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댁 진열장에 와인이 있어요

웅가의 쉬운 와인 이야기(18)

by 정휘웅

제가 브런치를 운영하면서 통계정보를 계속 보고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가장 많은 유입 키워드가 바로 "와인 유통기한"이었습니다. 이전에도 제가 "와인에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하는 글을 올리면서 유통기한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 해 보았죠. 와인 초심자, 혹은 와인을 잘 모르는 분들이 원하는 정보가 무엇일까 말이죠. 그리고 떠오른 것은 대부분


내가 전에 우리 부모님댁 갔는데 진열대에 와인이 따뜻하게 보관되고 있더라.
부모님 댁에 와인이 있는데 그게 뭔지 전혀 모르겠더라.
그게 얼마짜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셔도 되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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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런 이야기 한 번 즈음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나누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어떻게 하셨나요? 부모님께 이야기 하고 열심이 끙끙거리고 따서 마신 적은 있으신가요? 부모님댁 진열장 와인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살펴보겠습니다.


보관상태를 살펴주세요

대개 진열대에는 따뜻한 조명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에 잘 뜨이게 하기 위해서지요. 그렇다면 이 것이 바른 보관방법일까요? 실제 외국의 와인 보관 저장고 사진을 하나 보여드릴께요. 와인 전문가들은 이 곳을 꺄브라고 부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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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춥고 습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합니다.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는 곳,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와인은 우리랑 만날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린답니다. 그렇다면 지금 부모님 진열장에 있는 와인의 상태와 한 번 비교해서 상상을 해 보세요.

우선 와인이 누워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콜크가 마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반드시 어두운 곳에 보관되어 있어야 합니다. 밝은 빛 아래 세워져 있는, 게다가 1년 이상 넘었다면 반드시 서둘러 까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깐 다음에는 아래에 설명 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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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를 읽어주세요

연도를 보았는데, 일단 지금 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난 것이면 의심하셔야 합니다. 최근에 생산된 것(3년 이내)면 그래도 안전하니 열어서 마셔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4년 정도면, 게다가 3년 정도 부모님 집에서 그 와인을 같은 장소에서 보았다면 의심하셔야 하고요, 5년 지났으면 좋은 방법이 근처 와인숍으로 가지고 가서 물어보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서 있었다면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 하더라도 최상의 상태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쉬운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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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게 된다면 상했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자, 그렇다면 열어보는 개봉의 순서가 왔습니다. 설득이 되셨나요? 그렇다면 이 와인이 멀쩡한지, 마실 수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첫째는 색과 투명도!

색깔을 보니 둔탁한 느낌이 들고 와인 잔 반대가 잘 비치지 않는 탁한 느낌이 들면 일단 상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와인은 생산과정에서 필터링이라 하여 이물질을 걸러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래서 처음 나온 와인들은 아주 맑고 투명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요. 그러나 만약 이 부분이 맑지 않다면 상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둘째는 냄새입니다.

우선 다음 단어를 연상해볼까요?

신문지 냄새,

열어젖힌 신발장 냄새,

젖은 마분지 골판지 냄새.


자, 이 세 가지 냄새를 머리에 꽁꽁 기억하고 와인 냄새를 맡아보세요. 입에 살짝 넣어보고도 이런 맛이 느껴진다면 바로 버리세요. 변질된 것입니다.


셋째는 맛입니다.

마셔보니 신맛이 너무 강하게 나는가요? 뭔가 들큰하고 쓴 맛만 나는가요? 그렇다면 변질된 것입니다.


아주 미묘하게 변질된 와인은 전문가들도 쉽게 감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집에서 아주 힘든 환경에 있었던 와인은 일반 애호가들도 쉽게 판별할 수 있습니다.


이 세가지 기준을 통과했다면 맛있게 드세요. 와인은 진열품이 아니라 늘 함께 나누는 반려자 같은 주류입니다. 오늘 저녁 부모님댁 진열장에 와인이 보이나요? 그러면 꺼내서 드세요. 그 것이 진열된 것보다 더 행복하고 가치있는 것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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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시 이야기 드릴께요.


양주를 포함한 증류주는 변질되지 않지만 과실주는 변질됩니다 부모님 댁에 가서 진열장에 와인이 있으면 어지간하면 이야기 드리고 빨리 드세요.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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