세청에서는 병 단위로 부과하지 않고 리터당 금액으로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국세청에서는 분명히 물가 상승분이나 소주나 다른 증류주의 세율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기에, 그 종량세를 크게 올리지 못한다면 세수 확보 차원에서 과실주 부문에 좀 더 높은 세율을 높일 것 같다. 추정하건대 정부에서 1,915원 수준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고 2,000원 ~ 2,200원 사이에서 세금을 결정하지 않을까 추정해본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수입사의 와인 출고가가 어떻게 바뀌는지 계산 해 보자.     


FTA가 된 것을 기준으로 관세는 0원이라고 가정하여 생각해보겠다. 통관당시 가격이 1만원인  경우 종가세인 경우 주세는 과실주는 30%, 교육세가 이에 10%가 부과되므로 수입사의 자체 마진율 30%를 가정할 때 수입사의 출고가는 17,290원이 된다. 그러나 종량세를 2천원으로 한다고 했을 때에는 교육세가 이의 10%이므로 수입사의 출고가는 15,860원, 총 1,480원의 가격이 내려간다. 그러나 가격이 높아질수록 이 격차는 자꾸 커지는데, CIF 가격 기준 60,000원인 와인의 경우를 살펴보자. 같은 기준을 산입할 때 기존 종가세 가격 기준 출고가는 103,740원이 나오지만 변경된 기준에 따르면 80,860원이 되어 22,880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된다. 해외 직구가 많은 고급 와인이 될수록 이 효과는 자꾸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고급 와인을 선호하는 애호가 층에는 좋은 소식이 될 수 있으며, 중저가 와인에서도 상당히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

  

거꾸로 생각하여 1만원 이하의 와인인 경우에는 CIF가격이 6,000원이 되는 시점부터 종량세가 더 가격을 인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금액을 기준으로 기존 출고가는 10,374원인데 반해, 종량세 기준에서는 10,660원으로 오히려 286원의 가격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에서도 서민 주류인 소주(증류주)의 세율에 대해서 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관점에서 시장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저가 와인의 가격이 올라간다 – 앞서 계산식에서 보았듯이 초저가 와인의 통관은 크게 줄어들 것이고, 마트에서 초저가 와인은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그 결과 스페인, 칠레 와인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고급 시장이 커진다 – 기본적으로 CIF 가격이 1만원 이상 되는 와인이 중점적으로 수입되기에 뉴질랜드나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와인들이 많이 수입될 것이다.     

고도주도 가격이 내려간다 – 증류주, 희석식 주류에 대한 세율이 조정되어 위스키의 가격이 크게 조정될 것이다. 그 결과 위스키의 시장 점유율이 올라갈 것이며 와인에 위협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시장 규모에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 전반적으로 와인의 단가가 상향 평준화 될 확률이 높으며, 소비자들의 와인 구매 패턴이 오히려 고급 분야에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수입사의 매출 규모는 줄어든 출고가 대비 출고량이 늘 것이고, 물량은 줄어들고 금액은 늘어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해외 직구의 감소 – 지금까지는 운송료 등을 모두 제하더라도 해외 직구가 명백한 이익이었는데, 앞으로는 국내에서 적절하게 구매할 경우 해외가보다 싸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고급대중주의 시대 – 전반적으로 고품질 고가 와인의 가격이 내려가므로 대중에서 접근할 수 있는 고급 와인의 가격 저항력이 많이 내려갈 것이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더 좋은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기에 고급주가 소비자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일시적으로 기존 수입된 물량을 처리하는 과정(종가세로 수입된 와인)에 일부 진통이 있을 수 있으나, 그 기간은 1년 내에 모두 해소될 것이라 생각된다. 오히려 종가세 와인과 종량세 와인이 시장에 혼재하면서 중장기적 이점을 위해 수입사들이 종가세 와인을 원가 수준으로 빨리 소진시키려는 움직임도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이 역시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수입 과실주 분야에 국한하여 개인적으로도 종량세가 빨리 도입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강하다. 다른 주류 분야나 전통주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연결된 관점에서 법개정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여러 이슈가 빨리 정리되고, 현 국회에서 이 건이 반드시 마무리 되어 수입와인시장에 새로운 장이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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