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휘웅 Nov 14. 2024

와인 산업 부문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면

간만에 전공분야로 돌아왔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와인 글쟁이가 무슨 인공지능 이야기냐 생각할 독자를 위해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하자면, 90년대부터 한국어정보처리를 해왔고, 지금은 포티투마루라는 초거대언어모델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기업의 연구소장으로 재직중에 있다. 그러니 글의 내용에 대해서 약간의 신뢰성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원래 있던 무엇인가”를 확률적으로 계산해서 “사람이 묻는 것”에 확률적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은 “이 것이 무엇이니”라고 물어보면 그 것에 대해서 “무엇입니다”하고 답을 해주는 것이었다. 챗봇이라는 것이 그러했고, CCTV에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역시 그러했다. 음성인식 역시 소리 파형을 들려주고 말한 것을 글자로 만들어내는 지능이다. 여기까지는 생성형 인공지능 이전의 인공지능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지금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 것을 아득히 넘어서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이 내용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경향이 상당하기에, 이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구분을 못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어 흔히 환각(hallucination)이라는 현상이 상당히 많이 일어나고도 있다. 생성이 가능하기에 예를 들어 보고서 초안을 만들어달라 하면 보고서를 만들어주고 계약서를 보고 내용을 요약하기도 한다. 우리가 모르던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전 인공지능이 “답”이라는 것이 명확했다면 지금 인공지능은 “답”이 정확하지 않다. 물론 그 대답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이런 대 변화의 세상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그냥 우리가 챗GPT를 쓰는 수준을 넘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와인 업계의 경우 국내에서 어떻게 적용해볼지 몇 가지 시나리오와 어려운점, 그리고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보자.


1. 수입 포트폴리오의 추천

수입사의 경우에는 내부 매출 데이터와 포트폴리오를 생성형 인공지능에 넣고 “우리 회사의 포트폴리오가 현재 시장상황에 적절한지, 어느 부분을 줄여야 할지 검토하고 추천해주기 바란다”같은 질문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답이 제대로 나올까? 절대로 그렇지 못하다. 제대로 된 답을 내려면 각 품목에 대한 매출 정보가 학습 데이터로 제공되어야 하고, 전체 시장에서 포트폴리오별 시장 매출 현황에 대한 촘촘한 정보가 같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고객 목록별로 매출이 된 집계표도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여기에 덤으로 해외의 생산자 출고가(ex-cellar price)도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이 정보 사이의 의미적 연계점(지역 이름과 생산자 이름, 가격 정보 등)을 일일이 설명문(인스트럭션)에 지시해주어야 한다. 아마 생성형 인공지능의 환상에 젖어 이 질문 하나를 생성형 인공지능이 간단하게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2. 매출의 분석과 와인 발주 계획 수립

업장에서는 와인 재고 현황과 발주 계획, 그리고 매출 현황을 함께 고려하여 최적의 발주 계획을 수립하고 싶을 것이다. “안팔리는 와인의 판매 계획을 세워줘”라거나 “앞으로 여름인데 어떤 와인을 어떻게 발주 넣을까”하는 질문에 인공지능이 답을 해주기를 바랄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을 내기 위해서는 내 업장의 매출 현황이 매우 상세하게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어 있어야 하며, 와인의 재고 관리가 데이터베이스와 일치되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단순히 엑셀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저장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과거의 정보를 탐색하며, 필요로 하는 발주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는 인공지능 뿐만 아니라 각 의미 사이의 연계점을 찾기 위한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 각 의미 정보 사이의 동질성을 추적하고 상하간의 관계성(relation)을 탐색하기 위한 온톨로지(Ontology), 매출 기록 정보의 시간적 연계성을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비즈니스 인텔리전스)가 모두 정확하게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매일 매출도 힘들고 포스기기 운영도 힘든데 이런 정보가 들어갈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언감생심일 뿐이다.


3. 시장 현황 분석

“이 차트를 보고 시장의 향후 성장 전망을 요약해주겠니”같은 질문도 가능할 것이다. 아마도 내가 제일 필요로 하는 영역일지 모른다. 차트 정보를 보고 숫자 정보를 분석하고 결과를 내는 것을 “멀티모달”이라 한다. 구글이나 여러 미디어를 보면 화학공식이나 표, 차트 등을 신속하게 분석해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그에 대해 멋지게 답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동영상은 매우 잘 학습된 자료를 바탕으로 시연된 것으로써, 실전에서는 아직까지 50% 미만의 정확도를 보여준다. 만약 제대로 성능이 나오려면 차트 내의 수치 정보를 촘촘하게 라벨링(곰돌이 눈 붙이기) 해주어야 하고, 많은 전산자원을 써서 학습을 시켜야 한다. 그러니 현실에서 저 하나의 질문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할 준비가 되었는가? 나같으면 그냥 엑셀을 계속 뒤져볼 것이다.


4. 와인 생산

“올해 기후상황, 강수량, 포도잎의 상태와 열매 상태, 현재 와인 재고 상황을 고려하여 적정 수확시기와 적정 생산량을 예측해줘” 당연히 생산자라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이 문장은 잘 보면 질문이 두 개다. 수확시기와 생산량 두 개를 묻는 질문이다. 입력되어야 하는 상황의 큰 덩어리 정보는 기후상황(강수량 포함), 포도잎의 이미지 정보, 와인 재고 상황과 판매 현황(빅데이터) 세 가지의 정보가 뒤엉켜 있다. 인공지능은 각각의 상황에 대해서 두 개의 결과에 맞는 답을 내기 위하여 여러 번의 지능을 돌려야 한다. 그렇다고 그 결과는 확률일 뿐 정답은 아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를 바탕으로 추상적인 분석을 할 수는 있겠지만 정답이 나올 가능성도 확률이고, 나온 결과값이 최적의 답(해)이라는 보장은 받을 수 없다. 이상적인 질문이지만, 인공지능이 내어주는 결과값에 대해서 선택은 사람이 해야 한다. 그래도 결과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낼 수 있다.


위의 네 가지가 너무 어려워 미래처럼 느껴지겠지만, 미국의 팔란티어(Palantir)와 같은 기업은 이미 여기에 근접한 해답을 갖고 있다. 국내 기업과는 10년 가량 격차, 미국의 톱 기업들에 비해서도 5년 이상 앞서 있다 하는데, 문제는 도입가일 것이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그 가격은 어지간한 큰 기업 1년 매출 규모보다 더 크다고 하니, 대기업이나 국가가 아닌 이상 사서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지금 와인 업계에 신나게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냥 단순한 질문에 대해서 답변을 찾는 수준으로 쓰는데 만족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샤토 브랑 캉드냑의 2013년 블렌딩 비율과 생산량에 대해서 알려줘”같은 검색형 질문을 퍼플렉시티(perplexity)같은 최근 각광받는 인공지능 검색엔진에 묻는다면 매끈하게 답을 내어줄 것이다.


여러 가지 비관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분명한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우리 주변에 속속들이 들어오고 있으며, 와인분야에 있어서도 어느 시점에 특이점이 올 것이다. 미래에는 한국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적용 가능한 와인 분야에 맞는 특화된 인공지능 서비스가 등장하고, 표준화된 구조가 소개될 것이라 예상한다. 인구는 줄어들고 노동인구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쓰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와인 업계도 지금부터 차곡차곡 인공지능 시대에 맞게 여러 준비를 해야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와인 시장 20년,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