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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Nov 16. 2023

사분의 일이 줄어든 와인 물량과 전망

시장이 줄어들었고, 시장의 고통은 계속 될 것 같다.

2023년 10월까지 와인 시장의 통계가 집계되었다. 칠레 와인의 수입 물량이 일부 회복된 것에 힘입어 시장의 수입 감소세는 주춤하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전체 수입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고, 시장에 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에도 변함은 없다.


지금의 줄어든 현상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으나, 원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뒤에는 반드시 줄어드는 것이 정상적인 패턴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제는 과거 자료를 살펴볼 수 있는 때가 되었다. 충분히 시장 통계 정보가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유사한 패턴을 살펴본다면 앞으로의 추세도 어느 정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가장 유사한 패턴을 보였던 때는 2008년 당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다. 이미 그 전년도인 2007년이 시장 과열로 2008년에 시장에 강력한 조정이 이루어졌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서 당시 가장 힘들었던 때, 2008~2009년 사이 시장의 변화를 한 번 살펴보자. 물량 기준이다. 2008년은 전년 대비 –9.46%, 2009년은 전년 대비 –19.98%로 2년 연속 감소했다. 금액의 경우에는 2008년의 경우 전년 대비 오히려 11.01% 증가하였고, 2009년은 전년 대비 –32.55%로 크게 감소하였다. 참고로 연도별 수입 물량이 줄어든 해는 그 이후 2016년의 –3.54%밖에 없는데, 수입 와인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률에 약간의 기복이 있다고 볼 수 있다.


1~10월 누적 데이터 연도별 비교(물량 기준)


1~10월까지 통계를 바탕으로 살펴본다면 물량 기준 2022년의 경우 전년 대비 –8.47%, 2023년의 경우 –23.44%로 2008~2009년 사이의 시장 상황에 비해서 훨씬 악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22년에 먼저 약간의 물량 감소 조짐이 보였고, 그 다음해에 크게 줄어든 패턴을 보여준 것은 2008~2009년의 형태와 거의 동일하다. 큰 하락이 있기 전인 2007년은 1~10월 누적 물량 기준 전년 대비 45.91%나 증가했고, 2021년 호황기 때에도 전년 대비 51.88%가 증가했으니 이 역시 비슷한 비율로 볼 수 있다. 증가 폭이 클수록 하락 폭도 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만 금액에 있어서는 최근의 인플레이션, 금리 등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이 반영되어 2023년의 1~10월까지 전년대비 금액 감소폭은 –12.76%로써 2008~2009년 당시의 32.55%에 비해 크게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금액 감소폭을 볼 때 고급 와인이 많이 수입되는 프랑스 와인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프랑스 와인의 경우 2023년 1~10월 기준 전년 대비 –15.93%로써 전체 시장의 감소폭에 비해서 양호함을 알 수 있다. 특히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작황이 좋지 않고 고급 와인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입 물량 확보가 꽤 어러웠던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방어를 잘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 덕분에 프랑스 와인의 경우 금액 기준에서 2023년 1~10월 기준 전년 대비 2.9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시장의 하락분은 대부분 칠레(-27.71%), 이탈리아(-30.46%)에 기인하고, 당연히 스페인이나 미국 역시 약 24~25%에 달하는 물량 감소율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와인의 기준에서는 금액 감소율이 –20.45%로써 시장에서 좀 더 보편적인 가격대의 레드 와인을 찾으려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어나 있는 것으로 판단해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시장의 현황은 프랑스, 뉴질랜드 맑음, 미국 스페인 호주 갬, 칠레 이탈리아 흐림 정도로 볼 수 있다. 특히 저가 와인 시장이 크게 타격을 받고 있는데 경기가 나빠질수록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경향이 강하고 특히 기호식품인 주류에 대한 소비는 더욱 줄이는 경향이 있기에 이 추세는 강화될 것이라 본다. 특히 MZ 세대들은 위스키나 하이볼 같은 새로운 주종으로 수요를 옮겨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와인은 이 분야에 신규 소비층을 빼앗겼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언제까지 갈 것인가? 2009년 줄어든 상황이 개선되고 상승 곡선을 명확하게 보인 것인 2011년으로 2년 정도의 우울한 시기를 지나고 난 뒤였다. 당시 많은 와인들의 수입사가 손바뀜 되었으며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업계의 어려운 과정이 계속되었다. 지금 시점의 패턴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는 이상, 이 패턴은 2024년까지(2023년 시작) 2년간 지속되고 2025년 되어야 회복세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량 기준으로 2020년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이나, 고급화 방향으로 크게 전환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물량을 소진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된다.


시장의 구조조정이 시작된지 제법 되었으나,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 마음이 몹시 우울하다. 지금도 열심히 와인을 사서 마시고 있으나, 앞으로 좀 더 열심히 와인을 사서 마셔야겠다는 마음이다. 업계 모두의 건승을 기원한다.


다음 칼럼은 2023년 1년동안 시음했던 와인들, 그리고 만나본 소비자나 지인들의 와인 소비패턴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주류 소비 패턴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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