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와인 시장 타령만 하다 보니 너무 무미건조한 것 같아서 제목은 잠시 옆으로 새었다.(지난 글에서 이야기 한 후속 글이다) 시장 상황이 매우 엄중하고 모두 다 힘든 시기를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디 일상이 멈추는 적 보았던가? 그래서 살아남을 사람이나 회사는 살아남기 마련이다.
잠시 약간 더 옆으로 새어보겠다. 내가 좋아하는 연주나 작곡가, 연주자는 무수히 많지만 간혹 뇌리에 박히듯이 오고 가는 음악가가 있는데 바로 조니 미첼(Joni Mitchel)이다. 케이팝(K-POP)이 지금 시장을 휩쓸고 있고 나도 뉴진스나 블랙 핑크와 같은 현재의 케이팝이 놀랍다 생각하나, 어느 한 켠으로는 리듬과 가사에 훨씬 끌리기도 마련인 셈이다. 나에게는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와 같이 리듬도 훌륭하나 가사가 더 와닿는 경우도 많다.
글의 제목이 저러함은,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세밑이 제목과 같게 느껴져서다. 시장이 상대적으로 커지다 보니 와인업계가 맞닥드려야 하는 소비자 층 역시 기존의 매니아층이 아닌, 좀 더 대중적인 소비자의 성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소비재들은 대중적인 소비재 이외에 더 깊은 선호도를 가진 소비자로 구분되듯이, 와인도 이 범주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점은 계속 강조했었다. 다만 와인은 그 상품의 종류가 다른 소비재에 비해서 월등하게 높다는 것이 차이라 할 수 있다.
이름을 밝힐 수 없고, 개인적으로 몇몇 주변 와인업계인들 그리고 지인들에게 트렌드들을 살펴보았다. 명확한 것은 소비가 양극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수입 물량이 23% 가까이 줄어든 상황에서 고급 와인들에 대한 수요도 같이 줄어들었다. 다만 특정 매장의 경우에는 고급 와인 수요가 많아서 훨씬 적은 수치로 매출이 줄었다고 한다.(4~7%) 수입사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20%~-30% 이상의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하는 곳이 많았다. 수입 물량이 -23%(10월 기준), 금액이 -12%(10월 기준) 줄어든 관점에서 본다면 수입 금액이 줄어든 것 이상으로 수입사들이 가격을 싸게 해서 물량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또 볼 수 있는 점은, 고급 시장이 적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이다. 적게 줄어든 곳이 있다면 어느 쪽은 훨씬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아야 한다. 시장의 양면성이 보이는 것이다. 과거에는 고급 시장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지 않았으나, 이제는 고급이라는 시장 자체가 생존을 위한 하나의 유일한 대안처럼 되어가고 있으며, 그 위에는 최고급 와인 시장으로 섹터가 분화되고 있다. 저가 와인 시장은 다른 주종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인 열세에 있는 것으로 보여서 소비자의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인다.
주변의 흐름을 보자면 역시 위스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위스키는 술 시장의 다른 한 면이다. 그리고 와인의 경쟁 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하드 리쿼(고도주)와 과실주가 전혀 별개의 시장을 형성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나, 5만원 정도까지의 술을 사는 소비자층을 고려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비자는 굳이 하드 리쿼와 과실주, 소주 등을 구분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위스키의 수입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저가 와인 시장은 이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뭔가 양면성이 있으면서 양쪽을 다 바라보아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짧은 소식으로, 얼마 전 주류 종량세에 대한 논의는 국회 소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고 한다. 종량세와 종가세도 양면성을 가진 세계다. 과실주 분야는 종량세가 되면 큰 혜택을 볼 수 있으나, 소주에 대한 기준판매율을 적용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언제나 이야기하지만, 종량세에 대한 논의는 와인만 두고 이야기하지 않고 전체 주류의 맥락으로 이야기됨을 이번에도 증명된 셈이다. 와인과 과실주는 여전히 주세 분야에서 곁가지에 불과하다.
고가 와인과 저가 와인, 와인과 위스키, 종량세와 종가세, 세밑에 보이는 시장이 모두 다 양면성을 갖고 있고 양쪽을 다 바라보아야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제목도 저렇게 달아 보았다. 세상의 양면성이 드러날 수록 마찰이나 갈등도 심해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내가 생존하려면 어느 한쪽이 없어지거나, 어느 하나를 뺏어와야 내가 살 수 있으니 가혹한 현실이나, 세밑은 좀 더 주변과 나누며 따스한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1차는 와인, 2차는 위스키 한 잔으로 마무리 하는 것도 좋은 중재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다 행목한 시장이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다음 글은 11월까지의 수입 동향을 바탕으로 23년 시장에 대한 가결산, 그리고 24년 2월에 배포될 한국수입와인시장 보고서(12번째)에 대한 설문조사와 배포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